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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종교전쟁, '똘아이 교회'만 생명 외면
교회는 건설사 사장·親건설 장로들의 놀이터…"대통령 배출, 오만해져"
 
우석훈   기사입력  2010/04/28 [14:42]
4대강, 해방 이후 가장 크고 오래갈 싸움

4대강. 이건 큰 싸움이다. 아마 해방 이후로 생긴 여러 가지 생태적 사안 중 가장 정치적으로도 크고, 덩치로도 큰, 아주 커질 것이고, 오래될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다.

환경 진영에서는 활동가와 종교 지도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몇 번 말이 좀 있었다. 시쳇말로 '종교인 시다바리하고 수발드는 게 환경 활동가가 할 일이냐?' 요약하면 그런 질문이다.

삼보일배 때에도 그런 비슷비슷한 일들로 내부에서 갈등이 좀 있었고, 종교 지도자들이 '아, 심통나' 하면서 묵언수행으로 아예 입을 다무는 것으로 대충 마무리 되었었다. 지율스님 사건 때는 이게 좀 커졌었다. 하여간 그렇게 해서 결국 활동가들이 별도의 천막을 꾸렸고, 이게 열린광장에서 한 겨울을 내내 길바닥에서 농성을 했었던 그 사건이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연합이 두 개로 쪼개져서 지금의 생태지평이 바로 그 때 농성하던 활동가들이 나와서 따로 차린 단체이다.

하여간 대충 그 시점부터 우리나라 종교에서도 '생명'이라는 키워드를 화두로 종교의 생태적 전환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다.

먼저 움직인 것은 불교인데, 지금 한참 문제가 되는 봉은사에서 불교 생협을 시작하면서 생협 매장을 차렸다. 그즈음 나도 봉은사를 비롯한 그 인근의 포교원이나 포교당 같은 곳에 가서 생협에 관한 강연들을 했었다. 그 때 도법스님의 '연기론'이 상종가를 쳤고, 실상사를 중심으로 한 인드라망 농장이 한국 불교가 가야할 길로 한참 떠올랐었다.

아마 황우석 사태가 아니었다면 불교의 생태적 전환은 훨씬 빨리 이루어졌을 것 같은데, 그 즈음 황우석 사태가 터졌다. 도법 스님은 생명사상을 근거로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대해서 반대했고, 불교계 내부에서는 같은 환경 진영이었지만 도법 스님의 그런 처사에 대해서 꽤 못마땅해 했었다. 도법 스님은 고립되었고 그야말로 황까와 황빠 논쟁에서 가장 상처받은 것은 노무현 정권이 아니라 불교가 된 셈이다.

그 후에도 몇 가지 자잘한 사건이 있는데, 어쨌든 지금은 조계종 내부에서 생태적 전환이 중요한 키워드가 된 건 사실이다. 군대에 군속이 있듯이 불가에도 절 근처의 이데올로그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좀 그렇기는 하다. 그래도 조계종의 대표 키워드가 생명이라는 단어가 된 것은 좀 된다.
 
불교와 카톨릭의 대세는 '생명'

카톨릭은 불교보다 움직임이 좀 늦었다. 불교도 위로 올라가면 보수적이지만, 카톨릭 위도 엄청 보수적이다.
  
사람들은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밖에서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 양반 사후에 카톨릭에서 생태적 전환이라는 게 본격적으로 하나의 흐름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안에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고 훨씬 복잡하기는 하지만, 역시 '생명의 말씀'이 바로 카톨릭이라고 믿고 있는 젊은 사제들과 세상은 한나라당과 통한다고 철썩 같이 믿던 보수적인 할아버지들, 그 사이에서 생겨났던 미묘한 균형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이후로 깨졌다.

