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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신문입니다' [대한매일]제호변경
"정부 대주주로부터 벗어나 독립신문 이룰 것" 포부 밝혀
<서울신문> 복귀 비판여론 높아, '한경대' 용어도 사라질듯
 
윤익한   기사입력  2004/01/02 [14:44]

<대한매일신보>가 창간 100년을 맞은 올해 1월 1일부터 제호를 <서울신문>으로 환원했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태평로 본사 사옥 앞에서 '서울신문 제호석 제막식' 및 '사기 교체' 행사를 갖고 제호 변경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채수삼 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제호변경을 계기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지면 쇄신과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며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서울신문으로 제호를 바꾸는 새해부터는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자"고 말했다.

▲12월 31일 오전 서울 태평로 본사 사옥 앞에서 서울신문 제호석 제막식 및 사기 교체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서울신문

이어 <서울신문>은 1일자에 모두 7건의 제호 변경 관련 기사를 실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초 <대한매일신보>는 1904년 영국인 배설과 양기탁 선생 등이 창간해 일제의 침략에 맞선 독립언론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1945년 11월 창간된 <서울신문>은 여당지와 관제언론이란 비판을 받는 등 수모를 겪던 가운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다시 제호를 <대한매일>로 바꾸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은 기사를 통해 "독자와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가 아니라 새 권력의 일방통행식 결정"이었으며 "정부가 대주주인 신문이 권력의 고삐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은 지난(至難)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대한매일>은 1999년부터 민영화의 필요성을 인식, 2002년 1월 민영화를 달성하고 그해부터 나오기 시작한 제호변경 논의는 최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이 지난해 11월 18일 <서울신문>으로 제호를 회복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72.71%,반대 26.05%로 통과, 12월3일 주주 총회가 우리사주조합의 제호 변경안을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아울러 <서울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세계 유력지 대부분은 '수도명 제호'를 사용한다는 사례를 들며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도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점 때문에 공무원과 정치인 등 영향력이 큰 계층을 주요 독자로 확보,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책 기사와 함께 대부분 인구 밀접지역이다 보니 알찬 생활·문화 기사들도 풍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스티브 콜, <도쿄신문> 대표 우지 도시히코, 베이징일보 사장 주술헌 씨 등의 축하 메시지를 덧붙였다.

한편 채수삼 사장은 20여명의 사원들과 함께 홍보 CF를 촬영해 8개의 케이블방송과 대한매일 전광판, 택시, 버스의 광고판과 종이매체 등에 출연해 제호 변경을 알리기 위한 홍보에 직접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제호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논란이 완전히 봉합되지는 않았다. 제호변경을 위한 사원투표의 시기나 방법을 둘러싸고 사원들간 이견이 드러나는가 하면, 제호변경을 비판하는 글을 타사에 기고한 <서울신문> 기자가 회사로부터 '명예훼손'을 했다며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당하는 사태까지 불거졌다.
  
▲미디어오늘 11월 26일자 기사, 서울신문 부활…흥망은 구성원들 몫     ©미디어오늘
<서울신문> 정치부 박록삼 기자는 11월 26일 <미디어오늘> '자유발언대'에 기고한 글에서 제호변경 찬성 결과에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왜 바꿨는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박 기자는 "냉엄한 신문시장에서 생존에 대한 보증수표는 없다"고 꼬집으며, "대한매일이 해야할 수많은 일 중에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대의명분을 창조하는 작업'"이라며 제호 변경이 명분 없는 결정이었음을 비판했다.

그러자 <서울신문>은 12월 22일과 2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박 기자에 대해 감봉 3개월의 징계조치를 취했다. 박 기자에 대한 징계결정은 채수삼 사장의 결정만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채 사장은 1월 2일 있었던 <서울신문> 시무식에서 박 기자를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양측간의 순조로운 해결전망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박 기자는 "사장이 징계위 원안대로 결정하지 않길 바라지만, 부득이할 경우 감봉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면 지방노동위원회 제소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매일신보>기자 출신인 <오마이뉴스> 정운현 편집국장은 [정운현칼럼]'더이상 대한매일을 욕보이지 말라'는 글에서 자신이 지난 98년 <중앙일보>에서 <서울신문>으로 일자리를 옮긴 이유 중 하나가 "서울신문이 과거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씻고 구한말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의 뿌리를 되찾아 정론지로 거듭나겠다는 계획(각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였다"면서 제호변경에 안타까움 심정을 전했다.

정 국장은 당시 전개된 '대한매일신보 뿌리찾기 운동'과 그해 11월 6일자에 실린 '서울신문 영욕의 53년 나래 접으며'란 일종의 반성문을 회고하며, "과거 서울신문의 속성에 익숙한 수구성향의 기자들은 50년 넘게 써온 서울신문 제호에 강한 애착을 표했지만, 개혁과 시대변화의 물줄기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서울신문> 사원들에게 "대체 대한매일이 어떤 신문이었는지 당신들이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독재정권의 기관지였던 서울신문에 입사한 당신들이 과연 대한매일을 입에 담을 자격이나 있다고 보는지. 권컨대 이제 더이상은 대한매일을 욕보이지 말라. 그 길만이 더 큰 죄를 짓지 않는 것임을 알라"고 조언했다.
                                                                                              
정운현 국장은 정연주 KBS 사장이 조선·중앙·동아일보를 일컬어 '조중동'이라고 부른데 착안, 한겨레·경향·대한매일을 '한경대'라고 부른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의 새로운 사시는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 공공이익과 민족화합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제호가 바뀐다고 해서 신문사의 보도태도가 바뀌거나 경영 여건이 반드시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제호변경을 경영여건의 타개책으로 인식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대한매일신보>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구성원들은 이전보다 더 안팎의 애정 어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럼에도 합의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적인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모습은 '100돌'을 맞는 <서울신문>이 이제는 국가권력이 아닌 자본권력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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