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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시민사회, 진보에도 고려장이 필요하다
[공희준의 일망타진] 혁신 당해야 할 당사자가 혁신하자는 적반하장
 
공희준   기사입력  2010/01/08 [13:40]
1. 이른바 반MB 연대를 만들겠다며 시민사회 원로급 인사 6명이 모였다고 한다. 이 여섯 명이 야당 대표들을 초청해 청문회 비슷한 것을 연다는 소식이다. 야당 대표들 가운데는 한미FTA 강행과, 쌍용자동차의 상하이 자동차로의 매각을 총지휘한 정세균 씨도 민주당 당대표 자격으로 포함되어 있다. 강남부자들만 기쁘게 할 정책에 총대 멘 사쿠라 정치인도 깍듯하게 예우해주는 것이 대한민국 시민시회의 ‘격(格)’인가 보다.

여섯 명의 면면을 보고서 나는 절망은 전혀 솟아나지 않았다. 절망이란 희망의 반대말이다. 반대말은 그 자신의 반대말의 존재를 어쨌거나 전제하기 마련이다. 절망이 있으려면 재래식 화장실 변기통 밑바닥에라도 희망의 부스러기나마 붙어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의 원로급 인사의 이름들을 전부 읽고서 그저 하품만 나왔다. 하여 졸음 이기려고 아프리카 가서 청춘불패 재방송 다시 한 번 봤다. 나도 구하라 엉덩이춤 좋아한다.

그 알량한 시민사회의 원로급 인사들 중에는 골프 치다가 잘린 전직 총리도 은근슬쩍 끼어 있다. 패거리주의란 게 별거 아니다. 아무리 많은 잘못을 저질러도 단지 오래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과거에 고생 좀 같이 했다는 핑계로 계속 끼리끼리 밀어주고 끌어주고 챙겨주는 거다. 특권적인 수구기득권 집단이나 함직한 요 더러운 짓거리를 대한민국의 시민사회라는 데서 하고 있다. 반MB 연대라는 포장을 한 채로.

보수진영의 사정은 내가 모르겠다. 대신에 개혁세력과 진보진영 내부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음은 조금은 안다. 첫째 부류는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기부터 집어 드는 축이다. 두 번째는 컴퓨터 전원을 켜거나 책꽂이 쪽으로 향하는 유형이다.
 
▲ (자료사진)     ©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먼저 두 번째를 설명하면 그들은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첫 번째 부류다. 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돈이든 이념이든 어떠한 형태의 대안과 솔루션도 만들어낼 수 없는, 즉 서푼짜리의 부가가치도 창출한 능력이 결여된 철저한 무능력자들이다. 그들이 아는 방법이라곤 전화번호부에 있는 비슷한 족속들과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무조건 쪽수로 승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쪽수는 국민의 절대 다수가 기준이 아니라 자기들 패거리 안에서의 제한된 세력분포를 잣대로 삼는다.

2.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무슨 일 생기면 전화기부터 찾는 인간들이 역시나 연합이나 연대니 하는 레퍼토리를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줏대 있던 홍세화 선생까지 거기에 부화뇌동한 모양이다. 홍세화 씨도 이젠 늙었구나.

일제가 한국사를 왜곡하고 한민족을 폄하하기 위해 지어낸 허구의 신화가 고려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고 몹쓸 고려장을 다른 곳도 아니고 진보진영과 개혁세력을 대상으로 향후 몇 년 동안만 시범적으로 실시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

어제의 민주화 투사는 오늘의 민주화 투자자가 되었다. 민주화 투자자들은 젊은 날의 고난을 밑천으로 활용하면서 평생을 보장받으려 시도한다. 밑천의 구체적 형태만 다를 뿐 발상과 행태는 완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부녀회 수준이다. 복지체계가 부실한 결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경제적 불우함을 정치적 영향력으로 보상받으려 하는 경향이 지나치게 강하다. 보수를 자임하는 어르신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소박하다. 탑골공원서 사자후 토하는 걸로 만족해한다. 오히려 진보로 분류되는 노인들이 훨씬 욕심이 크다. 꼭 기자들 모아놓고 선언문 낭독해야 직성이 풀린다.

물론 여기서의 노인은 나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다. 내면이 척도다. 변화를 거부하고 낡고 익숙한 것들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30대 초반에 환갑진갑 다 지나버린 386세대 출신 정치인들처럼. 그들은 남들 회사서 대리나 과장직급 달 때 벌써 후일담 얘기하고 회고록 썼다.

