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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무너져, 노대통령은 참회하시오"
'살생부' 파문 왕현웅씨, 열린우리당 게시판에 盧 비판글 올려
'당당한 대한민국'이 1/10과 '떡밥' 전락, 노-우리당 반성 촉구도
 
손봉석   기사입력  2004/01/27 [12:31]

노무현 대통령의 열성지지자로 알려진 한 네티즌이 온라인 상에서 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불법 대선정치 자금에 대해 참회 할 것을 당부했다.

'피투성이'라는 ID로 더 잘 알려진 왕현웅씨는 지난해 민주당 의원들을 대선공신과 역적으로 분류한 '살생부'라는 글로 정치권에 파문을 몰고 왔던 주인공으로 2002년 대선 때 노사모 회원으로 활동을 했고 현재는 열린우리당의 당원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열린우리당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피투성이(왕현웅)의 글 희망이 무너진 느낌이다....................     ©열린우리당

왕씨는 지난 25일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희망이 무너지는 느낌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왕씨는 "지금 바닥 민심은 폭발 직전"이라며  "대한민국은 수십년 동안 쌓여온 부패와 반칙, 특권과 타락으로 물들어 있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로 증폭돼 가고 있다. 불신을 넘어 아예 혐오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후 노무현 대통령 캠프의 지난 대선 불법자금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왕씨는 특히, 노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과 '떡밥' 비유를 강하게 비판했다.

왕씨는  "10분의 1 수준도 안되니까 봐 주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와 노무현 캠프에서 재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다"고 밝히고 "한쪽에서는 떡밥을 마구 뿌리는데 고기가 그쪽으로 엄청나게 몰려드는 게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느냐는 대통령의 말씀은 궤변"이라며 "고기가 몰리던 말던 노무현 후보라면 정정당당하게 승부했어야 옳았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왕씨는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겠다는 것인가. 심대하게 도덕성이 훼손된 권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고 "특권과 반칙을 일소하고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노무현 후보의 사자후는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왕씨는 또, "입장을 조금씩 달리하는 비슷한 성향의 정치 집단들끼리의 파워게임에 내가 놀아난 것 아닌가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본다"며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왕씨는 "말할 것도 없이 노대통령은 참회해야 한다"며 노대통령의 반성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는 노무현 후보를 현실의 벽에 우직하게 도전하는 정정당당한 정치인으로 봤다. 내가 현실정치를 고려해 줄 이유가 없다"고 냉정하게 입장을 밝혔다.

왕씨는 4월 총선에 대해 "누가 더 국민과 역사 앞에 진솔하게 반성하느냐의 경쟁"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아래는 왕현웅씨의 글 전문이다.


희망이 무너진 느낌이다.................... 
 
지금 바닥민심은 그야말로 폭발 일보직전에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이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십년동안 쌓여온 부패와 반칙과 특권과 타락으로 물들어 있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로 증폭되어가고 있다. 불신을 넘어 아예 혐오하는 수준이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느냐의 여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앞으로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정치개혁을 선도해나갈지는 모르지만 잘못하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모든 기성정치권이 성난 민심의 파도에 휩쓸려 버릴지도 모른다.

노무현대통령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노무현대통령을 아버지처럼 존경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요즘 드러나는 여러가지 추문들, 물론 한나라당에 비해 그 규모면에서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망이 크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 또한 클 수 밖에 없다.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병폐이고 불가피했다고 돌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분의 1 수준도 안되니까 봐 주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실망이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2002년 12월에 노무현후보를 선택했던 그 누가 이런 일로 노무현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한나라당과 함께 도매금으로 국민들의 질타를 받으리라고 예상이나 했었는가??

나는 정치내부의 생리를 아예 모르는 순진한 국민으로서 전혀 그럴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적어도 도덕성에서만큼은 노무현후보와 노무현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여타 후보, 여타 정치집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디높을 것을 굳게 믿었던 것이다.

차떼기니 책떼기니 뭐니 한나라당이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재벌로부터 받은 것은 솔직히 전혀 충격적이지 않다. 충분히 예상했던 바이니까.

그러나 노무현후보와 노무현캠프에서 재벌로부터 영수증처리를 했건 안했건 불법적인지 아닌지 법률적으로 따져봐야 되건 말건 어쨌든 결코 작다고만 할 수 없는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다.

솔직히 아직도 나는 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고백을 하고 재신임을 묻겠다고 약속했지만, 또 정치개혁을 추구하는 기성정치권의 유일한 정치세력이 열린우리당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정신적 공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겠다는 것인가??

심대하게 도덕성이 훼손된 권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재벌의 돈을 받은 권력이 재벌을 똑바로 공정하게 제어할 수 있겠는가??

