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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분열, 정치 닮아가는 정치웹진
서프 '노무현 색안경' 내부비판, 시대소리 '노선차이'로 분화
친민주당 e-agora, 정치뉴스 중심'스탠딩' 연달아 출범
 
심재석   기사입력  2003/11/18 [19:10]

인터넷에서 정치담론을 형성, 유포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각 정치칼럼웹진들이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내분을 겪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서프라이즈의 등장 이후 시대소리, 동프라이즈로, 남프라이즈 등 거듭된 분화를 통해 탄생한 당파적 성향의 정치웹진들은 최근 내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분화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노선차이와 사이트 운영상의 의견차이가 그 원인이다.

서프라이즈, ‘노무현 색안경’론 내부비판에 반론거세

▲서프라이즈 메인화면     ©서프라이즈
지난 5.18일 시대소리와 동프라이즈로 분화된 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표명하며 큰 내분없이 꾸준한 성장세에 있던 서프라이즈는 추미애 의원에 대한 논객들의 관점의 차이로 인해 논란이 촉발됐다. 그리고 그 논란의 가운데에는 서프라이즈에서 웹마스터를 역임하다가 감사를 맡은 이름쟁이(최기수씨)가 있다.

지난 12일 추의원의 대선에서의 노대통령 지지 사과발언 이후 서프라이즈에서는 추의원에 대한 성토가 계속 이어졌다. 이에 대해 평소 추 의원 지지를 표명해 왔던 이름쟁이는 ‘마녀사냥 전문사이트 – 서프라이즈’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글에서 “(서프라이즈가)'노무현 선글라스'에 길들여져 그것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며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서프라이즈의 마녀사냥과 모순논리의 강변으로 인해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마저 서로 끝없이 분열시킬까 우려스럽다”고 서프라이즈를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은 외부에서 서프라이즈를 비판할 때 많이 언급된 주장이었으나 서프라이즈 구성원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름쟁이의 이 글에는 1000개 이상의 쪽글이 달리는 등 유례없는 논란을 빚고 있다.

이름쟁이는 이 전에도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은 노대통령과 신당’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함께 했으나 분당에 반대한 의원들(조순형, 추미애, 이낙연 의원등), 강준만 교수 등에게 적대적인 서프라이즈 네티즌들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신당에 대해서도 “(신당을) 찬성했지만, 선거가 임박해 도저히 안되겠다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민주당과 합당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온건론을 펼쳤다.

서프라이즈 안에서 이름쟁이의 이같은 도발은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서프라이즈의 유명 독자 논객인 한다솜은 “추미애 의원이 한 발언과 행동들은 국민참여로 탄생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한, 자기 직장 내팽개치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무리해가면서 후원금내고, 희망돼지 채우느라 밤새고, 선거 전날 그것 때문에 한표 달아 날새라 찌라시 주으면서 다닌, 국민참여 대통령 노무현을, 아니 국민 그 자체를 모독한 것”이라며 반론을 펼쳤다. 심지어 독자들은 “이름쟁이가 서프라이즈를 떠나라”는 등의 원색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는 “필진들이 각자 자신의 생각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서프라이즈 필진들은 각기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글을 써왔고, 다른 필진의 글에 왈가왈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 문제를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독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이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매체에서나 이견은 나오게 마련이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속에서 서로 감정을 상하지 않고 문제들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것은 매체를 지속시켜 나갈 역량이 있는지를 판가름 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대소리, 당파성에 밀린 다양성, 노무현 비판 거세질 듯

▲시대소리 메인화면     ©시대소리
지난 5월 서프라이즈에서 분화돼 나온 시대소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친노, 반노, 비노  등이 혼재돼 정치칼럼웹진 중에 가장 다양한 목소리를 내던 사이트였다.

그러나 지난 6월 15일 창간 이후 5개월이 지나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오히려 분란의 씨앗이 됐다. 최근 시대소리 15인 운영위원들 사이에서는 ‘칼럼중심의 사이트를 탈피하고 보도기능을 추가해 일반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 아니면 ‘칼럼사이트를 지속시킬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낼 것인지 기존처럼 다양한 목소리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내부 투쟁이 있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운영위원 15인 중 미둥, 이진우(미래정치), kein, 장주식(와이드샷)이 시대소리에서 떠났다. 그러나 변희재 운영위원은 현재 거취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표명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소리 분화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역시 당파성의 차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대소리를 떠난 운영위원 4인중 3인이 노대통령 지지 또는 비판적 지지 입장을 띄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시대소리 논객 정희주씨는 “칼럼니스트들은 사이트의 전체적 논지가 일관될 수 있도록 글을 올려야 한다”며 시대소리가 일정한 당파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주씨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로 노무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 오던 논객으로 그의 이 같은 주장은 미둥, kein 등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논객들과 논쟁을 야기하기도 했다.

시대소리 이정호 운영위원은 “앞으로 시대소리는 정권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담당하고,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찬반에서 벗어나 파병, 부안방폐장, 세계평화 등 개혁적 담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계적 중립성을 조율하지 않고, 중도통합세력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추미애, 김영환 의원이나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원의 노선을 지지한다”며 시대소리의 당파성을 명확히 했다.