3. 시민사회의 원로 이해찬 씨가 질문하고, ‘386원로’들의 호위를 받으며 당권을 유지하고 있는 정세균 씨가 대답하는 반MB 연대 토론회, 혹은 좌담회. 이거 한 마디로 사기고 야바위다.

그러한 사기와 야바위가 정당개혁, 공천쇄신의 간판을 뒤집어쓰고 확대재생산될 전망이다. 시민공천 배심원제, 차라리 ‘유시민계 공천 배심원 제도’라고 해라. 그래야 정직하기도 하거니와 임팩트도 있을 테니까. 그 제도를 김원기 씨가 주관하는 민주당의 혁신통합위원회인가에서 추진한단다. 가차 없이 혁신을 당해야 할 당사자가 적반하장으로 혁신을 주장하고,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배제되어야 마땅할 암적 존재가 도둑이 제 발 저려 통합을 외친다고 할밖에. 김원기 씨를 그 자리에 앉힌 주인공은 당연히 정세균 씨다.

미리 알려주마. 민주당의 시민공천 배심원단은 이렇게 구성된다.

1) 노사모 30% :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해야 하므로.
2) 영남향우회 30% : 전국정당화의 목표를 실현해야 하므로.
3) 전대협 동우회 30% : 386이야말로 개혁의 영원한 주도세력이므로.
4) 강남아줌마 10% : 정세균 씨의 간택을 받은 자칭 깨어 있는 시민들이므로.


대체 호랑이는 뭐 하나 몰라. 저런 것들 안 물어가고. 음력설이 아직 오지 않아서 안 오는 건가?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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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08 [13: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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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0/03/30 [19:03] 수정 | 삭제
  • 글 잘읽었습니다. 시민님의 댓글도 좋네요. ..
  • 서민 2010/01/12 [17:51] 수정 | 삭제
  • 공희준이 지적이 옳다. 공희준같은 문제의식을 갖는 이들이 대부분 진보를 염원하지만 현실의 구렁을 보고 선거에서 기권하는 다수 서민들이다.
    작금의 진보연합작당은 이들 다수를 배제한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투표하는(최근엔 진보를 자칭하는 노시모부류같은 이들) 이들을 겨냥한 맞춤 메뉴에 불과하다.
    공희준같은 이들의 의식를 대변하는 이론가도 침묵하는 다수들의 표면적 동조를 못받는데 그 이유는 정치는 현실을 다루고 현실이 아직 벅차니 내가 관심을 가져봤자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피해의식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기 때문,
    자연히 공희준의 필치는 분노와 야유의 감성으로 글의 수준은 격해지고 투박해진다.
    돈도 안생기는 일에 옳은 소리를 하지만 동조자가 없는듯하니 그럴 수 밖에
    그러나 그럴수록 글쟁이는 첨예한 논리로 글의 수준을 더욱 갈고 닦고 높여야한다.
    해학과 야유의 간접화법보다는 정통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한다.
    공희준의 문제의식이 지금의 가장 절박한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 시민 2010/01/10 [16:26] 수정 | 삭제
  • 공희준이가 기존의 여야 구도 민주/ 반민주 고착구도를 깨려는 시도는 지금 시대정신에 맞다. 한나라/민주 구도 가지고 우려먹을 시대는 넘어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까지 이를 우려먹었던 인간들이 아직 그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뻘짓을 한다는 점이다.
    공희준의 시도는 좋으나 희준이도 아직 완전 때를 벗진 못한 것 같다. 홍세화를 아직 평가하나? 그 인물은 진중권과 함께 이미 옛날부터 알아봤다. 유럽 사대주의.
    희준이의 문제 또 하나. 외국인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심각성을 모르는 듯...
    요즘 탈민족주의자들의 자가당착과 정신분열. 남북통일문제는 아예 내팽개친 듯 하고 동남아 애들 불러와 남한 다민족화에 열 올리는 모습 보면... 저넘들 본색이 뭐야. 남북 영원히 선 긋자 아닌가? 정신이 있는건지...
  • 미몹 2010/01/10 [03:04] 수정 | 삭제
  • 자보가 이런 인간 한테 글 쓸 공간 주는 건 노이즈 마케팅일텐데.
    안타깝다. 이젠 누구도 자칭 원로라는 이 인간에 관심이 없는 듯.
    니가 진보라고? 차라리 희재하고 함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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