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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소용돌이' MBC…"주요보직에 靑 측근 거론"
노조, 15일 임시주총 앞두고 '직할통치 분쇄 투쟁' 돌입…"적극 저지할 것"
 
취재부   기사입력  2009/12/14 [11:38]
4명의 본부장 사표 수리 이후 '김우룡 출근 저지투쟁'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근행 위원장)가 오는 15일로 예정된 '신임 이사 선임'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직할통치 분쇄를 위한 투쟁'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MBC본부는 특히 신임 보도-제작본부장과 이사진 등에 이른바 이명박 정부 실세의 측근들과 김 이사장의 고교 후배 등이 거론되고 있는 점에 주목, 주총 저지 등 향후 강도높은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MBC 주요 보직에 청와대 실세의 측근, 김우룡 고교 후배 등 거론"
 
MBC는 15일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과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지난 10일 사표가 반려된 엄기영 사장 등이 모인 가운데, 여의도 63빌딩에서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 김우룡 이사장.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이자리에서 방문진은 MBC 신임 이사를 선임하며 지난 10일 사표 수리로 공석이 된 일부 본부장 등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방문진은 지난 10일 임시이사회를 개최, 엄기영 사장의 사표를 반려한 대신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과 이재갑 TV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 등 방송제작과 관련한 주요 인사들의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MBC노조는 14일 특보 제154호를 내고 "방문진의 신임 이사 선임이 15일로 예정된 가운데 친정부 인물들이 이사회를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보도본부장 등 주요보직에 청와대 실세의 고등학교 선후배로 알려진 J씨와 Y씨가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같은 기류는 MBC 내부 구성원 안팎에 적잖은 반발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제작본부장에는 김우룡 이사장의 고교 후배로 알려진 K씨가 거론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노조는 "다른 부문의 인사들 역시 실력과 원칙보다는 잔재주와 처세술로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것이 중평"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미 엄기영 사장이 독립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식물 사장이 됐다"며 "임시 주주총회는 요식적 행위에 불가하다는 점에서 15일 예정된 임시주총을 적극 저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방문진에 의해 새로 선임되는 낙하산 이사들은 MBC의 독립성 공영성을 지킬 능력이나 의지가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의 개인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출근을 저지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 MBC노조는 15일 임시 주총 저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향후 MBC노조는 14일 서울 여의도와 일산 사옥에서 부문별 긴급조합원총회를 열고, 현재 까지의 상황을 정리한 뒤 투쟁 방향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이근행 위원장, 강도높은 투쟁 의지 밝혀 "MBC, 격랑의 소용돌이 휩쓸릴 것"
 
한편 이와 관련해 이근행 위원장은 지난 12일 조합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김우룡은 오늘 이 순간에도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은 카드를 관철시키고, 자신의 사람을 심기 위해 엄기영 사장을 밀실에서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임시 주총 투쟁계획과 관련, "임시주총 이후 여의도 사옥은 격랑의 소용돌이로 휩쓸려 갈 것"이라며 "정권의 공영방송 MBC 직할통치 분쇄투쟁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독려했다.
 
앞서 MBC노조 집행부와 지부 위원장 등 40여명은 지난 11일 오전 부터 김우룡 이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여의도 율촌빌딩에 위치한 방문진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14일에도 노조는 출근저지 농성을 벌였으나 김 이사장이 외부 일정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MBC노조는 이날 "김 이사장은 지난주 노동조합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본부장 4명의 교체를 강행해 엄기영 사장의 인사권을 사실상 무력화 시켰다"며 "평소 8시를 전후해 출근하던 김 이사장은 이날 갑자기 외부 일정을 핑계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장의 편지 전문'-조합원 동지 여러분께
 
정권의 하수인들을 공영방송 MBC의 경영진으로 입성시키는 일이 지금 급박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지난 10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사장에 유임되었으나 경영진들을 대거 교체당하고, 실질적으로는 ‘식물 사장’으로 전락한 엄기영 사장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MBC를 장악하기 위한 정권의 음모와 겁박이 현 상황의 본질이지만, 스스로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 명예와 자존심, 그리고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지키지 못한 엄기영 사장 역시 역사의 죄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8월 정권의 특명을 받은 방문진이 전격적으로 엄기영 사장이하 경영진을 중도해임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을 때, ‘잠시의 비굴이라 할지라도 한 생(生)의 명예를 송두리째 잃게 되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잊지 말라. MBC와 국민이 인간 엄기영에게 오랫동안 베푼 애정을 귀히 여기고, 자랑스런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공영방송 사장의 명예는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지켜줄 수 없는 자리입니다. 이 광폭한 야만의 시대에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자리는, 헌신과 희생이 요구되는 고난의 자리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폭거를 통해 정권은 엄기영을 ‘식물 사장’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MBC 구성원들이 이 ‘역사의 죄인’을 알아서 내몰아 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그들은 지금, 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꽃놀이패였었노라고, 머지않아 무주공산이 따로 없을 거라고, 환호작약하고 있을 것입니다.
 
김우룡은 오늘 이 순간에도 청와대로부터 지시받은 카드를 관철시키고, 자신의 사람을 심기 위해 엄기영 사장을 밀실에서 압박하고 있을 것입니다. 정권의 직할통치를 위한 꼭두각시들을 후임이사로 들여앉히기 위해 칼날을 들이 대며 협박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엄기영 사장이 자신의 옆구리에 들이대고 있는 칼날을 되돌려 정권을 향한 비수로 쓸 수 있는 의지와 힘, 사장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던지는 사즉생의 결단을 발휘한다면 조금이나마 그 죄를 씻는 길이겠지만, 지금껏 경험한 바로 기대난망입니다.
 
오는 15일(화) 후임이사 선임주총이 열립니다. 노동조합은 이미 정권의 앞잡이인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의 퇴진투쟁을 선언했고, 출근저지에도 돌입했습니다. 또한 밀실에서 정권에 충성서약을 하고, 공영방송 MBC 직할통치의 첨병으로 나서게 될 후임이사들이 MBC에 한 발작도 들여놓지 못하게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임시주총 이후 여의도 사옥은 격랑의 소용돌이로 휩쓸려 갈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여러분. 동지들은 저에게 이 어려운 시기에 공영방송 MBC의 노동조합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겨주셨습니다. 저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한 공영방송을 수호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장정에서 늘 지혜, 인내, 용기, 희생이라는 네 가지를, 판단과 행동의 핵심가치로 여겨왔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 때라 생각합니다. 행동이 필요한 때라 생각합니다.
늘 대의에 충실했던 우리 문화방송노동조합의 전통을 믿으며, 늘 집행부에게 힘과 격려를 주시는 동지들을 믿으며, 정권의 공영방송 MBC 직할통치 분쇄투쟁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12일   위원장   이 근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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