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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에 이은 지역신문 장악
[김영호 칼럼] MB정부의 지역신문 '지원', 우호적 여론조성 위한 술수
 
김영호   기사입력  2009/12/29 [14:14]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6년 한시법으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따라 지역신문위원회가 설치되어 5년째 운영되고 있다. 발전기금의 규모는 작지만 정부예산으로 편성된다는 점에서 위원회가 엄격한 기준에 따라 면밀한 심사를 거쳐 지역일간지, 지역주간지를 따로 지원대상으로 선정한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위원회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지원을 신청한 모든 신문사를 지원하라고 지시해 지역신문사들을 물론이고 지역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신문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정치권이 발의해서 제정된 것이 아니다.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논의해온 내용을 입법청원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언론도 중앙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역언론은 존립근거를 위협받을 만큼 위축되고 있다. 중앙언론의 비대화와 지방언론의 쇠퇴화는 수도권 집중을 촉진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점에서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역사회 균형발전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 이 법이 제정된 것이다.

 지역신문의 중요한 역할은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제도화-정책화를 통해 균형 있는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같은 능력이 취약하다. 그 중요한 원인은 중앙집중의 심화에도 있지만 왜곡-편파보도의 누적으로 인해 지역주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점이다. 그 다음은 조-중-동이 돈을 뿌려 남의 독자를 뺏어가는 약탈적 시장침탈로 인해 시장기반이 취약해졌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5월 지역신문사 편집국장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 국무총리실

 하지만 언론사에 대한 정부지원은 자칫 정부개입을 자초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기준은 아주 엄격하다. 지배주주나 발행인-편집인이 지역신문 운영 등과 관련하여 금고이상의 형을 받으면 지원대상에서 배제된다. 또 기자가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실형을 받아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직원 잘못을 이유로 회사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언론의 윤리적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편집규약을 제정하면 가산점을 준다. 사주가 신문제작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 상당수 지역신문사의 사주가 토호라는 점에서 내부견제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편집국장 중간평가와 임명동의제를 시행하는 신문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 독자위원회회의 설치를 권장한다.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권리를 보장하며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장치다. 윤리위원회 권장함에 따라 취재윤리를 확립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큰 변화이다. 

 기자가 기업이나 관청에 광고를 강매해 말썽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다. 주재기자가 보급소장을 겸직해 신문 강매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례 또한 많았다. 이 경우 감점요인이 되기 때문에 신문사들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 기자의 업무영역을 취재활동으로 제한하고 있다. 아직도 그 같은 행태가 근절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고질병을 스스로 고치려는 자정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관청에 강제로 배당하다시피 해서 파는 계도지도 거의 없어졌다. 이 또한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이 올린 성과이다. 지난 수십년간 언론-시민단체들이 개혁운동을 폈지만 이루지 못한 결과이다. 

 인턴기자를 지원함으로써 지역대학 출신을 훈련을 통해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 언론인의 경륜을 살리기 위해 프리랜서 지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기자 재교육이 전무한 현실에서 연수기회를 확충하고 기획취재와 해외취재를 지원함으로써 취재기자의 안목을 높여주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모니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도적인 편파-왜곡보도를 가려내려는 취지다.

 또 지역신문과 지역주민의 접촉기회를 넓히기 위해 NIE(신문활용교육)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소외계층의 정보접근권을 확충하는 취지에서 구독료도 지원하고 있다. 지역신문 이미지 개선을 위한 공공캠페인을 지원하는 한편 지면개선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윤전시설과 편집장비 도입을 지원하는 융자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지역신문의 자본기반이 취약해 제작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이 고사위기에 처한 원인은 일부 신문의 비윤리적인 보도행태로 인해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또 지방토호들이 사업 방패막이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신문사를 세웠고 이에 따른 난립으로 인한 출혈경쟁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 그래서 이 법이 편집자율권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신문을 엄선해 지원함으로써 스스로의 개혁을 유도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 까닭에 선정된 신문사는 재정적 지원보다는 선정 자체에 의미를 갖고 긍지를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의 시행시한의 연장을 논의하는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모든 지역신문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은 비리의 온상으로서 지역사회에 온갖 해악을 끼친 사이비 신문을 격려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지역사회에서 지탄 받아온 신문, 죽어야 할 신문을 살리려고 국민의 혈세를 퍼붓겠다는 뜻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4대강 등 정치현안에 대해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술수이다. 방송장악에 이어 지역신문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너무 분명하다.   

 이 법 3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신문의 취재 및 보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기금을 언론장악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사이비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은 이 법 시행 5년만에 언론의 정도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무산시키는 행위다. 언론노조의 ‘독버섯에 거름주기’라는 성명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말하고도 남는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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