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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재탄생, '반성문' 신선한 충격
반신자유주의의 길 험난…시련에 변절 말고 '신뢰의 정치인' 재탄생해야
 
홍정표   기사입력  2010/08/14 [23:00]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라고 정의했다. 슘페터의 경구는 자본주의의 기술적 측면에 치우쳐 해석돼 왔으나 20세기 이후 세 번의 대공황을 겪은 지금 혁신은 자본주의의 생산방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그 자체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자들로부터 과다한 재정지출을 일으키는 이론의 토대를 세워 74년 공황을 유도했다고 공격 받았던 케인즈에 대한 재조명 작업도 활발하다.

잘 알다시피 케인즈는1950년대부터 1070년대까지 서구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마르크스의 깊고 넓은 역사적 고찰에 대해 무지해서 자본론을 형편없이 재미없는 책이라고 폄하했지만 그는 분명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출한 주역이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해서 쏟아 부은 막대한 군비를 보충하기 위해 OPEC을 배후 조종하여 석유난을 일으켜 공황을 유도한 책임에는 애 써 눈을 돌리고, 과다한 복지재정 지출이 공황의 원인이라고 매도하면서 오직 강자들과 부자들을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만연되도록 전 세계의 경제 패러다임을 변경시켰다.

지난 8일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이 이런 신자유주의에 대해 무지했다고 고백하면서 자신의 과거 정치 행적을 반성한 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얼마전 <대자보>에 기고한 글 중에 정치인들이 <대자보>에 들러 오용석 박사의 인민경제학을 읽으라고 권유했던 나로서는 더욱 고무적이었다.

과거 정치 행적에 대한 반성은 새로운 활동을 시작함에 있어 필수적인 첫 관문이다. 정 의원은 용기 있게 그 첫 관문의 통과의례를 거쳤으니 이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다하여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이다.

정 의원은 이제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부자들의 감세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는 정 의원이 앞으로 전념코자 하는 보편적 복지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모순적 관계임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친서민 정책을 주창하면서 공공요금을 인상시키고, 보편적 복지를 추진할 재원이 모자란다고 엄살을 부리면서 막대한 비용의 토목공사를 강행하려는 자가당착을 목격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골수에 박힌 이런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정동영 의원은 앞으로 더욱 험난한 여정을 거칠 것이다. 그런 시련에 변절치 말고 자신이 발언한 내용에 책임을 지는, 문자 그대로 '신뢰의 정치인' 정동영의 탄생을 고대해 본다. 
 
삼성문제의 다른 관점. 재벌의 지배구조나 삼성의 불법성부각은
이미 많은 전문가 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기에
최근 노골적인 권력의 시녀로 맹약중인 검찰의 부패사안을 공박하는데
적은 힘이나마 보탤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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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8/14 [23: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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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솟대 2010/08/28 [23:52] 수정 | 삭제
  • 반성문 한장에 정동영이 개과천선을 했다고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허다한 민주당 정치인들, 그 중 앞을 다툰다는 손학규, 정세균, 유시민 등....
    물론 믿을 만한 사람들이 없지만 정동영도 그 부류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반성문 한장이 그간의 행적을 다 덮을 수 있다고요?

    대선후의 전주 덕진구 출마...
    2007 대선 시기 한나라당 후보같은 공약들...
    민주당 내의 대선 후보끼리의 이전투구와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유령당원 모집 등..
    열린우리당 대표 시절의 특징없는 당권 싸움...

    대세론을 이야기 하며 여기까지 흘러온 민주당 선두주자들...
    차라리 지더라도 한명숙, 강금실 등 선명한 후보들이 차라리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국민들의 민주당 지지를 결집시켜 주지 않을까요???
  • 통일진보 2010/08/18 [15:57] 수정 | 삭제

  • 용산참사현장에서였다 정동영이 주변에 있더라
    안티이명박에서 활약하던 나에게 정동영은 그냥 도련님 기질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쫌 그런 언론플레이정도로 봤었다
    뭔가 있으니까 왔겠지....

