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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한나라당 지각변동 온다”
최대표 재신임국면 초기대응 실패, 국민투표 물건너가
盧정부 중도좌파, 한나라당 중도우파로 이념정당 지향해야
 
심재석/김광선   기사입력  2003/11/08 [15:10]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100억 사건으로 한나라당 창당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특검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여론이 한나라당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게 흐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다시 정치개혁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지구당, 후원회 폐지, 선거공영제, 법인세 1%지원 등 지금까지 당내 소장파가 주장하던 것들을 거의 다 수용한 듯 보인다. 그러나 소장파 의원들이 줄기차게 정치개혁을 주장할 때는 외면하다가 위급한 상황에서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는 것이 대선자금 국면에서 물타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남경필 의원     ©대자보
이런 상황에서 줄기차게 개혁을 외쳐왔던 당내 소장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에 본지는 지난 7일 오후 한나라당 소장파의 선두 주자이며 한나라당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한 남경필 의원을 만나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정치개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의원은 “한나라당의 제도개혁안은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은 ‘문화’”라며 그렇지 못하면 “좋은 제도가 또다시 불법만 양성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의원은 정치개혁을 통해 총선이후에는 정당구조가 재편돼야 한다며 이념정당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은 중도우파로, 현정부는 중도좌파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도중 ‘중도좌파’가 ‘빨갱이’가 아님을 지적하며 색깔공세를 펼치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이날 한나라당은 대통령 측근비리에 관한 특검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당내 의원들 사이에 마찰이 있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처음에 남의원의 표정은 굳어있었으나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점점 자연스러워 졌다.

아래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네티즌들에게 미래연대가 주장하는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설명해 달라.
처음 시작할 때는 ‘권력집중을 막자’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총재를 없애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제왕적 지구당 위원장의 폐해도 없애자는 것이다. 정치신인과 지구당 위원장과의 불평등, 국회의원과 원외위원장 간의 불평등을 없애자는 것이다. 요즘은 돈 안 쓰는 선거운동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주장하는 정치개혁안들은 여기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하나의 흐름이라고 본다.

▼ 지구당을 폐지한다고 하지만 ‘연락사무소’는 남겨두면 사무실 유지비등은 여전히 필요한 것 아닌가?
선거 때는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가 없을 때는 연락사무소도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소선거구제 아래에서 지구당 폐지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선구제 아래에서도 법과 제도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문화가 정착이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 4당이 선거공영제에 합의했는데 선거공영제가 명확하게 무엇인가?
후보자들이 필요한 돈을 국가에서 대주는 것이다. 국가에서 선거비용을 제공하는 만큼 불법적인 자금사용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지구당 폐지도 단순히 지구당 문을 닫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지구당이 관리하던 기간조직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 선거공영제가 되면 후보자가 난립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나는 후보자 난립이 나쁘다고만은 보지 않는다. 오히려 돈없는 신인이 출마 못하는 것이 문제다.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관점으로 봐야한다. 물론 보완제도도 있다. 득표율이 10%가 안되면 보상을 안해주는 방법이 있다. 이런 것을 통해 심한 난립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정치개혁안 중의 하나인 법인세 1% 지원에 경제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는데…
법인세 1%에 대해 ‘국민들은 무슨 낯으로 그러느냐?’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먼저 지구당폐지, 후원회제도 폐지 등 정치권 스스로 금권으로부터의 탈피가 전제돼야 한다. 선거를 하려면 어차피 돈은 든다. 이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이 돈을 뒷돈으로 할 것인가 양성화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제는 자금조달을 양성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비자금 만드는 것에 비하면 1%는 아무것도 아니다. 기업은 앞으로 비자금 안 만들고 법인세만 내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을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다.

▼ 선거구제도는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제도에서 맞는 것은 소선거구제인데 돈 안쓰는 선거를 하려면 대선거구제가 답이라고 본다. 그런데 돈 안 쓰는 선거만이 중요한 목표는 아니다. 정치신인이 정치에 쉽게 들어오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가 필요하다. 또, 소선거구제는 지역여론 수렴이라는 장점이 있다. 나는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막기 위해 대선거구제로 간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소선거구제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대자보
▼ 지역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대선거구제가 유리하다는 것은 맞다고 본다. 그러나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석패율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지역구도타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국단위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권역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본 바가 없다.

