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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료 컴퓨터교실 인기 짱
누인수강생, "정부가 컴퓨터 지원했으면"
 
김철관   기사입력  2003/11/17 [11:17]

"우리도 어린아이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컴퓨터를 배웁니다." 서울 신도림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서울시립구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우경연, 구로구 구로5동25-1번지)'에서는 서예교실, 시조교실, 한글교실, 영어교실, 컴퓨터교실 등 노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흥미 있는  무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 무료 컴퓨터 교실     ©김철관
이 중 단연 눈에 띈 것은 지난 2000년 초 두 달 코스로 개설된 노인컴퓨터교실. 컴맹 노인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주는 일명 '실버컴퓨터교실'이 노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

 '실버컴퓨터교실'은 서울시에 거주하며 회갑(만60세)을 지난 노인이면 누구나 입학자격 있다. 하지만 일찍 신청할수록 수강할 기회가 빨리 주어진다. 수요가 공급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현재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등 기인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또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 복지관 2층 정보화 교실은 컴퓨터가 17대 밖에 없기 때문. 가르치는 교사용을 제외하면 1회 16명의 수강생 밖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한 한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컴퓨터 대수가 배우려는 수강생에 비해 훨씬 적다.

실버컴퓨터교실을 담당한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최영은 사회복지사는 "수강을 한 노인들이 다시 듣기를 원할 때가 많다"며 "노인들은 들은 것을 빨리 잃어버리기 때문에 반복 교육을 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들었던 사람에게 반복 교육을 못해주는 이유는 신규회원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홈페이지 코스는 네 달이 걸려야 들을 수 있을 만큼  노인 수강생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반을 가르치고 있는 신안나(34) 교사는 "환갑을 훨씬 넘긴 수강생들이 배운 것을 이용해 외국에 있는 손자들하고 이 메일을 주고받은 것을 가지고 와 자랑을 할 때 노인 컴퓨터교육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며 "친할아버지 대하 듯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홈페이지반을 수강한 구로5동에 사는 임부근(69) 할아버지는 "선생님이  쉽고 친절하게 가르쳐 너무 좋다"며 "정부가 노인들을 위한 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컴퓨터를 제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천구에서 온 또 다른 수강생인 최용환(73)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배운 것을 깜박 잊어버린 경우가 있다"며 "자습과 복습을 하기 위해선 집에 컴퓨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정부의 지원을 바랬다.

이날 실버컴퓨터교실 홈페이지반 16명의 노인 수강생들은 신 교사의 가르침에 따다 열심히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을 하며 질문을 하는 등의 열성적 학습 열기가 돋보였다. 마치 옛날 서당 훈장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천자문을 외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연상됐다.

'실버컴퓨터교실'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노인을 위한 기초반에서부터 문서작성반, 인터넷 검색반, 홈페이지반으로 나눠 단계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두 명의 교사가 집중적으로 노인들을 지도하고 있다

[신안나 교사 인터뷰]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어 보람을 느낍니다."

 서울시립구로노인종합복지관(구로5동) '실버컴퓨터교실'에서 컴맹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 신안나(34) 선생. 그가 가르치고 있는 노인컴퓨터교실이 수강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어 소문이 자자하다. 노인들에게 친절과 봉사로 실질적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0년 7월부터 현재까지 기초반, 문서작성반, 인터넷검색반, 홈페이지반 등 단계별 노인 수강생을 상대로 컴퓨터 수업을 이곳에서 담당해 왔다.

 가족 모두가 사회복지분야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천주교를 다닌 탓으로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진 그가 노인들에게 컴퓨터교실을 담당하게된 것은 2년제 직업전문학교에서 컴퓨터 과정을 졸업했기 때문. 졸업 직후 한 동안 일반 컴퓨터학원에서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컴퓨터를 가르치기도 했었다. 그럴 찰라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서울시립구로노인종합복지관 노인 컴퓨터교실에 교사 자리가 났던 것.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어르신네들을 가르치려고 하니 '어떻게 쉽게 가르쳐야 하나' 하고 좀 고민이 됐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가르치다 보니 벌써 2년이 가까워지면서 노하우가 생기게 됐습니다."

노인들이 컴퓨터 교육에 대해 열의가 있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컴퓨터를 통해 경험을 해서라고 그는 귀띔했다. "아이들처럼 노인들도 컴퓨터를 잘 못 이해할 줄 알았는데 열의가 대단해요. 현재 진도를 못 따라간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몸을 꼬고 비틀고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빨리 끝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그런데 노인들은 시간이 아깝다고 너무 열심히 합니다. 그러니까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금방 수업이 끝나게 됩니다."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들은 노인들의 애환도 전했다. "가르치는 노인 수강생 중에서 '이렇게 좋은 세상이 열렸는데 나이가 들어 속상하다'며 '젊은 선생님이 부럽다'고 했을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더욱 열심히 가르쳐야 되겠다고 새로운 마음 다짐을 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그의 종교는 천주교다. 그렇다보니 신부와 수녀를 자주 뵙게됐다.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진 것도 바로 이들을 자주 만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존귀한 뜻을 제가 사회복지 분야에서 좋은 일을 함으로써 보답을 해야겠지요. 그래서 사회복지분야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현재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길을 걷고있다.

사회복지사가 돼 사회봉사를 하고 싶은 소박한 꿈을  위해서다. 건국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4학기 재학 중에 있는 그는 졸업과 동시에 노인복지나 청소년 복지에 관심을 갖고 사회복지사로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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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1/17 [11: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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