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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옳다. 그것도 전적으로 옳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민주당 개혁을 묻는다
 
율전   기사입력  2004/02/22 [18:09]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에게 여쭙니다. 님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무엇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십니까? 혹시 그 이유가 단지 노 대통령의 민주당에 대한 배신 때문입니까? 노 대통령의 민주당에 대한 배신이 뼈에 사무쳐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현재의 민주당 내부의, 이를테면 박아무개나 정아무개와 같은 개개 인물의 매력에 사로잡혀 민주당을 지지하고 계십니까? 그도 아니면 단지 그 박아무개나 정아무개와 같은 사람이 수구니 반개혁이니 하는 말로 매도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여겨 그 부당함에 분개하여 민주당을 지지하고 계십니까?

다시 여쭙니다. 무엇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고 계십니까? 무엇 때문에 민주당을 박차고 나간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을 뒤따르지 않고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의 극렬 지지자들로부터 온갖 모욕과 매도를 당하면서도 민주당에 남아 그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못하고 계십니까? 님들이 민주당에 남아 지키고자 하는 그 무엇은 대체 무엇입니까?

저는 이전에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수구와 독재세력 그리고 특정지역의 패권세력들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과,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김영삼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습속화된 일방적이고도 종속적인 대미 관계를 거부하고 자주적 대미관계의 기틀을 다지고자 했던, 그리고 해방 후 친일 부역자들과 이후의 수구 독재세력들에 의해 5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오던 대립적 남북관계의 틀을 깨고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가치지향점으로 삼던 민주당'이라고 말입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께서는 혹시 민주당의 가치에 대한 저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으십니까?

최장집 교수님은 얼마 전 그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해방이후의 남한 정치사회에 있어 가장 큰 병폐를 '반공이데올로기를 정점으로 한 이념적 협애성'이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그로 인해 그간의 남한 사회에서 벌어졌던 모든 이유 있는 항변들이 냉전ㆍ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운 지배층의 마녀사냥 앞에서 본래의 의의를 잃고 무력화되고 말았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책을 통틀어, 현실 속의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그로 인한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 50여 년이나 지속된 냉전ㆍ반공이데올로기의 굴레로부터 탈출을 시도한 김대중 전대통령의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최 교수의 진단과 평가에 기초하여 지금 남한의 정치사회에서 일정한 세력을 이루고 있는 집단들과 그 속에서 이름꽤나 날리고 있는 정치인 개개인들을 돌아봅니다.

먼저 한나라당을 봅니다. 그들에게서 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남한사회를 이전의 냉전ㆍ반공이데올로기라는 협소한 이념적 틀 안에 다시 가둔 채, 몇몇의 권력자들과 또 그들과 이념, 지연, 학연, 혈연 관계로 얽힌 소수의 추종자들끼리 이념과 지역을 매개로 하여 두고두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명백한 수구 반동에 불과할 뿐입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또 어떻습니까? 이 들은 한 때 김 전대통령의 철학과 민주당의 가치를 자신들이 계승하고 있다고 큰소리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송금 특검과 이라크 파병, NEIS와 부안의 방폐장 처리문제, 대미ㆍ대북 관계 그리고 각종 정치적 현안들을 풀어감에 있어 이들이 보여 준 행태는 그런 그들의 외침을 스스로 뒤집는 것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김근태라는 정치인 개인에 대해 나름의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었건만 현실의 권력 앞에 개인의 소신을 꺾는 그를 보며 더 이상의 기대를 접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떤가요? 지금의 민주당이 과연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의 민주당만큼 수구 반동적 한나라당과 이념적 차별성을 보이고 있습니까? 아니면 국정을 팽개치고 총선에 올인한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과는 달리 국민에게 그 어떤 희망이나 비젼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최장집 교수님께서 말 한 '냉전ㆍ반공이데올로기를 정점으로 한 이념적 협애성'을 타파하고 남한의 정치사회를 보다 더 발전시키기 위한 그 어떤 행위나 몸부림을 지금의 민주당으로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까?