▼ 최근 한나라당의 정치개혁 방향에 만족하나?
제도만 보자면 거의 완벽하다. 그러나 제도만 가지고 개혁을 완성할 수는 없다. 음성적인 조직, 음성적인 금전선거가 횡행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를 막기위해 단속이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다. 정치문화, 유권자 문화 이런 것들을 함께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안되면 좋은 제도가 또다시 불법만 양성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 상향식 공천제도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상향식 공천으로 판갈이를 할 수 있다고 보나?
한나라당의 당론은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 경선을 하기 이전에 외부인사가 참여한 공천심사위원회가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일정기준에 미달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배제시키고 그 이후에 국민경선을 하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 열린우리당의 다단계 공천안과 비슷한 것 같다.
열린우리당은 잘 모르겠으나 미래연대가 두 달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내용이다.

“총선후 이념정당 지향해야”

▼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면 국민들이 각 당의 진성당원으로 가입할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결국 당비수입이 적어져 또다시 부패와 연결되는 것 아닌가?
당비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민노당 밖에 없을 것이다. 진성당원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실이 안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어진다. 진성당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안되니까 오픈프라이머리로 가자는 것이다. 민노당에서 진성당원이 많은 것은 이념정당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이념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선진국들은 이념정당을 경험한 후 다시 대중정당으로 돌아서고 있는데, 우리는 이념정당을 경험해보지도 못했으니까 한 번은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가 이념정당 구조가 안 되고 있는 것은 정당들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한나라당이 먼저 분당이 되야 하는 것 아닌가?
현실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분당이 될 가능성은 없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본다.

▼ 남의원의 색깔은 무엇인가?
나는 분명히 말해두지만 좌파성향은 아니다. 나는 극우는 아니지만 우파다. 다만 중앙일보에서 하는 성향조사를 보면 좌파로 나올 수도 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스펙트럼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좌파의 한쪽이 잘려나갔기 때문에 내가 왼쪽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민노당도 좌파라고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좌파정당이 없다.

▼ 그럼에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현 정부를 좌파정당이고 공격한다.
나는 노무현 정부가 좌파정부로 갔으면 좋겠다. 극좌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중도좌파 정도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대결하는 국면으로 가야한다.

▼ 우리나라의 특성상 좌파라는 것이 대중들에게 ‘빨갱이’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걸 노리고 공격하는 것 아닌가?
그건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여당과 정부가 좌파라는 말을 하면 “왜 색깔공세하느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우리가 좌파라고 공격하는 것이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당이 “그래 우리는 중도좌파의 이념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고 “왜 빨갱이로 모느냐”라는 반응을 보이면 안 된다.

▲남경필 의원     ©대자보
▼ 그럼 현 정부가 중도좌파정부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중도좌파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아직 이념을 표방한 정당이나 정부가 아니다. 지역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정당구조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17대선거가 끝나고 나면 정당구조가 이념정당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 그래야 많은 문제가 없어지고 지역구도도 희석될 수 있다.

▼ 이념정당이 양당구조 아래서 가능한가?
그래서 4당정도의 구조로 가야 한다고 본다. 중도좌파와 중도우파가 큰 세력을 갖고 극좌, 극우는 약한 형태가 맞다고 본다.

▼ 한나라당이 중도우파라고 생각하나? 극우정당 또는 수구정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30대 정도의 사람들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 윗대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중도우파화 해야 한다.

▼ 한나라당이 극우정당이라고 비판 받는 이유는 목소리가 큰 몇몇 의원들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사람(인적청산-편집자주)’을 얘기하는 것이다. 중도우파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한나라당이 많이 모아야 한다. 젊고 깨끗한 것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열린보수의 생각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

▼ 대부분의 의원들이나 일반국민들도 자신들이 중도우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그걸 잘 가려줘야 한다. 스스로 중도우파라고 생각하는 사람중에는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 지역구도의 벽이 단단한 현실에서 이념정당이라는 것이 먼 훗날의 얘기인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은 아닐 것이다. 경제정책, 복지정책은 대중영합적으로 가기 때문에 구별이 좀 어려울 것 같지만, 대북정책을 기준으로 한다면 분명히 나뉘어 질 수 있다. 17대 총선이 끝나고 나면 어느정도 스펙트럼이 구별될 수 있을 것이다.