    그때 내가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정동영 당신에게는 진리가 없다
    그 말을 하는 내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또 다시 곰씹으면서 종용한다
    정동영의 정치이력이 무엇인가 거기서 해결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똑바로 정치를 해야 한다 시대사명을 가지고서
    참으로 냉소적이고 독하게 쏘아붙인셈이다.

    그 이후, 정동영의 현상과 정치적 이력이 벌써 촛불의 시대와 함께
    쭈욱~~~ 진보 통일과 관련된 행보와 정책계발과 입법발의였다.
    대표적인 것이 용산참사 방지법안과 정신적 치유를 위한 입법활동

    정치인은 말과 행동이 현재성에 있어서 일치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촛불이후의 정동영의 그것은
    홍정표 기자의 눈에서 언급한 사조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일정의 현장에서 기자들이 그랬다고 한다
    정동영이 민주당에 복당한다니까
    어 저양반 정동영 진보신당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의 홍정표의 눈이 바로 그런 현실을 적시하고 있다
    올바른 정통 언론의 가야 할 올바른 색채이다 현실과 행동 그리고 언론이
    일치해야 하는 이유가 홍정표의 글에서 역사로 묻어나오는 이유이다 ^^
  • ~빠는 정말 싫어 2010/08/17 [21:22] 수정 | 삭제
  • 도대체 무슨 놈의 지지자랍시고 지지하는 정치인 비판만 하면 떼파리처럼 달라붙어 "댁들은 뭐가 잘났냐, 그 놈들은 잘못없냐"식으로 쌍심지켜고 달겨드는 꼴,,, 이제 진짜 보기 싫다!!! 싫어!!! 노빠나 유빠나 정빠나 빠돌이들은 그냥 입 좀 다물자!!!!! 비판을 받으면 좀 차분하게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 그건 내가 봐도 문제는 있지만, 나는 이렇게도 생각하는데... ' 머 좀 이렇게 할 순 없나??? 복창 터진다, 터져, 근놈의 정치인에 그놈의 빠돌이 지지자들이란........
  • 2010/08/16 [21:31] 수정 | 삭제
  • 제가 정동영은 안된다 한 적이 있었던가요?

    제가 님을 비판한 것은,
    정동영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좋으나
    왜 공연히 다른 정치인들을 격한 어조와 막말로 폄하하여
    그나마 반성하는 정동영의 얼굴에 분뇨칠을 해대시는가 라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읽어보시렵니까?

    그래서 님께선 앞뒤좌우도 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오로지 "정동영만"을 들이대시니
    그런 사단이 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냉철하게 이성을 다스리고
    겸허하게 사물을 대하십시오.
    그러면 정동영 의원도 님이 원하시는 바대로
    그리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겁니다.

    그리고 전 항상 이 아이디를 씁니다만
    검색해서 읽어보세요.
    정동영 의원을 줄곧 비판해왔던 놈이지만
    이번의 반성이야말로 진정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지도자의 덕목과 안목을 갖춰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했습니다.

    그리고 지켜보겠다 했습니다.
    이런 심경에 부디 님이 지금 하고 계신 것처럼
    찬물과 구중물 가리지 않고 퍼붓는 우매한 행동을 삼가하시지요.

    그나마 "혹시나"하는 기대마저도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시지 말아달란 말씀입니다.


  • .. 2010/08/16 [16:47] 수정 | 삭제
  • 정동영을 비난하는 분들의 한결 같은 심보...
    그것 역시 열등의식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군요.

    지금부터 하나 하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한 거지.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노력이 중요한 거지.
    덮어놓고 '넌 과거에 이랬으니 무조건 안된다'는 그 심보 말이죠.
    그게 바로 반정동영 그룹의 저변에 깔린 고약한 심보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댁들은 뭐 그리 잘난 구석이 많아서 아직도 그러고 사느냐고 질러 본 겁니다.

    이런 식의 논쟁이 참 짜증스럽군요.
    어찌 참여정부가, 민주세력이 망가진 책임이 다 정동영에게만 있고,
    어찌 나머지는 아무 잘못 없이 잘난 인간들만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지금 무슨 비전을 얼마나 보여주고 있는지..

