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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 盧 리더십도 분별력도 없어 갈등키워
동아 "민주당이 정치력 발휘해 민생 챙기는 역할 앞장서야"
조선 "성숙한 리더십 없어 노 대통령의 '희망가' 공허해"
 
윤익한   기사입력  2003/12/01 [11:48]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 거부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경색된 정국이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전면 대결로 인해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내년 예산안과 민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민주당의 새 대표로 취임한 조순형 대표가 4당 대표 회담을 제안하면서 대화의 물꼬는 튼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벼랑 끝 대치 국면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세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갈등요소는 잠시 잠복해 있다는 게 중론이다.  

12월 1일 동아·경향·한겨레는 청와대와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설을 실으면서, 이를 위해 동아는 민주당이, 경향과 한겨레는 한나라당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해 차이를 드러냈다. 한편 조선과 중앙은 한동안 주춤했던 노 대통령의 '말'을 문제삼는 사설을 다시 싣기 시작했다.  

동아 "민주당이 정치력 발휘해 민생 챙기는 역할 앞장서야"

▲동아일보 1일자 사설, 趙舜衡 민주당 국회정상화 앞장서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趙舜衡 민주당' 국회정상화 앞장서라>제하의 사설에서 새 출발한 민주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청와대와 한나라당간 대치상황을 풀고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가 나라살림과 민생을 챙기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설은 또 특검법 재의를 통해 국회를 여는 것만이 대치정국을 푸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정한 뒤, 대통령과 원내다수당이 '오기와 생떼의 정치'로 국민을 더 이상 고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향 "새 특검법안 의결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성과'"

경향신문은 <국회정상화가 우선이다>제하의 사설에서 특검법안 재의투표가 부결된다 하더라도 새 특검법안을 올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공감대가 생긴 것은 한나라당 장외투쟁의 '성과'라고 설명하고, 한나라당은 특검법안 재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 재신임 문제가 헌재의 사실상 위헌 판결이 났음에도 노 대통령이 '정치권이 합의하면 가능하다'며 분란의 소지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대통령은 야권의 공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나 행동을 삼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노 대통령과 최 대표는 조건없이 대화해야"

▲한겨레 1일자 사설, 한나라당은 조건없이 국회정상화하라     ©한겨레
한겨레는 <한나라당은 조건없이 국회정상화하라>제하의 사설에서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여전히 '특검쟁취·정치개혁을 위한 나라살리기 대장정'에 돌입하고,  특검재의에 대한 각 당의 당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공당으로서 합리적이지도 떳떳하지도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사설은 거부권이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고 재의결 수단까지 있는 상황에서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정하고,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각종 예산안이나 민생법안 처리를 볼모로 하는 것은 납득할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재의결 가능성과 국회 등원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정략적 태도이며,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회개 없이 측근비리 공세를 벌이고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장외투쟁을 하는 것도 이중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설은 4당대표 회담과 함께 노 대통령과 최 대표의 회동도 조건없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조선과 중앙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문제삼는 사설을 실어, 노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과의 만남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왔다.

조선 "성숙한 리더십 없어 노 대통령의 '희망가' 공허해"

조선일보는 <"한국만큼 희망있는 나라도 없다">제하의 사설에서 지난달 28일 SBS TV 토론에서 노 대통령이 "한국만큼 희망있는 나라도 별로 없다"고 한 것은 과거의 일이라며, 많은 국민들은 과거에 이룬 성취가 아닌 현재의 국가 정체와 혼란상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나아가 사회에 원칙과 질서 권위가 다 무너졌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뒤, ▶외국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고 ▶우리 기업은 중국과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고 있으며 ▶한미동맹은 껍데기만 남았고 ▶동포 해외학자들까지 교육을 '재앙'이라고 우려했으며 ▶불법 체류 외국인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설은 이같은 진통을 성숙으로 이어가기 위해 성숙한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리더십 부재상태에서 대통령 자신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희망가'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중앙 "노 대통령의 분별없는 태도가 갈등 키워"

▲중앙일보 1일자 사설, 중국동포 농성장 찾아간 대통령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중국동포 농성장 찾아간 대통령>제하의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며칠 전 불법 체류 중국동포가 농성 중인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해 그들에 대해 인도적 조치를 검토하는 것과 노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엄연히 법을 어긴 범법자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러분들의 요구에)공감하고 있다"고 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설은 집단행동을 하고 아우성치면 해결된다는 인식이 만연하고 있는 것도 대통령의 이런 분별없는 태도에서 기인한 바 크다며, 준법보다 불법이 주류가 되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야 나라가 온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좀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동아와 경향, 한겨레는 국회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각 언론사마다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상은 달랐다. 동아가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비판하면서 민주당에 무게를 실은 반면, 한겨레는 한나라당이 정략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향은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한나라당이 재의결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며 노 대통령도 야권공조를 방해하는 발언을 삼가라고 충고했다.

한편 조선과 중앙은 대통령의 성숙되지 못한 리더십과 분별없는 태도로 인해 원칙과 질서, 권위가 무너진 사회가 됐다고 지적하고, 대통령이 좀더 신중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최근 중앙일보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에 있어 조선과 동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에 비해 중앙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주목할 대목으로 보인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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