주교회의가 어떻게 갈지는 내년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차세대 추기경 구도가 어떻게 짜질지 그리고 카톨릭 내의 소위 생명파가 어떤 흐름으로 갈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 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사제들이 어린 모종과 선언문을 들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노컷뉴스 윤창원 기자
작년부터 올해까지의 카톨릭의 흐름에는 우연한 일들도 좀 겹쳐 있는 것 같다. 뉴타운 한다고 열심히 철거하면서 주요 성당들도 꽤 철거했다. 그러면서 보상비로 제시한 돈이...아무리 카톨릭이 넉넉하다고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보상비를 제시하면서 '성당 옮기시오'...이런 일들이 몇 번 생기면서 카톨릭 내에도 뉴타운 반대 분위기가 확 퍼졌다. 성당까지 이렇게 간단하게 밀어버리고 몇 푼 안 되는 돈 쥐어주는데 용산에서는 어떻게 했을라구...

이런 몇 가지 우연이 카톨릭에서는 용산 사태를 종단 자체에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고, 그 기분 그대로 '토건경제 문제있다', 4대강까지 연결된 셈이다.

불교와 카톨릭은 단일 종단 혹은 단일 교구의 형태라서 이런 일련의 흐름이 지난 2~3년 동안에 종단 상단부의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제는 '생명'이 대세야...

한국 교회, '장로·권사들의 개인 사조직'

기독교는 훨씬 복잡하다. 복음파와 비복음파, 민중파와 비민중파 이렇게 기독교를 나누는 관점이 있는데, 90년대 이후로는 개척교회와 대형교회 이렇게 나누는 게 현실 분석에서는 정석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 규모는 작고 개척교회이고 그래서 신선하게 맞을 것 같은데 이게 또 보통이 아닌 토건 교회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최고 힘 좋은 장로님이 지방 건설사 싸장님이신 경우, 말빨 제일 잘 먹히는 권사님 부군이 역시 건설사 싸장님이신 경우가 그렇다.
  
한국 교회는 대형 교회 몇 개 빼고는 사실상 장로들 가끔은 권사들 사조직에 불과하다. 줄줄이 장로 대통령을 몇 번 배출하고 나더니 요즘은 장로들이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이다.
목사들도 욕 많이 먹는데, 그래도 목사들은 작은 교회든 큰 교회든 사회 지도층 인사라서 아주 극단적인 똘아이짓이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일들은 좀 피해갈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장로가 똘아이인 교회와 개똘아이인 교회' 딱 두 종류만 있다

근데, 이게 장로들은 영 그런 게 없다. 욕 먹을 때에는 목사 내세우고, 아닌 경우에는 지가 단단히 신부님 행세를 한다. 장로라는 제도가 원래는 종교 민주화 과정이라는 근대화 과정에서 지금의 신교의 모습을 가지게 된 건데, 한국에서는 그냥 90년대 이후 교회의 계급화를 장로들이 붙잡고 그냥 끌고 나간 셈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는 지금으로서는 규모에 따른 차이보다는 '보수성'에 대한 기준으로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큰 교회, 작은 교회 그런 기준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이게 침례 계열인지 순복음 계열인지 아니면 감리교인지 그런 것도 하나도 안 중요한 것 같다.

'장로가 똘아이인 교회와 장로가 개똘아이인 교회' 딱 이 두 종류만 있고, 목사가 중심인 순복교가 하나 더 있다. 이렇게 보면 대부분의 교회가 왜 지금 이렇게 하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생명 불교', '생명의 카톨릭' 이렇게 다른 종교들이 내부에서부터 생태적 전환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데, 기독교 혼자서 '토건 교회' 이런 양상을 보이게 된다.

토건 교회들, 내부 노선 갈등 폭발 직전
 
4대강에 즈음하여 이런 기독교의 내부 갈등과 노선 갈등이 폭발 직전이기도 하다. 양상만 보면 4대강에 반대하는 10대, 20대 젊은 교인들이 그냥 교회를 그만두는 방식으로 대처를 하고, 좀 먹고살 만한 20대들은 교회를 결혼 정보회사의 대용물로 활용하는 딱 그런 양상이다.