    왜 뭔가 좀 새롭게 방향을 잡아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는 사람까지 그렇게도 저주하는지 치사하다 그겁니다.

    늦게나마 알았으면 앞으론 잘해봐라, 어디 한번 지켜보마, 이번에도 말만 그래놓고 실천이 없으면 그 땐 정말 가만 안 두겠다..그런 말 한번 해주면 어디 덧납니까?

    골수 노빠세력이야 원래 그런 DNA를 타고 나서 그런다 치지만
    왜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물어뜯고 그러는지..
    그렇게 해서 뭐가 나아지고 뭐가 남는 건가요?
  • 2010/08/16 [14:09] 수정 | 삭제

  • 그저 발밑을 스치는 풀잎의 촉감에 소스라치게 놀라
    홀로 애꿎은 땅바닥에 화풀이하시는 걸 보니
    '열등의식과 정신건강'의 문제는 타인에게 뱉을 말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 2010/08/16 [14:04] 수정 | 삭제


  • 심히 성미가 급하신 분이시군요.
    그러다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 광원을 보듯 명확히 드러내 보이시는군요.

    "앞으로 더 지켜보면 그 진정성을 알게 되겠지만"이라고
    지켜보지도 않은 시점에서 '진정성'을 이미 알고있다는 말씀과
    김근태, 천정배를 기회주의자라고 몰아세우시고
    유시민에 대해 저주을 퍼붓는 걸 보니
    결국 '정통(정동영과통하는사람들)' 멤버신 것 같은데....

    '정동영의 반성'을 두둔하는 정동영 멤버분께서
    반성은커녕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
    사기꾼, 기회주의자, 뻔뻔..., 늙은이 운운하며
    저주에 가까운 훼설을 늘어놓으시는 일이 '반성'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결국 '반성은 하기 싫은데 여태 구긴 이미지나 국민정서상 하긴 해야겠고'
    그래서 '정치정략'의 일환으로 한 반성이란 게 들통나지 않겠습니까?

    왜 정동영 의원의 지지자분들께서는 늘 이러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참 안타깝네요.... 이런 인식과 행태로 정치참여를 해오셨다는 것이.

    (위 못택님의 긴 글이나마 한번은 읽어보시는 인내력과 집중력을 가져보시길 권장해드립니다.)

  • .. 2010/08/16 [03:19] 수정 | 삭제
  • 못택, 그럼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는 손학규, 정세균, 천정배, 김근태는 뭐요? 유시민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나라당에서 민주.진보진영을 향해 별의별 저주를 퍼붓다가 건너온 손학규,

    민주당 틀 안에서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해 온 정세균, 천정배, 김근태...

    정치 사기꾼이나 다름없는 변신의 화신 유시민..

    그들이라고 정동영보다 특별히 더 낫다고 볼 수 있나?

    그나마 정동영은 반성문이라도 썼지...물론 앞으로 더 지켜보면 그 진정성을 알게 되겠지만...
    일단 처절한 반성문을 제출한 만큼 지켜볼 이유라도 생기지 않았나..

    그러나 여전히 반성도 않고 뻔뻔하게 묻지마 통합이나 외치며 정치 생명 연장하려는 저 늙은이들은 도대체 정동영보다 뭐가 그리 대단한 자격이 있는 인간들일까..



  • 못택 2010/08/15 [22:35] 수정 | 삭제
  • 제가 정동영에게 열등의식을 느낄 이유는 별로 없을 것 같고 근거로 사람 개개인이 가지는 궤적과 본질을 들었습니다. 인간의 짧은 능력으로 앞으로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겠으나 그 사람이 걸어온 궤적을 보면 앞으로의 행로도 짐작은 가능 할 것입니다. 또한 그 궤적을 보면 본질을 파악함에 참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동영의 궤적과 본질을 파악함에 있어 도움이 되는 글 하나 퍼와 봅니다 (물론 본 글이 주관적이라 할 수 있어도 기록의 성격도 같고 있는 것 같아)

    좀 긴 글이나 아래 정동영 부분과 유시민 부분을 살펴보면 그 들의 행로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라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 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입니다.





