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정세균-박지원 콤비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도 민주당 당권을 계속 유지하는 조건으로, 유시민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민주당으로부터 양보 받는 조건으로, 오연호는 민주당과 친노신당 양쪽 모두를 상대로 ‘밤의 당대표’로 군림하는 조건으로 이들 4자 사이에 적절한 타협과 역할 분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대표 정세균 씨는 자신의 당내 입지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잘 알고 있다. 불안한 입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단이 DJ의 유언조작 논란이다. 오직 박지원 씨만이 전해 들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는 옛날 진시황 사후 펼쳐진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의 농간을 연상시키고도 남았다.
정세균은 조중동으로부터 호평을, 아니 귀여움을 받는 야당 대표다. 보수언론에게서 이토록 좋은 이야기를 꾸준히 듣는 야당 총수는 과거 민한당의 유치송 씨 이래 처음이리라. 참으로 석연치 않은 일은 정세균을 진보의 대변지라는 오마이뉴스(더불어 한겨레신문도)가 일관되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야당 역사상 최악의 정치인일 수도 있을 그를 왜 오마이는 부지런히 지원해주는 것일까? 아마도 정세균만이 유시민 씨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고분고분하게 양보할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시민은 민주당 후보자의 출마를 무산시키고 본인이 금배지를 단 2003년 보궐선거의 추억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그러한 유시민에게 정세균은 가장 만만하고 확실한 거래처다.
다시 말하지만 정세균 씨의 당내 입지는 매우 불안하다. 그럼에도 그가 버틸 수 있는 비결은 박지원 씨의 뒷받침과, 오마이뉴스의 끊임없는 지원과,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민주당 내 참여정부 옹호족들의 지원사격에 있다.
혹시라도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박지원-유시민-오연호의 응원만으로는 정세균이 생존을 도모하기 어렵다. 결정적 버팀목은 청와대의 이명박 대통령이 제공한다는 분석이 훨씬 합리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정세균 씨가 산자부 장관으로 있을 적에 상하이 자동차에 막무가내로 매각한 쌍용자동차에서 중국으로의 불법적인 첨단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인사들이, 이를테면 김근태 씨나, 손학규 씨나, 정동영 씨나, 천정배 씨나, 추미애 씨가 당시의 매각작업을 총지휘한 주무장관이었다면 분명 불똥이 튀었을 터.
정세균 씨는 이명박 정권 아래서 현재까지 검찰이나 경찰의 본격적 수사나 치밀한 내사를 받지 않은 거의 유일한 야당의 유력 정치인일 것 같다. 그가 단군 이래 우리나라서 최고로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가라고 그냥 믿어주기로 하자. 그게 속 편하다. 그러지 않으면 선량한 국민들 속 터져서 못 산다.
박지원 씨의 위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4자의 동맹구도에서 제일 먼저 탈락할 것이 유력시되는 까닭에서다. 그가 동교동 주류와 이른바 DJ의 특무상사들로부터 공공연하게 왕따와 배척을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회자되는 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몹시 위독한 상황임에도 박지원 씨가 염치 불문하고 정세균의 다이아몬드 반지, 즉 정책위의장 자리를 수락한 것을 보면 현재 그의 처지가 얼마만큼 옹색한지 미루어 살펴볼 수 있다.
유시민이야 2003년에 구사한 바 있는 벼랑끝 전술을 고스란히 재활용해 민주당을 떨이 쳐서 서울시장이 되는 게 목적이라고 치자. 물론 그 결과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겠다며 지금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는 이들만 모조리 애꿎게 ‘루저’가 될 게다. 이들 출마 희망자들한테 단연 적극적으로 희생과 결단을 종용하고 촉구할 곳이 어디일까? 안 봐도 비디오다. 오마이뉴스다.
오연호 씨가 콩나물 무치듯이 팍팍 밀어주는 유시민 씨가 만약에 정말로 서울시장이 된다면 오마이뉴스는 그야말로 로또 맞는 셈이다. 유시민이 무수한 경우의 수를 거쳐서 기적적으로 시장으로 당선되려면 당연히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정세균의 독단적인 선거 포기 결정에 격분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대규모 기권사태로 말미암아 업어치든 메치든 유시민은 결국에는 미역국을 마시겠으나, 성급하게 김칫국부터 마시고 출발한 선거레이스의 골인지점에는 언제나 차갑게 식어버린 미역국이 놓여 있기 마련이다.
민주당 당대표로서 유시민 씨에게 기꺼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어줄 사람은 오직 정세균씨 뿐이다. 이건 안희정 씨나 이광재 씨조차 양보 안 한다. 나름대로 기반과 자생력이 있기에. 오로지 가진 거라곤 민주당 안팎의 복잡미묘한 세력균형이 선사하는 운발일 따름일 정세균만이 양보한다. 여기에 관한 이유는 위에서 이미 충분하게 설명했을 성싶다.
나는 정세균-박지원-유시민-오연호 제씨들의 구린내 진동하는 커넥션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꼭 이기고 싶지는 않다. 까놓고 얘기해 승산도 희박하고. 생각해보라.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그들과 맞서싸워서 이길 수가 있겠나? 한 명은 제1야당 우두머리, 한 명은 DJ의 자타칭 최측근, 한 명은 영남의 차세대 맹주, 한 명은 대한민국 일등 인터넷신문 사장. 진짜로 소원이 있다면 제발 싸우다가 그들을 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껏 이겨놓고 나 또한 저들처럼 개혁과 민주와 진보를 팔아서 부귀영화나 도모하는 인간시장의 악덕상인이 된다면 곤란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