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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대사, 음주 뺑소니 사고 내고도 무사통과
수차례 음주운전 측정 협조 거부…외통부 "강제집행 불가능" 한계 인정
 
김효은   기사입력  2009/12/21 [09:45]

동유럽권의 한 주한 외국 대사가 외교차량으로 음주운전을 하다 뺑소니 사고를 내고도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동유럽권에 속한 주한 A 대사는 지난 5월 12일 오후 9시 25분쯤 중구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대사관 공용차량으로 음주운전을 하다 그랜저 승용차를 추돌했다.
 
하지만 A 대사는 사고를 수습하지 않은 채 운전을 계속했으며, 5분 뒤 중구 장충체육관 인근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또 다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A 대사에게 수차례 음주운전 측정 협조를 요청했으나 대사는 끝까지 이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행정처분 등 아무런 조치 없이 사고 1시간 반 만에 대사가 귀가하면서 사건은 유야무야 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A 대사가 끝까지 음주 측정 요청을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려보냈다"면서 "국제 협약에 따라 주한 외교관에게는 면책 특권이 주어져 음주 사실이 의심되더라도 체포나 구금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한 외교관 음주사고 '속수무책'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 최근 2년 간 외교통상부가 파악한 주한 외교관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4건, 교통사고는 5건이었다.
 
음주운전 통계는 주한 외교관이 측정 협조에 응했을 경우에만 집계되는 만큼 실제 음주운전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주한 외교관의 음주운전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BS 취재 결과 최근 2년 동안 외교부가 주한 외국 공관에 음주운전 금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은 지난해 6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경찰청과 외교부가 지난 2007년 외교차량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무용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외통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권고 지침일 뿐 실제 강제집행은 불가능하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한편 취재진은 A 대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대사가 '(취재진을)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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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2/21 [09: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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