    ------------------------------------------------------------------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마음으로 ‘이라크 파병’을 결심했는지 잘 모른다. 당시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했던 사람들이 한 말을 통해 그 심중을 미루어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알고 있는 사실도 있다. 이 사건이 참여정부가 스스로를 고립시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만든 세 번째 중대 사건이었고, 진보세력과 시민운동 세력이 참여정부와 정식으로 결별하는 시발점이 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나는 참여정부가 이라크 파병이라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지지세력의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떠나보냈고, 이런 결정이 스스로 힘을 약화시키고, 무방비 상태로 적에게 노출된 가여운 먹잇감 신세로 전락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믿는다.





    (참여정부가 스스로를 고립시킨 첫 번째 사건은 대북송금 특검 수용, 두 번째 사건은 민주당 분당이었다. 이 두 사건은 ‘국민의 정부’을 만들고 지지한 민주세력, ‘민주당’이라는 정통야당 지지세력을 분열시킨 사건이었다. 이 두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기록할 예정이다.)





    이라크 파병을 결정할 당시의 상황은 이랬다.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 부시 정부는 우리 정부에 전투병 파병을 요청했고, 우리 정부와 대통령은 고심 끝에 미국에 ‘파병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당시, 집권 세력이라면 누구나 인식하고 있었던 것처럼, 참여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은 치명적인 '양날의 칼'이었다. 강경 네오콘이 완벽하게 장악한 부시 정부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엄청난 외교적 마찰을 감수해야 했다. 반대로 이런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다면,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 민중운동 세력과 회복할 수 없는 '절연'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미국을 설득하던지, 국내의 개혁세력을 설득하던지,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냉엄한 현실을 말하면 한쪽에서는 미국 네오콘이 시퍼렇게 눈을 부라리며 협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민주세력 전반이 목숨 걸고 단식을 하고, 연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하며 '파병을 결정하는 순간이 결별의 순간'이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신세가 힘세고 불량기 있는 형들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 나쁜 일을 돕거나, 아니면 가끔 투닥거리며 다투기는 하지만 진짜 중요한 순간에는 힘을 모아주던 친구들을 배신해야 하는 초등학생 같은 가여운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운데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샌드위치 같은 상황이었다.





    김근태는 이라크 파병안이 국회로 넘어오기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그러나 사실, 김근태 원내대표의 입장은 처음부터 확고했다. "어렵고 고통스럽더라도 미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슬기롭게 이라크 파병을 거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이런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황을 냉철하게 주시하며 지혜와 묘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김근태가 풀어야 할 숙제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당내 갈등이었다. 당시 45석이었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의 정치성향은 손학규 대표가 공천을 주도한 18대 민주당이나, 정동영 의장이 공천을 주도한 17대 열린우리당 보다는 약간 더 개혁적이었지만, 여전히 복잡한 성향을 가진 세력이 혼란스럽게 뒤섞여있었다.





    임종석을 비롯한 어떤 의원들은 파병을 반대하며 단식이나 농성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의원들은 ‘무조건 파병’을 주장하며 원내대표실에 찾아와 김근태의 결단을 압박하곤 했다. 더러 미국이 주도할 전후복구사업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미국이 주문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파병(참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한나라당이나 정부 경제․외교 관료들과 똑같았다. 난 그들이 한나라당에서 파견했거나, 경제외교 관료들이 여당에 파견한 사람들은 아닌지 의심하곤 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45명의 의원들은 이 문제를 의제로 20번 이상 공개․비공개 의원총회를 했다. 매주 2~3회 정기적으로 열리던 의원총회는 말 그대로 난상토론의 장이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이 자기 의사를 발언하고, 굳이 표결을 하지 않아도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의원총회를 시작하면 두세 시간은 기본이던 시절이었고, 출석율도 높았다.





