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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盧 분란초래 기자회견 왜했나?
중앙 "액수차이는 자가당착, 총선 겨냥한 정략적 발상이다"
경향 "진실 공개없는 기자회견은 정략적, 신뢰 못 얻는다"
 
윤익한   기사입력  2003/12/17 [09:58]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4일 4당 대표 회동에서 밝힌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으면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10분의 1 발언에 책임을 질 것이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직을 건 발언을 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를 조기 차단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고백' 수준의 발표는 들어 있지 않아 알맹이 빠진 회견이었으며, 이전총재의 회견에 이어 맞불을 놓기 위한 정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뿐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12월 17일 조선·중앙·동아·경향·한겨레신문은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이 왜 이날 회견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위태로운 국정운영의 문제는 다름 아닌 노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조선 "한 것 없이 위태로운 말만 늘어놓은 대통령 자신이 문제"

▲조선일보 17일자 사설, 대통령 흔든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대통령 흔든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다>제하의 사설에서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여소야대 등 주변의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국정수행에 어려움을 토로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 대통령을 흔든 것은 일에 파묻힌 적도 없이 위태위태한 말만 앞세워온 대통령 자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또 10분의 1이 넘으면 대통령이 하야하겠다는데 검찰 수사가 얼마나 부담을 느끼겠으며  제대로 된 수사결과가 나올 수 있겠냐고 지적하고, 앞으로도 총선에 재신임을 거는 새로운 도박이 나올지, 또 무슨 폭탄발언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 "야당과 액수 차이 강조는 자가당착, 총선 겨냥한 정략적 발상이다"

중앙일보는 <이런 회견이 왜 필요한가>제하의 사설에서 대통령이 이제껏 해온 말만 똑같이 되풀이해 왜 이런 회견이 필요했는지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라면서, 노 대통령은 수사의 조기종결과 정치개혁의 가속화를 위해 정치권에 수사협조를 당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설은 10분의 1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그만둘 것이며 수사가 끝나면 재신임 방법을 찾겠다고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면서, 이는 국민에 대한 일종의 협박이자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여론을 대통령이 귓전으로 들었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몰아붙였다.

또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서 정작 중요한 위법성보다 야당과의 액수 차이만 강조한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검찰이 영향받을뿐 아니라 이러니까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 "하루라도 빨리 노 대통령 방문조사 이뤄져야, 자기고백도 서둘러야"

동아일보는 <'대통령 방문조사' 빠를수록 좋다>제하의 사설에서 노 대통령의 회견 내용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진실이 담긴 자기고백을 서둘러야 함에도 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원론적 주문에 그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설은 헌법 84조는 '현직 대통령 형사상 소추 불가'를 규정하고 있지만 조사는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방문조사'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면피성 조사가 아닌 검찰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천금보다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말이 가벼워서야 국민의 신뢰를 잃고 국가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의 말은 누가 들어도 오해나 혼란의 소지가 없도록 완결성을 지녀야 하고 한 말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향 "진실 공개없이 국면 유리하게 이끌려는 기자회견은 신뢰 못 얻어"

▲경향신문 17일자 사설,‘흔들리는 대통령’ 누가 만들었나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흔들리는 대통령' 누가 만들었나>제하의 사설에서 노 대통령과 이전총재의 기자회견은 의혹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성난 여론을 의식해 마치 사과 경쟁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노 대통령의 '10분의 1'발언에 대해 사설은 많을지 적을지는 검찰 수사가 끝나봐야 알 일이지 대통령이 미리 선을 그을 사안은 아니라면서, 특히 10분의 1이 넘으면 책임지겠다는 것은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캐물었다.

그러면서 사설은 이것이 '폭탄선언'이 아니라면 무엇이 폭탄선언이냐면서,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데 검찰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지 수사가 끝난 뒤 무엇을 밝히고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실체적 진실 공개없이 현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기자회견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 "50분 생방송 새롭거나 주목할 것 없어, 부적절 발언 쏟아져"

한겨레는 <'특별함'없는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제하의 사설에서 노 대통령의 갑작스런 회견은 이전총재의 기자회견과 검찰출두에 자극 받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거의 50분 생방송동안 새롭다거나 주목할 내용은 없었다며 평가절하했다.

한겨레는 그러나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한 점이나, 대선자금 특별검사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불법 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 이상이면 약속대로 정계를 은퇴하고, 수사 결과가 밝혀지면 반드시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사설은 노 대통령이 '10분의 1' 이라는 기준을 도덕적 비교우위의 잣대로 정해놓고 이에 집착하고 있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직 사퇴니 정계은퇴 따위의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도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옳은 자세가 아니라고 몰아붙였다.

이어 또다시 재신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은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모든 신문은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의 기자 회견이 자기고백은 없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재신임을 또다시 거론해, 결국 총선을 겨냥한 정략이며 이전총재의 검찰출두에 이은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나마 한겨레가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한 것과 특검도 받을 용의가 있다고 한 대목을 칭찬한 것이 전부였다.

특히 동아일보는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방문조사를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면서, 혐의가 있을 경우 검찰이 조속히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고 앞장섰다. 최근 동아일보는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여타 신문들에 비해 수위도 한층 높은 비판의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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