물론 기독교는 그 안이 워낙 복잡다난하여 먼저 4대강 반대로 움직이는 목사들도 있고, 그런 교회들도 있다.

크게 보면, 강남의 대형교회. 여기는 건설회사 사장님들이나 親건설 장로님들의 개인 놀이방 혹은 사랑방 같은 데라서 그냥 '4대강 찬송가'가 울려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은 교회는 역시 큰 건설사, 작은 건설사가 있듯이 그냥 '4대강 찬송가' 되신다.

결국 키(key)는 10대, 20대 교인들과 순복음교회 두 군데가 가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몇 년간 청년 교인들이 수치로 잡힐 만큼 줄어들고 있다. 20대가 부패한 것 같아도 '4대강 찬송가'를 들으면서까지 교회 다니고 싶지 않다는 교인들도 꽤 많은 것 같다. 
 
젊은 교인와 순복음교회가 열쇠

90년대 식으로 하면 이런 청년 교인들이 개척교회로 많이 옮겨갔는데, 지금은 별 선택이 없어서 아예 교회를 안 나가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

그냥 안 나가면 괜찮은데, 일단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이라 아쉽지만 카톨릭으로 많이들 전환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불교로 전환하는 사람은? 이게 키 포인트이기는 하다.

몇 년 된 일이기는 한데, 보수적 기됵교인들이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육사의 신앙인 비율이다. 육사 내에서 불교 생도가 기독교 생도 비율을 추월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이걸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젊은 엘리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등지고 자꾸 절에 가는 곤란한 일이 생겨났다.' 그렇게 표현했다.

나는 기독교가 이제 좀 자성의 모습을 보일려나 했었는데, 명박 장로께서 대통령 되는 걸 보더니 도로 훼까닥해버렸다.

교인들이 빠져나가는 것, 특히 젊은 교인들이 빠져나가는 것이 지금 한국 기독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비상 사건이다. 카톨릭으로 전환하는 것은 그래도 좀 참는데, 불교로 넘어가면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에서 도저히 참기 어려운 일이기는 한 것 같다. 순복교는...

한국의 대형 교회 중에서 강남 대형교회는 부도처리되어서 망하면 망해도 자기 손으로는 조금도 자기 노선을 못 바꾼다. '토건 한국'과 함께 망하면 망하지, 탈토건 혹은 생태 쪽으로 방향 선회를 하지 못한다. 장로들 수십명이 마음을 바꾸거나 장로를 통으로 바꾸는 일이 생겨야 하는데, 이건 자생적으로 못한다.

장로들이 아무리 큰 스캔들이 벌어져도 덮어주고 덮어주면서 지난 10년을 버텼는데, 이 장로들을 통으로 바꾸어야 할 수 있는 선택, 그걸 할 수가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대형 교회 중에서 순복교밖에 없다. 실제 명박 정부 이후에 밖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순복교가 결정적으로 역할을 한 큰 사건들이 몇 개 있다.

참 웃기는 말이지만, 한국 기독교의 미래에 대해서 즉 자기 교회가 아니라 기독교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는 건 지금으로서는 결국 순복교 외에는 없지 않은가?
 
종교 권력도 부동산과 함께 갈까?

어쨌든 한편으로 4대강은, 4대강에 대해서 별로 찬성하지 않는, 아직 종교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젊은 신도들을 비롯한 '종교 간 전쟁'의 양상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불교든, 카톨릭이든 생명이라는 키워드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기독교는 "그래도 우리는 땅값파" 하면서 "강남의 권세여 영원하라" 그렇게 외치는 양상이다.

속세의 권력은 지금은 부동산과 함께 한다. 종교의 권력도 부동산과 함께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대형 교회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건설사와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생명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 이게 거의 유일한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명박과 한나라당은 건설사를 등에 엎고 또 5조원 털어주었다. 이걸 종교적 관점으로는 어떻게 볼지, 그게 이른바 '4대강 종교전쟁'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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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28 [14: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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