    (이런 활발한 당내토론문화는 아마도 우리나라 헌정사상 이때가 거의 유일했던 것 같다. 나는 당시 45석의 미니정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국정주도권을 잃지 않고, 한나라당을 코너로 몰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이 의원총회의 치열한 토론문화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왕적 총재제도 대신 민주개혁정당을 표방하고 창당한 열린우리당이었던 만큼, 새로운 정치실험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열린우리당이 치밀하고 일사분란한 국회전략을 펴, 한나라당조차 오세훈을 내세워 정치개혁 입법 경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 수 있었던 힘도 이런 민주집중적 토론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온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었던 것이다. 2003년말~2004년 초반 16대 국회 후반기의 열린우리당은 당권파․비당권파가 따로 없이 말 그대로 민주집중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안타까운 점은 김근태가 노무현 대통령의 몇 차례에 걸친 간곡한 입각 요청을 고사하다,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원내대표 자리를 어쩔 수 없이 내놓고 입각을 한 이후, 이런 당내 토론문화가 계승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백팔번뇌’라는 말로 상징되는 17대 열린우리당의 불행은 이런 토론문화의 단절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쓰겠다.)





    몇달 동안 20여회의 의원총회을 열어가며 이라크 파병문제를 토론하도록 이끈 김근태의 의도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첫째, 묘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의원총회의 수많은 논의 결과, 나름대로 찾아낸 묘안이 바로 ‘비전투병 중심의 인도적 지원부대’라는 새로운 파병방안이었다. 나중에 우리 정부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대민 의료지원․전후복구 등에만 참여하는 소규모 부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한 것도 의원총회 토론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김근태는 이라크 현지에 의원 실사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둘째, 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김근태는 정부가 미국 네오콘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굴복하지 않도록 국회와 여당이 힘을 보태고 싶었다. 정부가 미국과 협의를 하면서 국회와 여당을 핑계거리 삼아 국익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숨통을 터주고자 했던 것이다. 김근태는 정부와 청와대에 이런 주문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했다. 국회와 여당이 이 문제로 격론을 벌이고 있고, 집권 여당에도 반대 기류가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삼으라는 주문이었다.





    셋째, 당내 의견통일이었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개별 의원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소신을 주장하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누구도 적당한 타협을 할 수 없는 화약고처럼 폭발력이 큰 사안이었다. 이 문제를 충분한 토론없이 결정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45석에 불과한 미니 여당은 다시 분열하고,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을 갖고 있었다.





    네오콘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내부의 분열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김근태의 전략이 바로 의원총회 토론을 통한 시간끌기였던 것이다. 김근태는 이런 시간과 공간의 여지를 만들어 노무현 대통령을 설득하고자했다.





    그러나 김근태의 이런 생각은 먹혀들 여지가 없었다. 이미 파병을 하기로 결심을 굳힌 청와대는 당이 일사분란하게 따라달라며 공개․비공개 압박에 나섰고,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은 연일 '국가 중대사에 대해 아무 결정도 못하는 무능력한 여당'이라고 공갈포를 쏘아댔다. 한나라당은 "우리가 여당할테니 너희가 야당하라"며 비꼬았다.





    당내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의원총회에서는 "언제까지 토론만 할거냐."는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공개석상에서 "김근태가 저래서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듣는다. 저래서 김근태는 안된다."는 식의 비난이 터져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민주세력은 둘로 확연하게 갈라져 버렸다. 청와대와 여당 내 다수 의원이 파병 찬성을 확정하고 압박하고 있었고, 15명 안팎에 불과한 당내 소수의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파병을 반대하고 있었다. 당 밖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조중동과 한나라당, 보수단체들은 연일 파병을 촉구하고 있었고, 진보개혁세력은 연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단식과 촛불시위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한마디로 찬반 양대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이었다.





