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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1년] 조중동 누른 인터넷 분열가속
노대통령 만든 인터넷, 정치칼럼웹진 등장과 분열 가속
인터넷언론 영향력 급상승, 포털에서 블로그까지 다양해져
 
심재석   기사입력  2003/12/19 [17:17]

12월 19일은 참여정부 출범1주년이 됩니다. 대자보와 시대소리는 통합기념으로 '[참여정부 1년] 회고와 전망, 그리고 평가'라는 주제로 각 분야에 걸쳐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대해 각계각층의 평가를 시리즈로 올리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편집자 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인터넷은 도저히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조중동의 카르텔을 깨고 ‘기호 2번 노무현 후보’를 ‘노무현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는 기대는 했을지언정 그 누구도 장담은 하지 못했던 일종의 기적이었다.

‘1등 신문’이라고 자부하는 조선일보가 역사적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사설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를 통해 이 기적을 막아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조선일보는 인터넷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를 두고 모 인터넷 신문은 “2002년 12월 19일, 대한민국 언론 권력이 교체됐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 후 일년, 언론권력을 교체시켰다고 자부하던 ‘인터넷 언론’은 어디까지 왔을까.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인터넷 언론계에 있었던 이슈들을 정리해 보자.

정치칼럼 웹진, 그 영광과 상처

▲서프라이즈 홈페이지     ©서프라이즈
2003년 인터넷 언론계의 화두는 역시 ‘정치칼럼웹진’이었다. 지난해 10월 처음 탄생한 ‘서프라이즈’를 필두로 ‘시대소리’, ‘동프라이즈’, ‘남프라이즈’, ‘스탠딩’, ‘씨알소리’, ‘e아고라’등이 모두 2003년 한해에 탄생한 사이트들이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공정성을 가장한 양비론을 벗어난 진정한 대안언론’이라는 극찬부터 ‘언론이 아닌 정치브로커들의 집합소’라는 악평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정치칼럼웹진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영광과 상처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개혁세력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출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35% 지지율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놓고 있다. 이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무엇보다 지지층 이탈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정치칼럼사이트의 분열상이다.

첨여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한 지 3개월이 돼가던 2003년 5월 18일, 노무현 지지세력의 총결집소였던 서프라이즈가 분열됐다. 노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여기에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의원)’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개혁파들이 주장하던 ‘신당’에 대한 입장의 차이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대북송금특검’과 ‘신당문제’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은 ‘서프라이즈’에 대항하는 의미로 ‘동프라이즈’를 창간하고 ‘반노(反盧)’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즈음 서프라이즈의 운영권 분쟁의 결과로 시대소리가 창간되기도 했다.

이후 친노(親盧)를 대표하는 서프라이즈, 반노를 대표하는 동프라이즈, 좌파를 대표하는 진보누리, 친노와 반노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냈던 시대소리의 4강체제가 한동안 유지됐다.

서프라이즈는 지역감정청산과 언론개혁을 가장 큰 화두로 삼은 반면, 동프라이즈는 영남패권주의 척결과 햇볕정책계승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동프라이즈 ‘대문글’에 ‘친민주노동당’ 성향 논객의 글이 오르자, 일부 구성원들은 “동프가 민노당에 넘어갔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8월11일 남프라이즈가 탄생했다. 이후 수많은 웹진의 탄생했고, 사라졌다.

정치칼럼 웹진의 분열과정에는 항상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 노대통령에 대한 입장 차이가 사이트의 분화를 만들어 냈고, 이 같은 현상은 정치권의 빅뱅과 일치했다. 때문에 본지 기획위원 변희재씨는 “인터넷논객들이 대통령 입만 바라보고 있다”며 개탄하기도 했다.

