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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눈폭탄' 비판 피하기 위해 '삽질이벤트'?
서울시, 오시장 제설작업 사진 배포 논란…"뒷북 치지말라", 지지율도 하락
 
취재부   기사입력  2010/01/05 [12:08]
사실상 100년 만에 최악의 폭설로 기록된 지난 4일의 '눈폭탄'에 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여준 '전시행정'이 시민들의 분노와 정치권의 비판을 자아내고 있다.
 
폭설에 따른 교통 대란과 제설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오 시장의 '직접 제설' 모습이 담긴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으나, 지난달 말 예상치 못한 폭설에 이어 새해 첫날 부터 시작된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
 
오 시장, 흰색 모자 쓰고 '삽질'…"뒷북치는 '삽질 이벤트'"
 
서울시는 대규모 눈폭탄이 시작된 4일 새벽 부터 시간대 별 강설량과 제설 작업 현황 등을 알리기 위해 시 언론담당관 명의의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특히 서울시는 이날 오전 "오세훈 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오전 8시부터 제설대책본부(남산별관 소방재난본부)에 상주하여 시내 제설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 4일 오후 제설작업에 손수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     © 서울시
 
▲ 오세훈 시장     © 서울시

또 "(4일) 오전 9시부터 남산 1호터널 진입경사로와 소월길, 엠버서더호텔 언덕~동대입구에 나가 제설요원들과 함께 직접 제설작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는 '시, 군, 경 기관장 제설작업'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금일 15시 30분 부터 서울시장, 수도방위사령관, 서울경찰청장이 합동으로 제설작업을 실시한다"며 '충무로 세종호텔 앞'이란 구체적 장소 까지 명시했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직접 제설작업에 나선 사진과 제설대책본부에서 제설상황을 보고받는 사진 등을 첨부했다. 이날 서울시는 새벽 0시 15분 께 부터 폭설 상황을 감지하고 전 직원이 비상 제설근무에 돌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사진에선 흰색 모자를 쓴 오 시장이 제설반원들과 함께 삽을 들고 손수 '눈 치우기'에 나선 모습이 담겼으며, 제설대책본부에선 전반적 상황을 모니터 하기 위한 화면 앞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 보여졌다.
 
하지만 야권에선 이러한 '사진'을 놓고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미 서울시가 지난달 말 불과 2cm 남짓한 폭설에 여론의 뭇매를 감수해야 했던 이후, 비판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 시장이 시민들을 '달래기' 위해 전시용 사진을 보여줬다는 것.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오늘 언론에는 오세훈 시장이 삽을 들고 거리에 나선 모습이 소개되었다. 시장이 삽들고 나선다고 눈이 얼마나 치워지겠나? 이미 서울 시민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다 했는데 뒷북치는 '삽질 이벤트'"라고 힐난했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27일 2.6cm의 눈이 내려 서울시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을 당시, '다른 것은 몰라도 눈 치우는 일 하나는 제대로 하겠다', '앞으로 눈의 양이나 여건을 따지지 말고 모든 특수 상황에 대비하라'고 강력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4일, 제설차량 1200여대와 제설인원 만 1만 여명이 투입됐음에도 교통대란과 같은 비상 상황을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제설량 보다 내리는 눈의 양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한강 르네상스니 광화문 광장에 스노우보드 점프대를 설치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정작 시민의 발목을 잡는 눈 하나 제대로 못 치우는 것"이라며 "광화문광장에 이어, 참으로 서울 시민들이 개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계안 "오세훈, 그 시간에 대시민 호소했어야"
 
오 시장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은 6월 지방선거에서 맞붙게 될 대항마들의 맹성토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노우보드' 대회에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일갈에 이어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도 오 시장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5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삽질 이벤트라는 말들을 많이 하던데, 오 시장은 그 시간에 '대시민 호소'를 했어야 한다"고 '전시행정'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를 테면 간선 도로는 시가 책임지고 치울 테니, 집 앞 및 상가 앞은 시민들이 나와서 치워주십시오 하고 호소를 해야 했다"며 "그렇게 홍보비를 허드렛 물 쓰듯이 써가면서 삽질 이벤트를 할 일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 4일 제설대책본부에서 제설상황을 보고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 서울시

이 이사장은 '눈이 많이 내려 어쩔 수 없었다'는 서울시 해명에 대해서도 "하늘만 탓할 것이 아니다. (서울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다 못했다"며 "있는 자원조차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줄 모르는 게 꼭 서울시 시정 운영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민 과반수 이상 "오세훈 재선 반대"…여권 내에선 1위 고수
 
한편 지난해 말 부터 '전시행정'의 논란이 지속돼온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여론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GH코리아'가 구랍 30일 서울시민 1,5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이 재출마 하는 것에 대해 '지지한다'는 의견이 47.5%로 나타난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52.5%로 조사됐다.
 
하지만 여권 내 서울시장 후보들의 가상대결에선, 오세훈 시장이 40.9%를 얻어 현재까지는 1위를 달리고 있었으며, 원희룡 의원이 15.6%를 얻어 2위, 뒤이어 나경원 의원(9.3%), 정두언 의원(6.2%)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내에선 한명숙 전 총리가 31.8%, 송영길 의원 11.2%, 이계안 이사장 9.2%, 김성순 의원 8.6%를 기록했다. 다만 '잘 모름'이 39.2%로 나타나 향후 변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차기 서울시장은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34.3%가 '경영전문가 출신'을 꼽았다. 이어 '행정관료 출신'(18.7%), '정치인 출신'(16.0%), '시민단체 지도자'(14.5%) 순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를 묻는 질문엔, '청년실업 등 일자리문제'가 35.2%로 1위를 기록했으며, 뒤이어 '고비용주거문제'(25.4%), '노후불안문제'(16.5%), '사교육비 문제'(15.1%)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12월 30일 하루 동안 서울시 거주민 1,587명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조사 방식(시도건수 총 38,668통)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구간에 표본오차는 ± 2.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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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05 [12: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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