    드디어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어느 날, 의원들이 하나둘 원내대표실로 모였다. 공식적인 의원총회는 아니었다. 기자들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열리는 회의였다. 그날 회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비공개로 열렸다. 평소 의원총회를 열던 국회 본청 제2회의실 대신, 그리 넓지 않은 원내대표실에 작은 접이식 의자가 펼쳐졌고, 의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심각한 얼굴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소 의원총회에 잘 참석하지 않던 정동영 의장도 모습을 보였다. 평소와 달리 당직자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라는 엄명이 떨어졌고, 어떤 기록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난 당직자였지만 뒷자리에 자리를 지키고 남았다.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않는 침울한 분위기였다.





    이날 이런 비공식적인 의원총회가 열린 것은 당일 아침 어느 신문에서 “여당이 국가 중대사에 대해 당론을 못 정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대문짝하게 실었기 때문이었다. 포문을 연 것은 정동영 의장이었다. 평소와 달리 정제되지 않은 격렬한 어조로 호통치듯 발언했다. 여러 말을 했지만 내 귀에 꽂히는 건 단 한마디, “정치는 타이밍입니다.”였다. 김근태를 비난하는 발언이었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면 당도 그렇고, 당신도 망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정동영 의장은 그렇게 호통치듯 자기 발언을 마치고, 급한 일정이 있다며, 박차고 나가듯 회의장을 떠났다. 유시민 의원도 발언에 나섰다. 역시 평소의 수준을 뛰어넘는 격렬한 발언이었다.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와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한 만큼, 당론으로 찬성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은 당론을 결정하더라도 소신에 따라 파병에 반대 투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몇몇 의원들이 김근태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발언을 더 하고 회의는 종료됐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본회의가 열렸다. 나는 원내대표실에서 국회방송으로 본회의 장면을 지켜봤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회의 결과에 따라 당론으로 파병 찬성 투표를 하고, 임종석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소신대로 반대 투표를 했다. 나는 김근태의 선택이 궁금했다. 투표가 진행되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정말 며칠이 흐른 것처럼 긴 시간이 흐르고, 김근태의 이름에 찬성을 뜻하는 파란불이 들어 왔다. 유시민은 예고한대로 반대 투표를 했다.





    나는 국회 본회의장 앞으로 김근태를 만나러 갔다. 찬성 버튼을 누르면서 그가 겪었을 고뇌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만 떠올랐다. 멀리서 힘없이 본회의장 문을 나서는 김근태를 지켜보면서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꾸벅 절만했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그날 오후 내내 원내대표실에는 깊은 정적만 흘렀다. 김근태는 원내대표실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방안에서 몇 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전, 그 자리에서 당내 경쟁자 격인 동료에게 인생을 걸고 지켜온 소신에 대해 ‘타이밍에 대한 감각이 없다’고 공개리에 모욕을 당했고,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한 후배의 해괴한 민주주의 특강을 들었다. 그리고 그 방에서 나와 당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뜻으로 찬성 버튼을 눌렀다. 김근태는 그 방에 다시 들어가 홀로 몇 시간을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있었다. 그날 그 몇 시간동안, 김근태가 그 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 몇 시간동안을 그 방 앞 책상 의자에 앉아 민주주의와 김근태에 대해 생각하며 속으로 하염없이 속울음만 울었다.

    출처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AWTG&articleno=16613284&looping=0&longOpen=
  • . 2010/08/15 [21:34] 수정 | 삭제
  • Mr "못택" ... 하지도 못하고 할 마음도 없었을 사람이 했어야 했다면서 애써 정 동영 의원이 한 큰 일을 애써 폄하하는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이요. '열등의식, 오만 또는 자만'인지요. 아님 근거없이 그져 두둘기고 욕하고 보자는 '정신건강의 문제'요?
  • 못택 2010/08/15 [21:07] 수정 | 삭제


  • 홍정표님께서는 정동영의 반성을 높이 평가하시나 제가 보기에는 노무현이 써야 할 반성문을 정동영이 대신 쓴 것임과 동시에 반성문조차 하나의 장사거리 즉 이벤트 상품으로서 가치를 느낀 것에 불과 할 것입니다. 그 근거로 그의 정치행위 궤적과 나이 오십이 넘으면 사람이 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