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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가 없는 한국, 3류 일본정치에서 배워야
미야자와 前일본총리의 정계은퇴가 아름다운 이유
 
황진태   기사입력  2003/10/31 [10:38]

3류 일본정치에서도 배울 건 배워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
얼마 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1월 9일 총선거를 의식하여 자민당의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정계원로인 미야자와 기이치(84)와 나카소네 야스히로(85) 두 정계원로에게 자민당의 정계은퇴를 요구하였다. 고이즈미 총리가 그 두 원로에게 입바른 말로는 당 비례대표후보의 연령제한이 73세가 기준임을 강조했었지만 이에 대해 누구나가 ‘떠나라’는 강한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건방진(?) 고이즈미 총리의 은퇴 요구 직후에 두 원로는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먼저 미야자와 기이치는 “당의 이미지 쇄신을 추진하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말에 따르는 수 밖에 없다”며 “세대교체에 기여하고 싶다”고 선언한 반면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정계은퇴를 거론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일종의 정치테러”라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최근 한국정치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성정당 내부에서 소장파 젊은 정치인들이 구정치 청산과 정치권의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서 구정치인들에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소장파들에 대해서 구정치인들은 당연히 나카소네 야스히로처럼 “노인이 필요 없다면 전국 노인들이 반발한다”며 “선거라는 눈앞의 이해만으로 일을 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될 것”라는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개혁적이냐 반동적이냐에 따른 기준으로써 단지 ‘나이’를 삼는 것은 나름대로 국회의원직을 열심히 수행했다고 자부하던 한국의 고명한 정치인께서는 상당히 억울한 심정일 테다. 그런데 미야자와와 나카소네도 그러한 심정이 더하면 더했지 한국정치인들보다야 못하진 않았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나카소네는 일본이 경제급성장을 하던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총리직을 맡아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낯익은 정치인인 미야자와는 일본이 80년대 경제성장이 멈추고 90년대 들어서 그동안의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불황이 시작된 1991년에 72세의 나이로 총리에 올랐으나 경제정책의 미숙함으로 욕을 먹기도 했었지만 이후 다시 오부치 내각에서 미야자와는 대장상으로 자리를 낮춰 입각한 후 과감한 경기부양책으로 경기를 살려 일본 엘리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이들보다 공과를 구분한다면 아무렴 ‘과’보다 ‘공’이 많지 않겠는가마는 “정치 테러다”며 섭섭함과 억울함을 토한 나카소네조차도 결국 며칠 후에 정계은퇴를 선언하였다. 한국의 구정치인들은 소장파들의 퇴진 요구에 너무 억울해 할 필요는 없겠다.         

민주당 분당 사태의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

본 기자는 민주당 분당이 수구와 개혁으로 나뉘어 질 거란 순진한 생각에서 당시 민주당내 소장파의원들이 탈당을 주저하고 있을 시점에 민주당 탈당을 강하게 선동하는 글을 쓰기도 했었지만 통합신당을 거쳐 열린 우리당이 발기된 지금. 수구가 된 민주당에 남아있는 추미애, 김영환 의원 그리고 개혁을 내걸은 열린 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죽이기의 선두주자, 후단협 의원들이라는 인적구성에 현재 매우 당혹스럽다. 이에 대한 토론은 인터넷상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니 여기서는 차치하겠으나 어쨌든 아쉬움으로 하는 말이지만 민주당 분당이라는 출혈을 각오하지 않고서 노무현 대통령이 분당되기 이전에 민주당 구정치인들에게 고이즈미 총리처럼 과감하게 정계은퇴 요구를 했었더라면 어떠했을까?

기자가 너무 순진한 ‘우문’을 독자들에게 던졌는가? 그 많은 민주당 구정치인들 중에서는 일본의 두 정계원로들처럼 “세대교체에 기여하고 싶다”는 말을 할 사람이 아무렴 한사람도 없었을까? 그래도 평소 3류 일본정치보다는 한국정치가 ‘도토리 키재기’지만 1mm는 낫다고 생각한 평소 기자의 믿음에서 물어 본 것이다.        

구정치인들의 이라크 파병 지지를 보면서

어디 구정치인의 범주에 민주당 의원만 적용 되겠는가? 기자는 한나라당, 자민련을 보면 한숨이 더욱 픽픽 나온다. 이들은 설사 내년 총선에서 떨어져 정계은퇴를 하더라도 김영삼 前 대통령처럼 일본 가서 오히려 망신살만 뻗치고 국민들에게 창피만을 안겨줄 분들이시다. 이라크 파병을 지지 하는 이들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돼먹지 않은 논리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월 200만원에 이국의 전쟁터에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한국의 구정치인들과는 대조되게도 미야자와는 은퇴기자회견에서 “외국에 무력행사를 않는다는 일본의 기본원칙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헌법 개정에 대하여 분명한 반대의사를 피력하였다. 대한민국 헌법에 엄연히 명시되어 있는 해외파병금지를 어기면서까지 찬성, 부추기는 한국의 구정치인들에게 헌법조차 ‘오도’하는 그들의 ‘오도방정’에 기자의 얼굴만 화끈해질 뿐이다.   

한국에서도 걸출한 국가원로에 대한 멋진 기사를 쓰길 꿈꾸며

얼마 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01년 노동부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퇴출연령이 35세부터 본격화 된다고 밝혔다. 이는 OECD 회원국의 임금근로자 퇴출연령이 평균 45세임에 비해서 적어도 10년은 빠른 것이다. 이제 ‘사오정’이란 단어도 무색해진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여기서 現정치인들에게 이러한 불안한 노동환경에 대해서 책임을 전적으로 전가하려는 것은 아니나 실업자, 신용불량자들에게 월 200만원에 이국으로 팔아넘기려는 그들의 참으로 편한 ‘경제적인 사고방식’을 다시 그들에게 적용하고자 한다. 세대교체를 통한 자발적인 정권은퇴는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매우 ‘경제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라크로는 못 떠나더라도 그놈의 국익을 위해서 이젠 정계에서 떠나라 당신!’

본 기자는 아무래도 국회의원으로서의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명예만을 갖고 사는 ‘국가원로’가 잇속을 챙기던 국회의원시절보다 국가현안에 대한 보다 냉정하고 현명한 사고를 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평소 일본정치를 부러워하진 않던 기자도 일본의 두 정계원로의 정계은퇴 결심에 경의를 표하며, 기자 또한 한국에서도 이러한 정계은퇴를 결심하는 정치인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는 멋진 기사를 쓰는 날을 현실감 있게 꿈꿔본다./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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