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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 무게 1/10 공방, 통합론 실종
한나라당 트럭게이트 최대표 단식날려, 민-우 통합론 잠수
이회창씨 '감옥가겠다'며 검찰로, <대선자객> 선관위 칼맞아
 
심재석   기사입력  2003/12/15 [18:06]

‘차떼기!’
사전에 보면 “어떤 상품을, 화물 자동차 한 차에 얼마로 값을 쳐서 모개로 사들이는 일, 또는 그렇게 하기 위한 흥정”이라고 정의돼 있는 이 단어가 지난 주 정치권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5대기업으로부터 약 5백억원의 불법선거자금을 갈취하면서 이 차떼기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지자, 국민들은 어마어마한 돈의 액수도 액수지만 그 방법이 치밀하고, 음흉한 수법에 놀랐습니다.

▲서정우 변호사     ©YTN
검찰은 지난 9일 이회창 후보 법률고문과 개인 후원회(부국팀) 부회장을 역임한 서정우 변호사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LG로부터 현금 150억원을 건네 받아 전달한 사실을 밝혀내고 서씨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를 시발점으로 삼성으로부터 1백52억, 현대로부터 1백억을 받은 사실도 추가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습니다.특히 서정우 변호사는 삼성의 사외이사인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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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한나라당은 창당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측근비리 특검법 통과를 강행한 것도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물타기 하려는 것이었다는 비난도 받고 있습니다. 특검법 재의결을 위해 10일간 단식투쟁까지 감행했던 최병렬 대표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창떼내기’에 들어갔습니다. 최 대표는 지난 11일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다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기본적 도리"라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밝히겠다"고 말한 것이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관련기사] 김광선, 차떼기 한나라당, 昌떼내기 공방치열(2003/12/11)

한편 청와대도 대선자금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장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결백을 주장했던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 받은 것으로 결국 드러났습니다. 이 실장은 이 돈을 받아 단순히 안희정씨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졌지만, 국감장에서의 위증으로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네받은 안희정씨는 결국 구속됐습니다.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기업 등으로부터 11억4000만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안희정씨를 14일 구속수감했습니다. 검찰은 이로써 안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지 세 번만에 끝내 구속시켰습니다.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전 실장과 안희정씨가 모두 불법대선자금에 연루돼 노무현 대통령도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대통령은 14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의 1/10을 넘기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고 강수를 뒀으나 오히려 여론의 여풍을 맞고 있습니다.

안씨를 필두로 내년총선 충청권에서 노풍을 일으켜보겠다는 열린우리당은 이로인해 충청권 전략을 새로 세울 수 밖에 없어 보이며, 안씨의 강력한 도전으로 위기를 맞았던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은 속으로 크게 웃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이윈컴, 안희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 (2003/12/14)
심재석/윤익한, 1/10역풍, 도대체 대통령직 몇번거나, 대자보 (2003/12/15)

▲김두관 전장관     ©대자보
열린우리당은 내년 1월 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들어갔습니다. 그 시발점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었습니다. 김 전 장관은 8일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당의 요즘 모습은 폐쇄적, 하향적, 일방적 당 운영으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 그 자체”라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중앙상임위원직을 사퇴하며 “당내 지도부 및 당직자들은 전원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조기 전대를 치르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김 전 장관의 주장이 당권을 향한 발걸음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영남지역에서 김두관 전 장관과 당권을 놓고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은 “당이 어려울수록 위기타개를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할 때에 튀는 발언으로 개인의 인기에만 집착하는 것 아니냐”며 김두관 전 장관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기사] 심재석, 열린우리당 당의장경선, 지역대결 움직임, 대자보(2003/12/11)

한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재통합설은 일단 수면아래로 가라앉게 됐습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재통합 불가론자인 유용태 후보가 재통합론자인 설훈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이김으로 해서 이같은 결과가 예상됩니다. 민주당은 11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한 가운데 소속의원 60명중 53명이 투표에 참여, 유용태 후보가 36표를 얻었고 설훈 후보는 17표 그쳤습니다. 이에 앞서 이용삼 후보가 원내대표 후보를 사퇴하는 과정에서 당내분열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통합론은 앞으로 다시 수면위로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설훈(서울 도봉을)•조성준(성남시 중원구), 열린우리당 정대철(서울 중구)•배기선(부천 원미구)•정장선 의원(경기 평택시) 등 수도권 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총선국면에서 민주당과 열리우리당이 통합 또는 연대를 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김광선,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통합파'에게 달렸나?, 대자보 (200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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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 민-우, '우리가 남이가' 재통합 솔솔?, 대자보(2003/12/12 )

한나라당 차떼기로 돈먹은 사실이 밝혀지던 날, 한나라당의 눈엣가시 김홍신 의원은 끝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의원 뺏지를 뗐습니다. 김 의원은 홈페이지에 사퇴의 변을 올리고 “(정석으로 정치를 하려는 의지가)한계에 부딪혔고 현실정치와 괴리에서 오는 자괴감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함에 따라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한나라당 탈당 선배들인 ‘독수리 5형제’처럼 열린우리당으로 거취를 옮길 것인지가 주목됩니다.

[관련기사] 심재석, 김홍신의원 '굿바이 한나라당' 의원직사퇴, 대자보(2003/12/09)

▲라이브즈닷컴 홈페이지     ©라이브즈닷컴
한편, 또다시 네티즌과 선관위의 한판 대결이 시작될 듯 보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특정정당과 입후보예정자를 비방하는 내용위주의 게시물을 올리는 등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라이브이즈닷컴(www.liveis.com)’ 운영자 김모씨와 ‘우리나라(www.uni-nara.com), 운영자 강모씨를 서울지검에 고발했습니다. 이중 라이브즈닷컴은 네티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대선자객>이라는 정치풍자무협극화를 연재하는 사이트여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된 바 있습니다. 매번 선거철마다 벌어지는 선관위의 인터넷 검열은 근본적으로 법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심재석, 선관위, <대선자객>에 선거법 칼 겨눴다, 대자보(2003/12/12)
심재석/김광선, '대선자객은 노빠아닌 검찰 힘보태기'(2003/12/10)

지난 12일 안티조선운동의 거목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회를 가져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개최한 <안티조선 운동의 성과와 한계> 주제의 이날 토론회에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김동민 교수(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 최영묵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 조희연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과),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등 안티조선 운동계에서 내노라 하는 학자와 현직언론인이 참여했습니다.

[관련기사]
윤익한, 안티조선, 조직적 대중화로 확산해야, 대자보(2003/12/13)
윤익한, 명계남씨 "안티조선 인사 '노빠' 매도말라", 대자보(2003/12/13)

이번 주 19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열린우리당과 노사모 등은 그 감격의 날을 되새기자며  <Remember 1219 >라는 제목으로 각기 백범기념관과 여의도 공원에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구석 아쉬움이 스며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희망돼지’가 상징하는 깨끗한 정치에 대한 열망은 안희정씨의 구속으로 상처를 받은 것이 사실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깨끗한 선거 치렀다”에서 “한나라당보다 깨끗한 선거 치렀다”로 말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어쨌든, 이번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우리 정치가 한걸음 발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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