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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20만원이 아니라고?'…황우여 발언 파문
공약집에 연금 통합 문구 슬그머니 끼워넣어…미필적 고의
 
조은정   기사입력  2013/09/25 [01:02]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4일 기초연금에 대해 "20만원 지급이 아니라 연금통합이 공약의 핵심이다"고 발언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선 당시 20만원 지급을 약속해놓고, 이제와서 연금 통합을 핑계삼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약 내용이 무조건 모든 분들한테 20만원을 드린다는 게 아니었다"면서 "우리가 볼 때는, 공약 내용은 노령연금·장애인연금·국민연금의 통합을 법에 의해 단계적으로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말한 '연금 통합'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집에서 기인한다.

당시 대선 공약집을 보면 "기초연금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A값의 10%) 지급"이라고 적시돼 있다.

현재 기초노령연금 수준인 10만원의 2배, 즉 20만원을 명확히 한 것.

그런데 그 앞에 전제로 붙어있는 것이 '기본방향'이라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현행 기초노령연금 및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함으로써, 사각지대나 재정 불안정성 없이 모든 세대가 행복한 연금제도로 개편"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황 대표는 이 문구를 토대로 월 20만원 지급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한다는 것에 공약의 본질이 있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새누리당의 뒤늦은 해명에 대해 "국민을 알고도 속였다"는 비판이 더 거세게 일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은 "대선 때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합쳐서 20만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 "이제와서 마치 자기들끼리만 아는 암호처럼 통합이라고 적시했다고 발뺌한다면 정치적으로 국민을 속인 것이 더 분명해진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20만원을 다 주는 것이 아니고,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연금 통합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국민들이 오해하도록 방치한 미필적 고의라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국민들이 월 20만원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줄 알면서도 속인 것이므로, 더 죄질이 나쁜 사기에 해당한다"면서 "차라리 솔직하게 재원이 부족해서 공약이 후퇴하게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정직하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노동팀장은 "대선 때 새누리당이 내걸었던 플래카드를 봐라. 월 20만원을 준다고 했는데 국민들이 어떤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대선 당시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연금 2배 인상"이라는 새누리당의 플래카드가 전국에 걸렸고,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 캠페인에 '월 20만원 지급'이라는 공약을 적극 홍보했는데 이제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

김 팀장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20만원은 선거 캠페인이었다는 식으로 말하다 비판을 받았는데, 그런 식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쉽게 여긴다면 정권의 정치적 신뢰를 저버리겠다는 것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원래 공약의 취지가 월 20만원 지급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해명을 계속한다면 엇갈리는 공약 해석을 두고 파문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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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9/25 [01: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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