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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정통성은 누구에게 있는가?
민주화 정통세력의 계승자는 추미애와 소장파
 
율전   기사입력  2004/02/24 [22:14]
민주당의 내홍이 갈 데까지 간 느낌이다. 추미애를 필두로 한 소장파와 조순형을 앞세운 노장파의 한 판 대결에, 그나마 그 동안 결속을 다져오던 민주당의 지지자들마저 이리저리 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추미애의 강성발언으로 촉발된 지금의 민주당 내홍을 두고 한 편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해당행위로, 다른 한 편에서는 죽어 가는 민주당을 다시 살려내기 위한 마지막 처방으로 인식한 채 서로 간에 격렬한 논쟁을 주고받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 내홍은 무엇을 말함인가?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어떤 입장을 지켜 나아가야 할 것인가?

1. 민주당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

사실 민주당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공유는 지지자들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실상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현행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그리고 민주당 할 것 없이 이들은 정당의 성격상 '포괄정당'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민주노동당은 포괄정당이 아닌 '계급정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은 매우 건강하고 상식적인 정당에 속한다. 비록 지금은 민주노동당의 그 건강한 이미지를 열린우리당에 도둑맞고 말았지만 말이다)

특별한 이념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지지자들이 계층별로 나뉘어져 있지 않은, 여러 가지 이념과 계층의 지지자들에게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는 '포괄정당'의 성격 상, 그러한 각 층으로 나뉜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아 정당의 상층 구성원이 된 의원들 역시 특정한 이념이나 특정한 계층만을 대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과 한나라당 나아가 열린우리당에 이르기까지 그 추구하는 바가(설령 문안 상으로는 상이한 점이 없다 하더라도) 똑 같을 수는 없다. 비록 세 당이 외형상 똑 같은 '포괄정당'에 속한다 하더라도 각 당이 지나 온 역사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여기서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특정 이념이나 특정 계층의 성향을 염두에 둔 정책적 차이가 아니라 바로 '민주당의 역사에 대한 공유'이며, '그를 통해 소속 의원이나 지지자들이 추구하기로 한(할) 지향점'에 대한 것이다.

2. 민주당의 역사

혹자는 민주당의 원조를 87년의 평화민주당으로 다른 혹자는 민주당의 원조를 45년의 한민당으로 말하곤 한다. 둘 다 일리가 있으며 이 둘은 나름의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정당의 시기적 삶과 죽음, 그리고 시기 시기상 구성원들의 소속변화의 추이만을 통해 한민당과 민주당을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러한 시각은 하나의 정당 혹은 그 정당의 구성원들의 역사적 체험과 그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외적인 변화 과정을 무시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 민주당의 원조는 85년 DJ와 YS에 의해 창당된 신민당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87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두 사람의 갈등으로 각각 신민당과 평민당으로 쪼개지기는 하였으나, 85년의 신민당은 박정희의 유신과 전두환의 군부독재라는 '민주주의의 말살시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있었던 부ㆍ마 항쟁과 광주 항쟁을 통해 DJ와 YS를 중심으로 형성된 '통일된 민주화세력의 총체'였기 때문이다.

87년의 분열에 대한 책임은 공히 DJ와 YS 모두에게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분열로 인한 민주화 세력의 패배에 대한 책임이 YS에 비해 상대적으로 DJ에게 더 크게 돌아갔지만, 90년의 '3당 합당'은 '분열이라는 원죄'를 지닌 DJ에게 다시 민주화세력의 정통성을 얹어주기에는 충분했다.

박정희 시절부터 시작 된 호남차별정책은 전두환 독재정권과 87년의 대통령 선거과정 그리고 그 후의 '3당 합당'을 통해 더욱 공고화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소외당하고 상처받은 호남은 DJ로 대표되는 남한 내 민주화세력이 거쳐 간 정당 즉 평민당→민주당→국민회의→민주당을 열정적으로 지지해 왔다.