한편, 시대소리는 앞으로 장신기씨가 대표운영위원을, ‘전차’가 편집장을 맡아 2기 시대소리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또한 사이트 개편 및 상근체제 도입 등 재도약을 위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남프라이즈, ‘시민25’, ‘활강’의 퇴출과 아고라 탄생

▲남프라이즈 메인화면     ©남프라이즈
서프라이즈와 시대소리에 앞서 분화의 조짐을 보였던 남프라이즈는 끝내 분화돼 ‘아고라'(http://www.e-agora.org) 라는 새로운 사이트가 19일 탄생한다.

남프라이즈의 분화의 원인은 사이트 운영을 둘러싸고 운영자와 논객간의 갈등이 그 시발점이 됐다. 남프라이즈 운영자 남프지기와 논객 활강이 개인적인 e-메일을 주고 받다가 언쟁으로 비화된 후, 남프지기가 활강의 글을 삭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남프라이즈 논객과 독자들 간에 남프지기의 임의적 글 삭제가 월권인지 아닌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이를 중재하던 임시운영자 시민25도 일방적으로 활강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남프라이즈에서 제명당했다.
 
결국 남프라이즈를 떠난 시민25를 중심으로 활강과 행인2 등은 ‘아고라’라는 정치웹진을 창간하고 독자적인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고라의 정체성은 영남패권주의 혁파, 햇볕정책 지지, 민주당 지지로 남프가 표방하는 정체성과 다르지 않다. 아고라 관리자 시민25는 “건전한 시민적 상식을 가진 모든 네티즌의 방문과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할 것”이라며 “사이트 운영은 민주시민의 상식에 기초할 뿐만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중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합당하고 정의로운 정신에 입각한 운영이 되도록 늘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25는 아고라와 남프라이즈의 차이점에 대해 ‘운영방식’을 들었다. 그는 “이념적으로 남프라이즈와 아고라는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아고라는 남프라이즈의 비민주적인 운영방식을 탈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프라이즈도 체제를 정비하고 재도약에 나섰다. 남프라이즈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운영위원장 ‘노니타’를 선정하고,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남프라이즈는 최근 랭키닷컴 주간순위 기준으로 정치웹진분야에서 시대소리를 제치고 2위에 올라 한창 고무돼 있다.

통합과 연대 모색하는 정치뉴스사이트 스탠딩 출범

인터넷에서의 정치과잉과 정치웹진의 강세를 반영하듯 각 정치웹진의 컨텐츠만을 모아 정치현안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정치뉴스사이트 스탠딩(http://www.standing.co.kr)이 11월 20일 출범한다.

'통합과 연대, 모두가 하나로 되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스탠딩'은 서프라이즈와 시대소리 등 각 정치웹진의 대문글(헤드라인)과 연합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어찌보면 서프와 시대소리의 통합사이트로 착각할만큼 두 진영의 대표논객들의 글들을 볼 수 있다. 스탠딩은 이를 위해 서프 및 시대소리와 컨텐츠 계약을 맺은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통합과 연대를 기치로 해서 대표적인 정치칼럼사이트의 글들을 모아논다고 해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과거 서프라이즈 분화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정치웹진 중 씨알소리(http://www.ssialsori.org/)가 이러한 방식을 취했지만, 현재는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탠딩' 자체의 핵심 컨텐츠가 없는 상태에서 서프와 시대소리의 기사로서는 유인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즉, 정치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이라면 서프 방문 이후 시대소리나 남프라이즈 등 정치웹진들의 방문 동선이 일정하기 때문에 굳이 '스탠딩'에서 까지 가서 볼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탠딩의 출범 또한 인터넷에서의 '이상정치과잉'의 한단면을 반영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정치칼럼 웹진 어디까지 분화되나

앞에서 살펴봤듯 각 정치칼럼 사이트들은 현재 급격한 분화와 내분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은 정치적 입장차이와 사이트 운영에서 불거진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18일 최초로 서프라이즈가 분화했을 때도 역시 같은 원인을 안고 있었다.

종이신문과 방송이라는 전통적 매체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인터넷언론들. 그 중 주장/칼럼을 특화시키고 독자들의 커뮤니티적 역할까지 수행해 온 정치칼럼 웹진들. 이들이 계속적인 분화를 겪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조율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차이로 논쟁이 벌어졌을 때, 사이트 운영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생겼을 때 어김없이 사이트의 분화로 이어졌다.

이는 오프라인 매체와는 달리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매체를 만드는 것이 간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율에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새로 하나 만드는 것에 훨씬 쉽기 때문이다. 운영주체간의 소통의 부재도 하나의 원인이다. 비록 온라인에서 매일 회의하고 오프모임을 통해 자주 만난다고 해도 서로 부대끼며 고민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둘째, 사업적 마인드의 부재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자나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없이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몇몇 정치웹진들은 일종의 취미형태로 운영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매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매체의 역할에 대해 좀더 진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셋째, 신개념 매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조직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전통적 언론매체는 조직원들간에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의견수렴 구조가 정착돼 있다. 그러나 수만명의 네티즌들이 필자이기도 하고 독자이기도 한 정치칼럼웹진은 기존 언론이 취하고 있는 조직체계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고, 수 많은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당파적 이익으로 끝없는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을 정치칼럼웹진이 견제하지 못하고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이후 민주당이 분열하기 시작한 형태와 정치칼럼웹진들이 분화된 것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시대소리 변희재 운영위원의 “언제부터 논객들이 노무현의 입이나 쳐다보게 되었나?”는 비판은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통해 인터넷이 주류언론을 이겼다고 자부심을 갖기 이전에, 매체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운영자와 참여네티즌 간에 차분한 조율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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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1/18 [19: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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