특권과 반칙을 일소하고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노무현후보의 사자후는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후보가 한나라당의 10의 1수준 밖에 자금을 모으지 못한 것은 혹시 이회창후보와 같이 화려하고도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하지 못한 때문은 아닌지하는 의심까지든다.

의심하려들면 한도 끝도 없다. 한쪽에서는 떡밥을 마구 뿌리는데 고기가 그 쪽으로 엄청나게 몰려드는 게 뻔히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느냐는 대통령의 말씀은 궤변이다.

고기가 몰리던 말던 노무현후보라면 정정당당하게 승부했어야 옳았다.

승패가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가??

오로지 승리만이 목적이었단 말인가??

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떡밥을 뿌린다면 열린우리당 또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마저도 자행하겠다는 말인가??

노무현후보가 승리지상주의자였단 말인가?? 우리가 지난 대선즈음에 승리지상주의에 젖어있던 후단협의 기회주의적인 반민주적인 행태를 강력히 비판했었던 일을 상기해보자.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승리를 위해 어쩔수 없이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면 한나라당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단 말인가?? 나는 왜 노무현후보를 선택했었단 말인가??

이회창씨도 타고난 악마는 아닐 것이다. 그도 어찌보면 승리를 위해 어쩔수 없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을 뿐이다. 그도 후진적인 정치시스템의 희생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말씀대로 그렇다면 오십보 백보다.

말할 것도 없이 노무현대통령은 참회해야 한다. 노무현캠프에 눈꼽만한 하자가 있었더라도 나는 그 잘못을 옹호해주고 싶지 않다.

나는 노무현후보의 높은 도덕성과 정의감을 믿고 노무현후보를 선택했을 뿐이다.

정치판의 실상, 현실 따위는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나는 노무현후보를 이상주의자로 보았다. 현실의 벽에 우직하게 도전하는 정정당당한 정치인으로 보았다.

내가 현실정치를 고려해 줄 이유가 없다.

참여정부가 들어선지 1년 가까이 되고 있다.

약속했던 기득권층의 특권과 반칙, 부정과 비리는 얼마만큼 척결했는가??

사회의 부조리는 얼마만큼 바로잡았는가??

사회적 갈등과 긴장은 얼마만큼 해소되었는가??

냉정히 말하자면 지난 1년동안 권력내부의 도덕적 자신감이 무너져서 이 사회의 기존 주류들의 병폐를 제대로 문제삼지도 못했고 바로 잡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수습하는데 급급하여 정신을 차릴 수 조차 없었다.

모든 것을 한나라당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무현후보가 대통령선거에 나선 순간에도 이미 의회권력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걸 계산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게 변명이 될 수 있겠는가??

노무현대통령의 당선이 한국의 주류를 바꾸는 것으로 기대했으나 강고하기 이를데없는 기득권층의 힘은 대통령도 어쩌지 못했다. 5년짜리 단임제 대통령 한분이 한국의 주류를 교체하는 것은 역부족인 모양이다.

아니면 그저 입장을 조금씩 달리하는 비슷한 성향의 정치집단들끼리의 파워게임에 내가 놀아난 것 아닌가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본다.

내가 요즘 품고 있는 의문 가운데 하나가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지고 내 자신에게는 어떤 이득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분은 좋을 것이다.

5,6공 잔존세력을 청소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구체적으로 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대립적인 지역구도를 혁파한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목표다.

옳다. 망국적인 지역구도 혁파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또 묻고 싶다. 망국적인 지역구도 혁파한 이후에 열린우리당이 목표로 삼고 있는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영호남이 사이좋게 지내게되면 만사형통인가??

지금 국민이 짜증나게 생각하는 것은 영호남간의 갈등만이 아니다.

바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 특권과 반칙을 일삼고 부정과 비리를 밥먹듯이 저지르는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다.

이 문제를 올바로 시정하지 못한다면 열린우리당은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좋고 민생탐방도 좋지만 우선 열린우리당부터 도덕적 재무장을 해야한다.

국민에게 엄청난 허탈감을 안긴 노무현대통령부터 참회해야 한다.

국민은 한나라당을 탓할 수 있어도 노무현대통령은 우선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

이광재,안희정,최도술,양길승,선봉술.... 반성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뻘밭에서 게임을 했건 말건 우선 반성부터 하라!!!!!

이번 총선은 누가 더 국민과 역사앞에 진솔하게 반성하느냐의 경쟁이다.

그 반성을 출발점으로 약속한 특권과 반칙을 일소하고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는 길일 것이다.

정말 희망이 무너진 느낌이다. 자괴감을 느낀다.

무너진 희망을 바로 세우는데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헌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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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27 [12: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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