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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개헌론은 잔꾀, 파병 엇갈려
중앙 "NSC는 파병문제 손떼고 국방·외교에서 파병처리해야"
경향 "개헌론 '상황과 타이밍' 아니다, 당개혁 논의할 때"
 
윤익한   기사입력  2003/11/14 [13:57]

한나라당 중진들 사이에서 제기된 '총선 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이 정계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지금 개헌을 주장하면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다"며 서둘러 수습하고 나섰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야 3당이 공조할 경우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개헌론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이, 행정과 경제는 국무총리가 맡는 것이다.

11월 14일자 신문들은 한나라당의 개헌론 주장을 '정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노대통령의 3,000명선 발표에 대해서도 관련 사설을 실었다.

중앙 "개헌론은 국면 호도하려는 잔꾀에 불과해"

▲중앙일보 14일자 사설 대선자금 물타기 개헌론 안 된다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대선자금' 물타기 개헌론 안 된다>제하의 사설에서 내년 4월 총선 전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발상은 국면을 호도하려는 잔꾀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지금 이 문제를 끄집어낸다면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개헌론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정치 개혁, 당 개혁을 유야무야 하려는 정략적 기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설은 개헌하기에는 시간도 촉박하고 충분히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치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정치적 부패 청산과 정치 개혁이 마무리된 뒤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설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개혁파 의원들도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고 반대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내 일고 있는 갈등을 설명했다.

동아 "대선자금 비리 의혹 규명과 정치개혁할 때, 개헌은 때가 아니다"

동아일보는 <개헌 얘기 떠들 때 아니다>제하의 사설에서 지금 시점에서 당면한 국가적 과제는 대선자금 비리 의혹 규명과 정치개혁이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은 때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사설은 한나라당의 지도부를 향해, 대선자금 비리에 연루된 당의 당직자라면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진상 규명에 협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옳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설은 개헌을 추진하고 싶다면 대선자금 비리 의혹을 규명하고 보다 진전된 정치개혁안을 마련한 후 내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은 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 "개헌론 '상황과 타이밍' 아니다, 당개혁, 정치개혁 논의할 때"

▲경향신문 14일자 사설, 정치개혁하랬더니 웬 개헌타령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정치개혁하랬더니 웬 개헌타령>제하의 사설에서 최돈웅 의원의 불법적인 거액의 대선자금 수수문제로 온 나라가 대선자금 수사의 홍역을 치르고 있고 정치개혁이 정국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마당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개헌문제를 꺼낼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정치개혁 논의의 종착점이 개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일을 추진하는 데는 '상황과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면서 개헌론의 시기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사설은 한나라당을 향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당개혁, 정치개혁을 단행한 뒤 개헌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개헌론 주장에 대해 이날 중앙·동아·한겨레신문은 개헌을 할 '시기'가 아니며, 한나라당이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정략'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최병렬 대표와 개혁파 의원들은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해 한나라당 내에서 '개헌론'으로 불거진 갈등을 설명하며, 최대표 측에 다소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앙일보는 최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조중동 세 신문 가운데서 눈에 띄게 연성화 돼, 그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파병, 한겨레와 중앙 극단적으로 엇갈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파병 규모를 3,000명이 넘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지난 13일 윤태영 대변인이 밝혔다. 파병 성격에 대해서는 '기능 중심(공병·의료 등 재건)'과 '독자적 지역 담당(재건·치안유지)'의 두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청와대 내에서 '자주외교'를 주장해 온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오는 17일 서울에서 있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를 두고 한·미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중앙 "NSC는 파병문제 손떼야, 국방·외교에서 문제 처리하는 게 바람직"

중앙일보는 <파병, 美의 새 정책과 연계해야>제하의 사설에서 이라크 사태의 유동성이 한층 커지게 됨에 따라 우리 군대의 파병에 새로운 변수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라크사태의 진전 상황, 미국의 이라크정책 수정 가능성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먼저 들어보는 신축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그럼에도 미국이 우리에게 파병을 요청한다면 한·미동맹의 강화와 이라크 재건을 위한다는 대의명분 하에 적정한 규모와 명확한 파병성격을 세워 파병하는 방안을 능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파병군의 안위를 고려해 국방부와 외교부의 전문가들에게 실행계획을 짜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지난 몇 개월간 혼선을 빚어온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이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노대통령이 내린 파병지침은 국내정치적 요소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무슨 결정이든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서희·제마부대 철수 검토해야, 추가 파병도 철회해야"

▲한겨레 14일자 사설,‘서희·제마’ 철수부터 검토할 상황     ©한겨레
한겨레는 <'서희·제마' 철수부터 검토할 상황>제하의 사설에서 한국군 서희·제마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인근에서 이탈리아 병력 수 십 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며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남부 지역에서 일어난 데다 외국군을 노린 첫 대형 공격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미군에 협조하는 외국군에 대한 적대감은 이라크 저항세력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추가 파병 결정 철회와 함께 서희·제마 부대의 철수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재건 지원을 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서둘 일도 아니라면서 이라크인에게 권력이 이양된 이후에 민간 지원단을 보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3,000명선 파병규모 결정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아직 사설을 통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관련 사설을 실은 중앙일보는 파병결정과정에 NSC의 입장이 반영된 데에 따른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국방과 외교 라인이 미국과의 협의에서 유리하다며 이들을 통해 한미관계를 고려한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아울러 중앙일보는 파병의 규모와 성격, 시기 등은 미국의 향후 대 이라크 방안을 지켜보며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파병결정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반면 한겨레는 이라크 현지 치안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서희·제마부대의 철수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혀 중앙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그동안 파병문제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앞다투어 파병의 규모와 성격, 시기에 대한 추측기사를 써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겨왔다. 물론 일부 정부 인사들이 언론에 정보를 흘려 '언론플레이'를 한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돌이켜볼 때, 정확한 사실만을 근거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기사작성의 기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언론들의 전투병 파병 주장 과정에 다른 의도가 개입돼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가 그동안 전투병 파병을 밀어부쳐온 외교, 국방라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은 '국익'을 빙자한 채,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한 '사익 추구'와 다름없다. 중앙일보는 NSC를 비난하고 친미적 성향이 짙은 외교, 국방라인이 일을 도맡아야 한다고 한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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