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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올인한 盧, 총선실패 무슨말 할려나?
'민주당 배제' 발언은 반통합과 호남에 대한 협박정치일 뿐
 
장신기   기사입력  2003/12/26 [12:21]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이 된다'는 발언을 했다. 우선 노대통령의 바닥을 드러난 충격적인 발언이며 어떻게 저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싶을 정도로 깊은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인성을 의심케 할 정도로 극도의 편협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노무현 대통령     ©한겨레
우선 이 발언은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등 정신적 여당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는 통합론에 쐐기를 박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유력한 당권 후보인 정동영의원과 청와대의 문희상 비서실장 등이 연이어서 통합과 관련된 언급을 한 상황에서 여당의 최고 지도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통합은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시민과 김두관 등 소위 친노라인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민주당 부정론과 반통합론'에 노무현 대통령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둘째, 지금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올인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미 '올인'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노대통령의 지금까지의 행동만으로도 의회의 다수 세력을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한때 같은 정치적 동지였던 민주당에 대한 적대는 심할 정도다.

대선자금과 관련된 한나라당의 부정부패 문제에 있어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해명할 부분은 해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면서 한나라당을 법과 여론이 단죄할 수 있도록 본인은 주변 여건만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정치적으로 단죄를 당하게 되어 있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로서 대의회 관계를 비교적 큰 차원에서 풀어갈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한나라당과 감정적인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민주당에 대해서 역시 같은 대립각을 세움으로 해서 총선을 앞두고 공존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물론 노대통령은 이 말을 번복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 노대통령은 총선과 신당, 그리고 민주당 분당 문제에 있어서 참으로 뻔뻔할 정도로 말을 수 차례 바꿨다.

민주당이 분당 될 때에 분당을 막아달라는 요구에 '당정분리와 총선 불개입' 등의 이유를 들어서 방관하였던 노대통령은 분당이 된 후에 민주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고 열린우리당을 띄우기 위한 갖은 술수를 다 부려왔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노대통령은 다시 대화와 상생 그리고 타협의 정치를 내세우면서 의회 다수 세력과 공존을 위해서 온갖 립서비스를 다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제도적으로는 총리를 넘겨주면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기반을 만들 것인데, 이렇게 되면 지금 노대통령은 또 다시 거짓말을 될 가능성이 높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그렇게 자신이 있는가?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고 있고 갈등과 혼란, 그리고 대단히 소모적인 정쟁을 부추기면서 오직 '자신만 잘 되면 좋다는 식'의 극단적인 편협함을 보이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나중에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식으로 대의회 관계 복원을 나설 노대통령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진다.

세째, 대호남 협박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의 발언이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소위 전략적 선택론으로 예전부터 제시되었던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도와준다는' 논리는 이는 노대통령이 호남민들에게 던지는 협박 메시지인 것이다.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았고 소외를 받아온 호남민들에게 총선으로 인하여 소외를 받지 않으려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소위 전략적 선택론의 요지이다.

전략적 선택론은 행위의 순수성과 도덕성보다는 정치적 이득이 행위 선택의 주된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호남의 건강한 역사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소수자의 단결을 통한 민주화에 기여한 호남의 건강한 역사성을 모독하는 것으로서 호남을 그저 권력의 이득이나 추종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반역사적 논리인 것이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대호남 협박정치를 통해서 전략적 선택론을 퍼뜨리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은 이에 부화뇌동해서 앵무새처럼 따라 외치고 있다. 노무현 정권 탄생에 가장 중심적인 지지 세력이었고 정치적 소수이자 약자의 한을 가지고 있는 호남민들을 대상으로 해서 협박을 하고 있는 노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인 열린우리당의 행태는 반역사적이다.

지금 민주당의 주된 기반이 호남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한국 개혁세력의 정치적 자존심이자 가장 강력한 근거지인 호남의 여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배신행위와 열린우리당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여론조사 결과마다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에 비해서 3배에서 4배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으며 절대적인 차가 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한나라당 정서가 가장 강력한 호남에 대해서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띄우기 위해서 정치적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가 막나간다고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깊은 상처 속에서 형성된 호남민들의 정치적 의식을 전략적 선택론적 관점에서 이용해보겠다고 하는 발상부터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지금 노대통령의 논리는 정당한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지 않고 '공장 폐쇄와 사업 포기'를 통해서 대처하는 악덕 기업주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 노대통령의 논리는 악덕 기업주의 논리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는 것으로서 반민주적 발언을 한 것이다.

이제 노대통령은 내년 총선게임을 위해서 자신이 직접 싸움꾼이 되어서 나서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련의 돌출적인 언행은 바로 노무현식 총선 개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전주곡이며, 총선 국면이 다가오고 진행되면 될수록 그 정도가 심화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대통령은 민주당을 탄압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려는 대단히 몰지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에 상처받게 될 수많은 자신의 옛 지지자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이같은 정치철학으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으며, 사회의 다원화에 따른 갈등 조정을 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각종 사회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노대통령의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언행에 의해서 상처를 받은 사회적 약자들(노조, 부안군민 등)이 노대통령에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는 노대통령이 오만한 권력자로 변질되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이들에 대해서 적대적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판 한마디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또한 자신의 지지세력들에게 협박이나 하면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모습이 2004년의 한국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자신을 낮추고 혼신을 다해도 쉽지 않는 일이 바로 국민통합이다. 더군다나 갈등의 축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더더욱 심하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노대통령은 자신과 대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세력은 가차없이 적대하는 참으로 극단적 편협함을 보이고 있고 스스로 무너뜨린 정치적 신뢰 문제에 있어서도 오직 독선적 일방주의만을 고집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개탄스럽고 참담하다는 말을 그만 두련다. 노대통령은 그런 말을 들을 자격도 없다. 이제 필자가 노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이것이다.

'노대통령, 그렇게 행동하면 나중에 천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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