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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꼴찌' KEPCO, 내일 창단 후 '첫 1위' 등극?
[스포츠] 19일 상무 이기면, 꿈 현실화‥V리그 판도 '대격변' 예고
 
취재부   기사입력  2011/11/18 [14:36]
KEPCO의 전성시대, '춘삼월 호시절' 오나
 
'만년 꼴찌팀의 대반란'
 
올시즌 프로배구 얘기다. 프로배구 팀 중에서 'KEPCO(한국전력공사)' 하면 떠오르는 건 '만년 꼴찌"라는 오명이었다. 프로배구가 7시즌을 치르는 동안, KEPCO는 5위-6위-5위-6위-6위-6위-5위로 언제나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초청 팀인 상무신협에게도 밀려 꼴찌를 한 경우도 3번이나 된다.
 
그러나 올시즌은 아니다. 안젤코-서재덕 쌍포를 앞세운 KEPCO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달라졌다. 2011∼2012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가 2라운드에 접어든 18일 현재 KEPCO는 5승 2패(승점14)로 당당히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삼성화재와는 승점에서 불과 2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 2011~2012 V리그 현재 순위(18일 기준)     © KOVO
 
KEPCO가 내일(19일) 수원 홈 경기에서 상무신협을 세트스코어 3-1 이내로 꺾는다면,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V리그 시즌 중간에 1위에 오르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실업 시절까지 포함해도 KEPCO가 겨울 시즌 중간에 전체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비록 다음날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을 꺾는다면 '1일 천하'로 끝나게 되지만, 창단 후 첫 1위 등극이란 사실만으로도 켑코에겐 꿈 같은 일이다.
 
'종결자·감독 용병술·구단 지원'‥3박자 완성
 
사실 올시즌 출발 전까지만 해도 KEPCO가 다크호스라는 평가는 받았지만, 리그 1위까지 치고올라 갈 거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KEPCO가 이처럼 팀 창단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데는 3가지 요소가 잘 조화된 측면이 크다. 

▲프로배구 KEPCO 돌풍의 주역‥안젤코, 서재덕, 박준범(왼쪽부터)     © KEPCO
 
첫째, '종결자'의 등장이다. 그동안 KEPCO는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다가도 세트 막판에 범실로 자멸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위기관리 능력에 고질적인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올시즌은 이전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원조 괴물' 용병 안젤코 추크(28)와 '만능 신인' 서재덕(22)이라는 위기 때 한 방으로 끝내줄 수 있는 종결자가 2명이나 새로 가세했다. 이 때문에 KEPCO는 아쉽게 진 경기보다 승리로 마침표를 찍는 경우가 많아졌다. 5승 2패의 성적은 그 결과물이다.
 
안젤코는 2007~2008, 2008~2009 두 시즌 동안 삼성화재에서 뛰면서 삼성화재를 챔피언에 올려놓은 검증된 용병이다. 작년까지 일본 리그에서 뛰다가 올시즌을 앞두고 KEPCO에 영입됐다. 과거 삼성화재 시절 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노련미가 더해지면서 위기 때 종결자로서 위력은 여전하다.
 
올시즌 신인으로 들어온 서재덕은 빠른 발과 탄력있는 공격력을 뽐내면서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를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다. 안젤코가 막힐 때 서재덕이 번개처럼 날아올라 결정을 짓곤 한다. 빼어난 실력에다 귀여운 외모까지 갖춰 켑코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둘째, 새로운 감독의 용병술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KEPCO의 사령탑을 맡게 된 신춘삼 감독(55)은 포지션 파괴라는 전술과 더불어 선수 전원에게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용병술을 발휘하고 있다. 겉보기엔 '전원일기'를 연상케 할 만큼 구수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경기 흐름을 읽는 눈과 선수 기용의 용병술은 '매'의 눈을 가졌다.
 
이 때문에 박준범 선수는 원래 포지션인 레프트는 물론 센터까지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해냄으로써 팀 전력 상승에 큰 보탬이 보고 있다. 임시형(레프트), 최석기(센터) 등 보조 공격수들도 언제든지 코트에 들어가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태가 됐고, 팀 전체가 시간이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어 가는 모습이다. 이는 KEPCO의 상승세가 단기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신 감독은 KEPCO의 눈부신 상승세에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세번째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올해 9월 KEPCO 사장으로 취임한 김중겸 구단주는 '배구 마니아'로 유명하다. 작년까지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하며 여자배구 현대건설 팀의 구단주를 맡았다. 배구단에 대한 김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은 늘 화제가 됐다. 지난 시즌 프로배구 남녀부 통틀어 가장 많이 경기장을 찾은 구단주를 꼽으라면 단연 김 사장이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그 때문에 김 사장이 지난 5월 현대건설에서 돌연 물러났을 때 현대건설 배구단이 가장 안타까워했다. 반대로 KEPCO에겐 경사가 되어 돌아왔다. 공기업의 특성상 화끈한 지원과는 거리가 멀었던 KEPCO가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는 이유도 신임 사장 때문이다.
 
KEPCO 덕에 수원, '제2 배구도시' 꿈꾼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은 곧바로 KEPCO의 홈구장인 수원 실내체육관의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 만년 하위팀의 연고지라는 이미지 때문에 수원 실내체육관은 썰렁한 날이 많았다. 그러나 올시즌은 첫 경기부터 초만원이다. 1라운드에서 수원 실내체육관은 단 1경기 만에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지난 12일 삼성화재와 치른 수원 홈 개막전에 5470명의 관중이 몰려왔다. KEPCO가 지금처럼 상위 순위를 이어 갈 경우, 천안에 이은 제2의 배구 도시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KEPCO 배구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올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남다르다. 그동안 KEPCO 배구팬들에게 플레이오프(4강) 진출은 '이룰 수 없는 꿈'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꿈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KEPCO에게 '봄배구'(봄에도 배구한다는 뜻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뜻함)의 꿈은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공교롭게 새로 부임한 감독 이름조차 봄배구를 연상케 하는 신춘삼(申春三)이다. KEPCO에게 춘삼월 호시절(春三月 好時節)은 찾아올까. 바야흐로 켑코의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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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1/18 [14: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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