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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외면 받은 '세종시 수정안'…귀 닫은 MB
[여론조사] 원안추진>수정안, 한나라↓…MB, 지자체 반발에 "선거적 발언"
 
취재부   기사입력  2010/01/12 [15:49]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정부가 충청권을 중심으로 대대적 여론몰이에 나섰으나, 국민들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 수정안 보다 바람직 하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전면 백지화 한 정부의 수정안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지지율 격차가 다시 좁혀졌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원안추진(42.1%) > 정부 수정안(37.4%)…충청지역 반발 정점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일인 지난 11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2.1%가 원안과 같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 정운찬 총리가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확정 발표했으나, 같은날 조사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반대여론이 찬성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 CBS노컷뉴스

반면, 정부의 수정안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37.4%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는 11일 정운찬 총리가 기자회견 형식의 브리핑으로 정부의 수정안을 제시한 이후 첫번째 여론조사로, '여론전환'을 자신하고 있는 정부여당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말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같은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안추진 의견이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일 조사에선 수정안(39.3%)과 원안(39.1%)이 평행선을 유지한 바 있다.
 
정부 수정안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엔, 35.7%가 "예상했던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못하다"라는 의견도 29.2%에 달했다. 반면 "기대이상이었다"며 정부 안에 손을 들어준 응답은 15.5%에 그쳤다.
 
지역별의 경우, 세종시 문제에 가장 민감한 대전과 충청지역에서 반대여론이 찬성을 크게 앞질렀다. 원안추진 의견이 61.6%로 나타난 반면, 수정추진은 32.1%에 불과했던 것. 특히 대전/충청 응답자들의 38.6%는 "기대 이하"라는 평을 내렸다.
 
원안추진에 대한 의견이 정부의 수정안 보다 2배 가까이 높다는 것이며, 이번 정부안에 대한 충청민들의 반발이 어느정로 큰 가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이밖에 전북(23.5% < 60.5%), 부산/울산/경남(38.2% < 45.4%), 전남/광주(16.8% < 43.7%), 대구/경북(33.1% < 42.4%) 에서도 원안 추진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서울(45.3%〉40%)과 인천/경기(39.3%〉33.9%) 등 수도권 지역에선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지정당의 경우, 한나라당 지지층은 수정추진(58.2%)이 원안추진(26.7%)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61.5%가 원안 추진 의견을 내비쳐 수정추진(18.2%)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 민주당은 상승…"더 줄어들 가능성 높아"
 
이같은 '세종시 수정안' 반대여론은 최근 지속적 상승세를 유지했던 한나라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 이전에 실시된 결과지만,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
 
▲     © 리얼미터

리얼미터가 1월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전주 대비 2.2% 포인트 하락한 40.7%를 기록했으며, 민주당은 2.4% 포인트 상승한 27.6%로 나타났다.
 
특히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대전/충청 지역에서 5% 포인트나 하락한 26.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8%를 기록한 민주당이 다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
 
이날 양당 지지율에 대한 조사 발표가 정부의 수정안 공식 발표(11일) 이전에 조사됐다는 점에서, 지지율 격차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리얼미터는 전망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 하락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8.1%를 기록, 전주와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2% 포인트 상승한 41.9%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선 정부 수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못박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0.4%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박 전 대표는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57.4%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주 대비 4% 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어 유시민 전 장관이 0.8% 포인트 상승한 15.0%로 2위를 차지했고, 지난주 4위였던 정동영 의원(9.8%)은 민주당 지도부의 복당 언급 이후 소폭 상승하면서 3위로 다시 올라섰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8.6%)와 손학규 전 대표(4.9%)가 뒤를 이었다.
 
세종시 수정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였으며, 정당 지지율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4% 포인트 였다.
 
MB, 지자체 반발에 "선거적 발언 많이 하는 것 같다"…민주, MB탄핵 주장
 
한편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확정에 맞춰, 12일 부터 충청과 지역민심을 중심으로 한 대국민 설득에 본격 나선 형국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국 광역시도 지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세종시 수정안의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단체장들의 의견을 들었다.
 
특히 이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충청권 등 지자체 반발에 대해 "선거가 다가오면서 시도지사들이 선거적 발언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전국 광역시도 지사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시도지사들이 선거적 발언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지자체 반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청와대

이어 "(선거용 발언이라는 것은) 상당부분 이해 하지만 (단체장) 여러분들이 반은 정치인, 반은 공직자의 관점에서 지역발전도 중요하게 다루고 국가발전에도 기여하면서 임해야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야권의 비판, 특히 박근혜 전 대표를 의식한 듯, "너무 정치논리로 가는 게 안타깝다. 한나라당 내에서 의견이 다르고, 야당 내에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소속에 따라서 완전히 의견이 다른 건 좀 그렇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문제를 정치논리로 풀어간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며 "세종시 원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지면서도 표를 의식해 원안 추진 약속을 20번 이상 하신 분이 바로 이 대통령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치 논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신 분이 바로 본인이면서 지금 원칙을 고수하려는 야당에게 '정치논리로 반대한다'고 오히려 덮어씌우는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온당치 않은 모습"이라며 "이런식으로는 절대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향후 이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 목요일(14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수정안의 내용과 당위성을 설명키로 했으며, 충청권 방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국가 백년대개를 위한 고심 끝의 결단인 만큼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자리를 갖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시점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의 야권에선 이미 이 대통령 탄핵 까지 언급한 상황이며, 삭발 까지 강행한 자유선진당 역시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혀, 이 대통령의 대국민 설득방안이 국민들과 정치권에 어느정도의 효과를 미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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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12 [15: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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