▼ 노무현 정부가 좌파정부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현정부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더 신경을 쓰는 정부다. 보유세 중과세 문제도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정우 정책실장이 말하는 것이 중도좌파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빨갱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통해 얻는 부가가치는 0으로 가고 노동을 통해 얻는 부가가치는 100으로 올리겠다는 것을 목표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중도 좌파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 보유세 인상을 반대하는 것인가?
지금 현재 보유세가 형편없이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조세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선이 적정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당분간은 올려야 한다고 본다.

“검찰 수사 잘못하고 있다.”

▼ 한나라당이 세 개의 특검 법안을 결정했다. 이것에 대해 방탄특검이라는 비판이 있다.
관점의 차이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라는 것이 한가지 면만 갖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가 공정했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SK비자금에 관련해 한나라당을 수사하듯 다른 문제도 수사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대 비자금, 최도술씨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보면 검찰이 잘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현대 비자금사건이 민주당 의원 2명 한나라당 2명 광주시장으로 끝날 문제인가. 대통령은 최도술씨 비리얘기를 듣고 눈앞이 깜깜해졌다는데 11억원 가지고 눈앞이 깜깜해졌다는 것을 누가 믿겠나.

▼ 검찰은 노무현 후보측의 계좌추적에 들어가지 않았나?
모양 갖추기라고 본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수사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형평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40%-40% 정도로 공평하지 않다는 의견도 꽤 있다.

▼ 수사중인 사건을 특검하자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검찰수사가 미진하다. 우리도 그런 것을 생각해서 측근비리를 먼저 상정하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특검을 제기하는 것은 검찰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최도술씨 비리사건도 검찰이 새로운 사실을 수사하고 있지 않나.

▼ 특검안에서 한나라당이 관련된 부분은 뺐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한나라당이 100억원을 뺀 이유는 검찰이 하고 있는 한나라당 관련수사가 중단 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뺐다고 하는데 SK비자금 2300억원중에 100억원만 뺀 것이다. 나머지 2200억원중에는 노대통령 대선자금, 한나라당 비자금이 다 포함돼 있을 것이다.

▼ 최도술씨 건도 검찰이 수사중인 것 아닌가?
최도술씨 건은 분명히 검찰이 전에 마무리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최병렬 대표, 지도력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하면 된다”

▲본지 기자와 인터뷰 중인 남경필 의원     ©대자보
▼ 최병렬 대표가 최돈웅 의원 비리사건이 불거졌을 때 미진하게 대응한 것이 서청원 전대표를 비롯한 이회창 전총재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최돈웅 의원 문제에 대해 확실히 안한 점은 좀 아쉽긴 하다. 대표 마음속에 안 들어가봤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그런 식의 음모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대선자금 문제는 한나라당이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문제다. 이 상황에서 최대표가 자신의 욕심 때문에 방조했다고 볼 수는 없다.

▼ 민주당 분당으로 한나라당이 호기를 맞았음에도 지지율에 변화가 없는 것은 최병렬 대표의 지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동의한다. 부분부분 그런 면이 있다. 예를 들면,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들고 나왔을 때, 최대표가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국민투표 하자’고 대응한 부분이 그런 면이다. 오늘 본회의 장에서 우왕좌왕한 부분도 지도력 부족의 일면이다(한나라당은 7일 대통령 측근비리에 관한 특검을 처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편집자주). 분명히 이회창 총재시절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것에 비하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일사분란이 반드시 옳은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최대표의 리더쉽 부분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한나라당의 모습을 쇄신해서 새로운 당을 만드는 리더쉽만 발휘한다면 지난 일은 상관없다.

▼ 한나라당을 보면 중진, 재선그룹, 소장파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남의원이 정치력을 좀더 발휘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인정한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됐다. 소장파가 왕따가 됐다. 재선그룹과는 아직 대화가 잘 되지만, 중진들하고는 대화가 단절됐다. 그러나 세를 불리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나의 몫은 아닌 것 같다. 재선그룹이 그 몫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나는 초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재선 기간동안 정치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3선이 된다면 그 때부터는 철학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소장파 의원들의 정치개혁 주장이 ‘쇼’라는 비판이 있다.
정치인은 쇼도 해야한다. 방향성이 일관되고 추구하는 바가 분명하면 어느 순간 ‘쇼’는 필요한 것이다. 방향이 갑자기 바뀐다면 지탄 받을 ‘쇼’지만 그렇지 않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일관되게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남의원의 대변인 시절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정치개혁 움직임이 ‘쇼’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변인 시절과 정치개혁은 상관없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책에서 ‘부인을 때렸다’고 비판한 것은 내가 잘못한 것이고 반성한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 내가 한나라당 후보를 옹호한 것이 반개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신임 물건너갔다”

▼ 재신임 얘기 잠깐 하겠다.
끝난 얘기 아닌가? 그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물건너 갔다고 본다.