3. 민주당의 역사를 통해 보는 민주당의 지향점

바로 이 지점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의 민주당은 단지 호남만을 위한 정당이 아닌 그간의 민주화세력의 총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당시 민주당이 함축하고 있던 의미 곧 지향점은,

①군부독재에 의해 소외당하고 억압받아 온 당사자들에 대한 남한 사회 내부의 지위회복과,
②DJ정부를 통해 이루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한 '민주주의의 완성과 공고화'와,
③50년 넘게 남한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아 온 이념적 협소함의 타파 그리고
④그를 통한 남ㆍ북 평화무드의 공고화,
⑤더불어 민족공동체(정치적이건 경제적이건)의 발전,
⑥그를 가로막기 위해 혈안이 된 외부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설득과 설득을 통한 이해였으며

비록 이후 민주당이 '노 대통령과의 결별'과 뒤이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이라는 극한 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85년의 신민당으로부터 유래되어 온갖 역사를 거치며 완성되어 온 민주당의 이러한 지향점은 현재의 민주당에게도 여전히 내재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민주당지지자이건 열린우리당지지자이건 간에 흔히 입에 올리는 '기존 민주당(분당 이전의 민주당)의 정통성'에 관한 문제와도 직결된다.

4. '기존 민주당'의 정통성은 누구에게 있는가?

혹자는 민주당의 이러한 지향점이 이미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으로 '옮겨왔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자들의 견해에 공감하지 않는다. 원본을 복사했다고 해서 복사본이 원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사본의 구성원들이 그간에 보여 준 행태 즉 위에서 열거한 호남의 지위회복에 대한 무관심,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무시, '위임민주주의'에 대한 강요,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기 보다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현실, 남ㆍ북 평화무드의 지속과 그를 통한 정치ㆍ경제 공동체의 발전에 대한 퇴보, 외세에 대한 굴종적 자세 등을 보건 데 이런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결코 '기존 민주당'이 가졌던 '정통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그렇다고 마냥 현 민주당이 '기존 민주당'이 가졌던 지향점을 지향하지 못하는 작태를 보여줄 때에도 그 '정통성'이 현 민주당에게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비록 아직은 현 민주당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5. 민주당의 지향점을 잣대로 본 현 민주당의 내홍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박ㆍ정을 주축으로 한 소위 '정통파'는 민주당이 함축하고 있는 원대한 지향점과는 별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작은 견해의 차이를 가졌다 할 지라도 크게 보아 그들은,

㉠호남의 소외를 통해 작으나마 권력을 누리길 원하며
㉡역시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부한 경력이 확실하고,
㉢남한 사회의 이념적 협소함을 이용하여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려 하였으며, ㉣남ㆍ북의 평화무드 지속과 이를 통한 공동체의 발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민주당의 지향점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한나라당과는 '사안별 선택공조'를 시도하였다.

이런 사람들이 소위 민주당의 '정통파'운운 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민주당의 지향점을 확실히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 '정통파'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추미애와 설훈 그리고 김영환을 필두로 한 '소장파'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그리고 민주당 내의 자칭 '정통파'마저도 85년의 신민당을 원조로 한 분당 이전의 민주당의 정통성 곧 분당 이전의 민주당이 지니고 있던 '가치'를 잃어버린 지금, 그나마 어렵사리 그것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인 호남의 정치적 진보성을 대변하고, 위임민주주의가 아닌 절차적 민주주의에 충실하고자 했으며, 이념적 협소함의 탈피를 추구함으로써 남ㆍ북 평화를 통한 민족공동체의 결성을 원했던 DJ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기를 자처하고, 미국을 위시한 주변강대국들의 견해에 휘둘리지 않고 지킬 것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현 민주당의 소장파들(과 민주노동당)뿐이다.

6.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작금, 민주당의 내홍을 지켜보는 지지자들의 견해가 다양하고 각각의 입장을 표출함에 있어 열정이 뜨겁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는, 우리는 왜 민주당을 지지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특정한 인물에 올인하기 위함이 아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지향점'에 올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지향점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이 누구인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 시점에서는 민주당의 추미애와 소장파들의 '견해'를 지지한다. 그들의 견해가 민주당의 지향점과 가장 근접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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