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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대한 인간의 권리 부정하는 물 정책
[김영호 칼럼] 이명박 정권의 물 정책은 인간의 권리를 부정하는 행위
 
김영호   기사입력  2010/11/11 [23:34]

노무현 정권이 2007년 7월 16일 ‘물산업 5개년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했다. 164개지자체로 나눠진 상수도 사업을 20여개로 광역화해서 공사화 또는 민영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장사꾼에게 돈벌이로 주겠다는 소리다. 정권말기에 물 사유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정에 따른 민심이반에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여론이 드세 추동력이 따르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이 뒤를 이어 노 정권이 마련한 물사업 지원법안을 손질해서 밀어붙일 기세였다. 촛불시위에 데인 데다 4대강, 방송장악에 몰입한 탓에 잊은 듯하더니 다시 들고 나왔다.

지난 달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환경부가 ‘물 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164개 시-군별로 운영되는 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해 광역화한 다음 공기업에 위탁해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영화의 발톱이 숨어 있다. 사기업이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등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상수도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전면적 민영화는 국민적 반대에 부닥칠 테니 우회적 방법으로 물 사유화의 길을 열겠다는 뜻이다. 정권을 넘나들며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눈독을 들이는 자본이 도사리고 있는 모양이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에너지인 불과 빛을 일으키는 소재는 많다. 불은 석유, 석탄, 가스, 목재 등등 만들 수 있는 대체재가 많다. 빛도 수력, 화력, 원자력 발전 등 선택이 가능하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자양분은 공급원이 무수하다. 하지만 물은 어떤 대체재도 없다. 물은 물일뿐이다. 그 까닭에 물은 개인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해 인간의 역사와 함께 공공재로서 자리 잡아왔다. 개인이 배타적 지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공적영역인 것이다. 시장은 환경에 개의하지 않고 인권에 관심이 없고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 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사제들이 어린 모종과 선언문을 들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노컷뉴스 윤창원 기자
물이 있어야 인간이 존재하기에 인류의 문명은 강을 끼고 발달해왔다. 그 때문에 인간은 서로 강을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려왔다. 21세기 들어서도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한 강줄기를 놓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이 그치지 않는다. 인도는 중국이 접경지대의 수량을 조절한다고 대립하고 있다. 갠지스 강을 둘러싸고는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요르단 강을 끼고는 이스라엘, 시리아, 팔레스타인이 분쟁에 휩싸여 있다. 티그리스 강, 유프라테스 강이 터키, 이라크, 시리아를 끼고, 나일 강은 이집트, 수단, 우간다를 따라서 분쟁의 씨앗을 안고 흐르고 있다. 강이 국경을 넘어가는 곳곳에는 분쟁이 도사리고 있다.

자본의 탐욕은 끊임없이 물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기도한다. 1990년대 세계은행은 빈곤국에 대한 경제지원 조건으로 상수도 사유화를 요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볼리비아이다. 1999년 볼리비아가 다국적기업 벡텔의 자회사에게 코치밤바 지역 상수도를 매각했다. 주민의 한달치 평균 봉급이 70달러에 불과한데 1주일만에 물값을 20달러로 올렸다. 민중봉기가 일어나서 계엄령이 선포되고 그 회사는 쫓겨났다. 쿠데타를 일으켜 볼리비아의 상수도 공급권을 장악하려는 악당의 음모를 그린 2008년작 007영화 ‘퀀텀 어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도 물 사유화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유엔총회는 금년 7월 28일 물이 인간의 기본권리임을 만장일치로 확인했다. 그 골자는 “안전한 식수와 하수처리에 대한 접근은 인권으로서 생각할 시기가 됐다. 이 권리는 인간의 생활과 건강을 위해 음용과 가사용으로서 안전한 식수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음을 뜻한다. 국가는 개인용과 가사용을 다른 용도보다 우선시해야 하며 양질의 충분한 양을 모든 국민이 값싸고 가까운 거리에서 얻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것이다. 물에 대한 권리(right to water)란 정부는 국민이 안전한 물을 충분하고 손쉽고 값싸게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할 책임을 가진다는 내용이다.

자본의 속성은 이윤추구이다. 물 사유화가 촉발한 가격폭등은 세계 곳곳에서 시민저항을 불러일으켜 거의 실패했다. 2006년 제4차 세계물포럼도 그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물 정책은 거꾸로 간다. 상수도 사유화뿐만 아니다. 4대강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 이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면 썩기 마련이다. 유엔이 선언한 물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부정하는 행위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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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1/11 [23: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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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10/11/12 [22:24] 수정 | 삭제
  • 일반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지만, 중요한 논점을 잘 제시해주는 것 같습니다.

    계속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 다물인 2010/11/12 [01:21] 수정 | 삭제
  • 자본의 재생산은 가장 안정된 시스템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 그러나 자연에서 공급하는 1차원적인 에너지원은 사실 불안정하다. 그 1차산업에는 그동안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 봐도 .. 거대한 댐을 짓거나 교각을 세우거나 석탄을 채굴하거나 해서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었을 만큼 불안정한 것이다. 그런 희생위에 잘 만들어진 댐이나 교각이나 석탄석유가 자본가를 위한 재생산 과정에 들어갈까 말까를 논의하기도 하고, 그러지만, 일단은 인간은 무모하고 거기에 해당되는 자본의 동원이 있어야 임금도 주고 그러니까..그래서 자유방임적자본주의가 규칙속에 들어오게 되고, 마르크스주의보다 더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된다.
    그래서 좀 머리가 잘돌아가는 자본가들은 3차 서비스산업에만 몰입하기도 해서, 롯데같은 기업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2차산업인 제조업부분은 하청과 원청 쓰리코션하청 등등 부조리한 면이 너무 많이 있다. 물론 3차산업도 그렇다고는 하지만 사실 3차산업 분야는 개인 자영업이 더 발달되어 있고, 그래서 그 시장을 넘보는게 지금 상황인것 같다. 자본이 골목시장을 잡겠다는 ..안마시술소도 자본이 잡겠다는 건지..훌훌
    아뭏튼 간에 이 상품을 유통하는 것만 가지고는 3차산업이라고도 할 수 없고,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것은 사실 2차산업의 분배적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자엽업자들이 부가가치 정신으로 만들어 논 사업들이 사실 분배구조에 들어가면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안마시술소같은 부가가치개념보다는 인간의 욕망을 해소하는 산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분야는 밤의 산업이라고도 하지만, 그래서 2차산업의 흥망성쇠의 시대는 지니가고, 오로지 분배를 위한 산업이 될 뿐이다. 그래서 더욱더 문화산업이라는 분야가 빛을 보게 되는 것이고, 이 분야에서 더욱 월등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란 사업은 정확히 부가가치세를 걷기가 애매할 경우도 있다.
    극장이나 경기장 은 티켓판매할 때 부가가치세를 적용하지만, 이 미술품같은 경우는 아직 부가가치세가 없는 것같다. 뭐 양도세 등등 하면서 세금을 내야한다는 이야기도 잇었지만, 문화산업으로서의 부가가치세는 생각해 보지 않은것 같다.
    이거 리플이 새네..
    물에 대한 자본의 짓거리를 비판해야 되는데..그만큼 물을 탐내는 자본가는 멍청하다는 뜻이다...헐
  • 다물인 2010/11/12 [00:07] 수정 | 삭제
  • 물도 가지고 수중기도 가지고 구름도 가지고 내리는 빗줄기와 바람도 가지면 되겟네..한국의 자본가들은 정말 신격화해도 나물랄데 없는 인간들이다. 정말 정말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