▼ 어쨌든 재신임 때문에 한나라당은 한방 먹은 것 아닌가?
그렇다. 만약 대통령이 재신임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 “무슨 말이냐. 국정이나 똑바로 해라. 정 자신없으면 그만두라” 고 우리가 반응을 했다면 대통령이 크게 당황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못한 것이 아쉽다.

▼ 남의원이 말한 것처럼 한나라당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악수를 두는데,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정권을 못 잡았다는 것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제는 현실을 인정해 나가고 있다고 본다. 재신임 여론조사를 보면서 당이 느끼는 바가 컸을 것이다.

▼ 파병문제에 대해 묻겠다.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비전투병 파병에 찬성한다.

▼ 비전투병이라는 것이 좀 모호하다. 비전투병이라고 해도 전투병이 섞여 있는 것 아닌가?
지난번 서희, 제마 부대 정도를 말한다. 치안유지 활동을 안하는 병력을 말한다.

“한나라당 변화의 기수되겠다”

▼ 지금 열린우리당에 있는 한나라당 탈당파의원들이 한나라당내에서 개혁을 외쳤지만, 결국 한나라당의 수구색만 가려주는 장식품 역할만 하지 않았느냐라는 비판도 있다. 남의원도 마찬가지 아닌가?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주장하는 바가 관철돼서 한나라당의 체질이 바뀌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두고 싸우는 전투다. 아직 우리가 이길지 질지는 모른다. 아직 결과는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한번 해볼만하고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사는 길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한나라당의 체질개혁은 그래서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정부분에 있어서 올바른 방향제시를 한 부분은 있지만, 정권을 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제대로 되는 것이 중요하다.

▼ 남의원 얘기를 들어보면 개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한나라당에 남아있는 것이 좀 어색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나라당을 개혁적으로 만들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 마지막으로 현정치인 중에 어떤 의원을 가장 좋아하나?
처음에는 김부겸 의원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다가 쇄신모임을 하면서 김영춘의원을 만났는데 김영춘 의원은 항상 논리정연하고 감성적인 울림이 있다. 논리와 감상을 겸비한 의원이다. 김영춘 의원을 가장 좋아한다.

▼ 긴 인터뷰에 감사하며 남의원의 건승을 기대한다.


[남경필의원 인터뷰 후기]

최근 한나라당은 '정치개혁 5대방안'을 내세우면서 시대에 흐름에 발맞추려 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같은 한나라당의 개혁방안을 두고 "한나라당이 SK비자금 100억 수수로 인해 대선자금 파문을 피하기 위한 정략"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변화의 흐름에 거대한 한나라당도 어쩔 수 없이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러한 변화는 당내 소장파 개혁의원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구조적으로 보수화 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한 측면도 있다.

소주2병에도 끄떡하지 않은 남경필 의원은 그의 주량에 걸맞게 당내 소장파에서 일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유한 가정환경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동네 선술집이 더욱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열린 우리당으로 옮긴 김부겸 의원은 남 의원에 대해 "참 스마트 한 정치인"이라며 "보수정치는 그런 친구들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지 않고 남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지 않은 의원"이라며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고, 자신을 낮추는 의원 중에 하나"라고 언급한다.

기자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이라는 '수구적'인 이미지에서 남경필 의원과 같은 개혁적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는 최병렬 대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 않았고, 한나라당의 구조적 모순도 거침없이 지적했다. 뿐만아니라 "'공룡정당'이 돼 버린 한나라당은 내년 17대 총선 이후에 구조적으로 지각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변하지 않으면 자멸할 것"이라는 강력한 주장도 펼쳤다. 한나라당의 내외적 모순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그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한국정치사에서 보여 줬던 '수구적'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남경필 의원을 인터뷰하면서 기자는 시종일관 '과연 이 사람이 왜 한나라당에 머물러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점에 대해 "한나라당이 변화하면 대한민국이 변화한다"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정치의 스팩트럼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곧 한나라당을 '수구'가 아닌 '보수다운 보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연 남 의원의 이같은 노력이 이른바 수구화된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38세 젊은 의원의 노력이 이땅의 정치개혁에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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