인터넷 신문 영향력 급상승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오마이뉴스
지난 10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10개 분야 전문가 104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에 순위에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가 KBS, 조선일보, MBC,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이어 6위로 올라섰다. 공중파인 SBS와 4대 일가지인 <한겨레신문>를 제친 것이다. 점율도 작년의 4.2%의 약 세배인 11.5%를 차지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지난달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피니언 리더 중에 오마이뉴스 안보는 사람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11위 2.6%)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13위 1.6%), 야후(14위 1.6%), 네이버(19위 0.5%) 등이 2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의 영향력이 급상승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결과라고 볼 수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내년에도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급상승하자 기존 언론매체들도 인터넷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조선닷컴과 인터넷 한겨레 등은 단순히 종이신문의 컨텐츠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체 기자를 두고 독자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강해지자 인터넷 매체간의 경쟁은 점점 더 심화됐고, 각 매체들은 기사제휴 등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일간스포츠-조인스닷컴, 한국i닷컴-스포츠투데이, 인터넷한겨레-굿데이는 기사 제휴를 맺었고, 조선닷컴은 이데일리 증시속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인터넷 상의 양대 경제지인 이데일리와 머니투데이는 경쟁지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공동유료회원 가입을 위해 공동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계의 공룡, 미디어 포털 등장

네이버, 다음, 야후 등 거대 포털사이트들이 본격적으로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터넷 언론계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미디어 다음 홈페이지     ©다음
특히 다음(Daum)에서 제공하는 <미디어다음>은 조선닷컴 보다 두 배 가까이 방문객을 맞이 하는 등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다음>은 기존의 ‘다음뉴스’를 ‘미디어다음’으로 개편, 선보인 3월 이후 인터넷언론계의 독보적인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음미디어>에 이은 <네이버뉴스>도 기존 언론사보다 월등한 방문자 수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 포털사이트들은 이메일, 검색, 커뮤니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는 많은 고객을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뉴스’서비스만 제공하는 전문 언론사보다 경쟁력이 훨씬 높다. 때문에 미디어포털의 등장은 기존 언론사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 포털사이트들은 50안팎의 언론사로부터 컨텐츠를 수집, 제공하고 있어 점점 기존 언론사가 정보의 양으로 미디어포털을 따라잡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언론사들이 미디어포털로의 위협으로터 벗어 나려면 르뽀, 탐사 기사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미디어포털 사이트를 언론사로 간주할 것인가는 논쟁의 소지로 남아있다. 기사를 자체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전통적으로 언론이라면 나름대로의 논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미디어포털에는 이것이 없다는 것이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지난 8월에 선거법 개정과 인터넷 언론'이라는 토론회에서 "기사를 매개하는 사이트까지 언론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거법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지난 11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다음은 언론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뉴스를 연결해주고 네티즌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디어포털을 ‘언론’의 범주에 넣을 것인지 말지는 선거에서 후보자광고, 후보자 토론회 주최여부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이다. 선관위가 제출한 선거법 개정안에는 인터넷언론사의 정의가 ‘기사를 인터넷을 통하여 보도,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인터넷사이트’라고 돼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좀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인 미디어 블로그 열풍

1인 미디어라 불리는 불로그가 네티즌들의 관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가 합쳐진 신조어로 개인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일기, 칼럼, 기사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웹 사이트이다.

블로그는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활성화 됐고, 우리나라에도 금년 초 알려지기 시작해 폭발적인 확산을 하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들도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고, 싸이월드가 ‘미니홈피’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는 웹상에서는 하나의 유행이 됐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인 만큼 형식과 내용은 다양하다. 매일매일 자신의 일기를 올리는 사람도 있고,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한다.

CNN의 이라크 특파원인 케빈 사이트는 CNN에서 보도하지 못하는 이라크인의 고통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관심을 받기도 했다. 중국의 무즈메이라는 여성은 지난 6월 자신의 블로그에 성체험담을 매일 일기로 써서 공개해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바 있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지난 2월 대구참사 당시 한 승객이 촬영했던 지하철내 사진을 한 블로그에서 발견, 보도하는 특종을 낳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 총선에서 다시 힘 보여줄까?

한편, 내년 총선에서도 지난 대선처럼 인터넷 언론이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 언론들은 벌써부터 총선을 준비하는 코너를 준비하고 총선태세를 단단히 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개혁과 반개혁이라는 명확한 전선이 있었기 때문에 개혁세력은 인터넷을 무기로 총결집 해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정치권은 분열됐고, 그에 따라 네티즌도 분열됐다. 때문에 총선에서 지난 대선과 같은 열풍이 일어날 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같은 분열의 시대에 본지와 <시대소리>는 <브레이크뉴스>로 통합을 결정했다. 단지 두 사이트의 통합이 아닌 개혁세력 통합을 위해 본지와 시대소리는 노력할 것이고,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한다./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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