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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국회 '밥그릇 챙기기'일제비판
조선 "국회의원 늘리기는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
한겨레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정치개혁 논의 주도해야"
 
윤익한   기사입력  2003/11/20 [11:00]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3인은 지난 11월 18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73명에서 26명 늘린 299명으로 합의했다. 한나라당 김용균, 민주당 박주선,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 등은 이같이 정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은 계속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기로 당론을 정한 한나라당은 김용균 의원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곧바로 김 의원을 경질하고 이경재 의원을 새롭게 임명했다.

한편 정가를 휘몰아치고 있는 대선자금 불법자금 사건이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시점에서 여야가 정치개혁에 관한 합의는 뒷전으로 미룬 채, 의원 수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11월 20일자 조선·동아·한겨레·경향신문도 사설을 통해 여야의 의원 수 증원 합의를 비판하면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회의원보다는 중립적인 기구에서 정치개혁안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조선 "의원 늘리기는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

▲조선일보 20일자 사설, 의원 모자라 정치가 이 모양인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의원 모자라 정치가 이 모양인가>제하의 사설에서 국회의원의 적정 수는 국민적 공감을 얻는 것이 핵심적 요건이라고 지적하면서, 돈 많이 드는 정치, 생산성 낮은 지금의 정치가 국회의원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설은 인구증감에 따른 기존 선거구의 분리와 통합 과정에서 선거구가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정치권에 대해, 이는 국민들이 볼 때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며, 우선 납세자인 국민의 의견을 살피고 물어보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회의원들 스스로 나설 것이 아니라,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구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동아 "국민들로부터 밀실 정치, 야합이란 비판받는 것 당연"

동아일보는 <지금이 국회의원 수 늘릴 때인가>제하의 사설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일부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을 늘려야 하지만, 지금은 의원들 스스로 그 수를 늘리자고 제안할 때가 아니라며,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하는 정치권의 인식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정치개혁을 서두를 때라고 지적하며, 정개특위의 3당 간사끼리 합의한 논의 구조도 문제라면서, 이러니 국민들로부터 밀실 정치니 야합이란 비판을 듣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향 "몰염치하고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들인지 의심돼"

▲경향신문 사설, 몰염치한 국회의원 증원 합의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몰염치한 국회의원 증원 합의>제하의 사설에서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만든 특위의 책임자들이 처음으로 합의해 결정한 것이 국회의원 증원 합의냐고 물으면서, 이는 몰염치하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들인지 의심해볼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설은 여야가 의원 숫자를 늘리기 전에 대선자금 수사에 협조하고 중앙당 축소, 지구당과 후원회 폐지, 정치자금의 투명화 등 정치개혁안부터 합의하는 것이 바른 순서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정치개혁 논의 주도해야 공정"

한겨레는 <국회의원 증원에 누가 찬성하겠나>제하의 사설에서 대결정치와 폭로, 부패, 방탄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 시점에 의원 수를 늘리겠다는 것은 기득권 사수에 연연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국민의 대리인일 수 있느냐는 불쾌감이 든다고 말했다.

또 의원정수 확대는 고비용 정치구조와 정치부패를 해결하는 제도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특히 김용균 한나라당 간사처럼 이해관계에 있는 의원들을 정개특위에서 제외해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며, 이후 정치개혁 논의를 공익대표로 구성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주도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이날 관련 사설을 싣지 않았으며, 종합 5면에 <"의원수 늘리기는 밥그릇 챙기기">라는 제목의 단신기사에서 "국회의원 정수 증원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이를 한나라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짧막하게 보도했다. 

이날 대부분의 신문은 여야 간사 3인이 합의한 의원 수 증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와 같은 외부기구를 통해 정치개혁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자금 문제로 검찰이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노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거스르기 어려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의원 수 증원 문제가 간사단 합의를 거쳤음에도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한나라당 입장에서 볼 때,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당된 이후 개혁 경쟁을 벌이면서 한편으론 의원 수 증원을 당론으로 정하는 등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호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주당과 우리당은 의원 수가 절실히 필요한 입장이고, 상대적으로 영남지역보다는 수도권 및 도농지역에 의석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한나라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와 경향을 비롯해 조중동까지 여야 합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정치개혁 물살의 당위성과 이같은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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