조순형 대표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습니까? 당론이야 어떻든 간에, 지지자들의 희망이야 무엇이든 간에, 개인의 소신이랍시고 대북송금 특검을 찬성하고 이라크 파병을 당당하게 지지하는 양반이 무엇으로,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민주당을 김대중 전대통령의 철학과 기존 민주당의 가치를 계승한 정당으로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박상천? 정균환? 그 들이 민주당을 위해 한 일이 무엇입니까? 민주당지지자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요? 아니, 남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 그들이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더란 말인가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민주당을 지켰다는 자화자찬을 듣긴 들었습니다만 도대체 민주당의 무엇을 지켰습니까? 그들이 지킨 것은 민주당 그 자체가 아니라 다만 발톱 끝의 때만도 못한 민주당 내부의 권력일 뿐입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민주당을 지켜 온 사람은 그들이 아닙니다. 수구 반동 한나라당과의 협잡질을 통해 서청원 석방결의안이나 통과시켜 준 유용태와 같은 무리는 더 더욱 아니지요. 민주당 아니 민주당의 가치를 지켜 온 사람들은 바로 추미애와 김영환, 정범구, 설훈을 필두로 한 민주당 내 소장파 의원들과, 그런 그들과 함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 그리고 그들의 극렬 추종자들로부터 쏟아진 온갖 모욕과 매도를 묵묵히 감수하고 민주당이 지닌 역사성을 믿고 따라 온 수많은 이름 없는 지지자들입니다.

추미애가 한 말을 두고 난리가 났군요. 일각에서는 추미애를 민주당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네요. 그러나 단언컨대, 추미애가 옳습니다. 전적으로 옳습니다. 무엇에 견주어서요? 민주당지지자라면 누구나 입에 담는 '민주당의 정통성, 민주당의 가치'에 견주어서 말입니다.

추미애가 걸어 온 길을 보세요. 그녀는 항상 민주당이 가리키는 가지지향점을 향해 움직였습니다. 제주 4ㆍ3 특별법, 대북송금 특검, 민주당의 분당과정, 이라크 파병, FTA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등에 있어 그녀는 언제나 민주당 혹은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지향하는 바와 궤를 같이 했습니다. 이런 그녀를 민주당에서 내 치라구요? 누구 좋으라구요? 민주당 내부의 권력유지에 함몰되어 있는 소수를 위해서 말입니까? 그들을 위해, 그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민주당의 가치를 지켜온 대의를 희생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런 식의 논리라면, 오로지 '자파에 의한 권력의 확실한 장악'을 위해 민주당을 깨고 나간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펼치는 주장과 다를 바가 무엇이지요?

추미애가 축출 당하거나 탈당하는 날, 민주당은 죽습니다. 깨끗이 없어집니다. 민주당이 추미애를 축출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권력에 도취되어 있는 현 민주당의 권력자들이, 자기들 스스로 내장을 꺼내고 뇌를 파내서 정신과 육체를 박제로 만든 다음 유물전시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은 추미애를 통하여 거듭나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 민주당이 지닌 가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길을 걷고자 하는 추미애와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개인의 영달을 버리고 오로지 민주당의 가치에 올인한 추미애와 함께 하는 것만이 민주당이 현실에서 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살아남는 길입니다. 그 길을 포기할 때 민주당에게 돌아오는 것은? 죽음뿐입니다. 권력유지에 혈안이 되어있는 일부는 이후로 얼마간은 초라한 모습으로라도 살아 남겠지만 김대중 전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해방이후 남한의 역사에서 민주당이 갖는 가치는 그 명을 다하고 말 것입니다. 더불어 남한사회에는 또 다시 협소한 이념적 틀 속에 갖혀 지역을 빌미로 이 쪽 저 쪽 편가르기나 하고, 그 때 그 때 권력의 향배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정치모리배들이 내 뱉는 현란한 수사들과, 그런 그들의 행태로인해 점차 정치로부터 멀어져 가는 다수의 국민들만 남을 것입니다.

다시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에게 여쭙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여. 님들이 지지하는 민주당의 '가치지향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누가 그 길을 향해 걷고 있습니까? 박ㆍ정입니까? 유용태입니까? 추미애입니까? 누구입니까?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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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22 [18: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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