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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민주당 찍어내기' 민-한공조 역풍맞아
한-민 사전선거운동 규정, 선관위 조사의뢰 검찰에 고발
청와대 정치적 반감노력, 격려차원의 '사적 방담' 축소급급
 
김광선   기사입력  2003/12/26 [12:54]

지난 24일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 돕는 것'이라는 발언 이후 정가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정,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선관위에 조사 의뢰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키로 했으며 민주당도 선관위에 조사의뢰를 하는 한편, 단계적 대응조치를 강구해 나가기로 함에 따라 정국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야권의 대대적인 공세, "열린우리당 타이타닉호 운명"

▲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YTN
한나라당이 26일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양강구도' 발언에 대해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선관위에 조사 의뢰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키로 했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의 선거관련 발언이 선관위와 검찰의 조사선상에 오르는 이례적 사태까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최병렬 대표는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대선 3대 공작'으로 재미봤으면 족하게 생각해야지, 음해로 총선에 재미보려 한다면 어찌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 있겠냐"면서 "정치에서 손떼고 국정을 제대로 챙기는 알뜰한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자신이 그런(타이타닉호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청와대에서는 `식구들끼리 한 사담인데 왜 시비하느냐'고 하는데 대통령에게 사담, 공담이 어디있냐"며 "법사위 등 관련 상임위를 열어 법무장관과 중앙선관위원장을 상대로 대통령이 이래도 되는지 따질 것은 따지면 좋겠다"면서 국회차원에서 대정부공세에 나설 것을 내비쳤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적 책임 이전에 정치도의상 무당적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1당에 대해 `타이타닉호의 침몰' 운운하는 등 발언을 마구 쏟아내도 되는 것인가"라며 "사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이날 오후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을 면담하고 지난 19일 노 대통령이 '리멤버 1219' 행사에서 '시민혁명은 계속될 것'이라는 발언과 지난 24일 '민주당 찍어내기' 발언에 대해 선관위 차원에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당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유종필 대변인은 "조순형 대표의 당부는 선관위에 대한 조사의뢰"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또 확대간부회의 브리핑에서 "대통령에 대한 공개서한과 사과요구, 선관위 및 검찰 고발,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 지구당 차원과 중앙당 차원의 규탄대회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으며 지도부가 논의해 순차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열린우리당 '개인적 의사표현', '트집정치' 중단 촉구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26일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구도' 발언과 관련해 야권이 노 대통령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고발키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공세를 펴고 있는 것에 대해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또다시 정치권의 논란거리를 제공하면서 정국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표정이다. 이는 향후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을 비롯해 국회에서 처리돼야할 각종 민생, 경제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가를 '시계제로'의 대치국면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청와대는 발언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는 않고 있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치적 무게를 반감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날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갓 정계에 도전하는 정치지망생들에게 현 정치상황에 대한 격려차원의 사적 방담을 갖고 계속 정쟁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또 "대통령의 숨소리까지 정쟁거리로 삼는 트집정치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그만두고 출마할 때 열심히 싸우라고 격려할 수 있는 이치와 마찬가지"라면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양심과 표현의 자유 등 국민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대통령 '총선용 발언' 예견된 구상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지난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은 다분히 전략적 발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노대통령은 올초 "다음 총선에서 우리가 이지지 못하면 '반쪽짜리 대통령'"이라면서 총선 승리를 주장했던 것과 이번 발언은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또 노대통령의 '민주당 찍어내기 발언'은 정국을 양당구도로 만들면서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틀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소수여당에서 탈피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으나, 만약 열린우리당이 필패할 경우 재신임과 맞물려 권력을 분점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노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게 '올인'하는 전략은 자칫 개혁세력의 분열과 아울러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노 대통령이 이처럼 총선에 직접 개입되는 모양새로 선거법 위반 논란을 초래하게 되면 지나치게 일찍 총선 분위기가 과열되고, 자연스럽게 열린우리당으로의 행이 쟁점화되는 등 정치권이 비생산적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편 선관위는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구도' 발언이 아직까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선관위는 "선거법상 선거운동은 특정 정당이나 개인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노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한 만큼, 선관위 또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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