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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눈엣가시' 없앤 MB…"대한민국 사법부 사망"
이충연 등 9명 전원에 징역 5~6년 '중형'…진보정당 '맹성토', 민주 '존중'
 
이석주   기사입력  2009/10/28 [16:51]
지난 1월20일 참사 발생 이후 검경과 사법부의 숱한 문제점을 남기며 이명박 정부 '친서민정책'의 진정성 잣대로 까지 간주됐던 '용산참사'가 결국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대로 철거민들에게 '범죄자'란 낙인이 찍혀지는 결과로 일단락됐다.

법원은 28일 '용산참사'에서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농성자 9명 전원에게 사실상의 '유죄'를 선고했으며, 화재발생의 직적접 원인도 검찰의 기소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철거민들의 화염병 때문'으로 결론내렸다.

이날 판결은 정부입장에서 봤을때, 283일 간 자신들의 '눈엣가시'였던 용산참사를 6개월 간의 법적 공방을 거쳐 최종 마무리한 셈이지만, '용산 범대위'와 유족들은 '사법정의의 사망'을 선고하고 향후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 재판부, 검찰 공소사실 모두 인정…"피고인들의 주장, 이유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이충연 위원장과 전국철거민연합회 김주환 씨에게 모두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 용산참사 당시 사망한 고 이상림 씨의 부인이자 유죄가 선고된 이충연 씨의 어머니 전재숙 씨(가운데)가 오열하고 있다.     © CBS노컷뉴스

이밖에 용산참사 당시 농성을 벌였던 철거민 중 김성환, 김재호, 천주석, 김창수 씨 등에게 5년을 선고하는 동시,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가 약하다고 판단한 김성천 씨와 조인환 씨에겐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김성환, 천주석, 김창수 등 세 명은 이날 재판부의 판결로 법정 구속되는 상황까지 맞게됐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현주건조물 침입죄와 재물손괴, △업무방해죄, △일반교통방해 뿐 아니라, 당시 망루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철거민들의 화염병에 의한 것으로 결론내린 뒤, △화염병사용법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로 인해 재판부는 철거민들의 화염병에 따른 화재로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판단,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상죄의 혐의 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검찰이 지난 21일 이들에게 징역 8~5년의 중형을 구형할 당시, "수사 결과 용산 남일당 건물의 망루 화재는 농성자들이 경찰특공대를 향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화재 경위와 관련, "농성자들이 망루 4층에서 던진 화염병이 3층 계단에 옮겨붙은 뒤, 여기서 흘러내린 불똥이 발화하면서 망루전체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되는 반면,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에 대해서도 "한강대로변의 건물에 무단 침입해 행인들을 위협하는 위험한 농성을 벌이는 농성자들을 신속하게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특공대를 조기에 투입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무리 절박해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공무집행 중인 경찰을 향해 위험한 화염병을 던진 것은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위로 법치국가에서 용인될 수 없다"며 "무거운 형을 내림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양형 이유에 대해 농성과정에서 철거민 5명도 사망한 점과 피고인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 용산 범대위 '즉각 항소'…"대한민국 사법부에 절망"

한편 '용산 범대위'와 유가족들은 법원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부가 사법정의를 포기했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범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인정한 사법부에 절망한다"며 "사실상 용산참사의 진실을 외면한 선고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법부에 절망했고 고인들과 철거민들의 명예는 또 다시 짓밟혔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범대위는 지난 6개월 간 진행된 재판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화염병에 의한 발화라는 검찰의 기소내용이 구체적인 증거가 없이 억지스런 짜 맞추기 수사의 결과였음에도 검찰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오히려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재판정 앞에서 용산 범대위 측 김형태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CBS노컷뉴스

범대위는 "이 사건 자체가 갖는 정치적 중압감으로 인해 재판부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으나, 이런 우리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버렸다"라며 "재판부는 정의보다는 정치권력의 힘을 택했다. 오늘 사법정의는 죽었다"고 개탄했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 검찰, 보수언론, 이제는 사법부마저 한 통속이 되어 용산참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덮으려 한다"며 "항소심을 통해 다시 법정에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것이고, 동시에 국회에서 특별검사제가 도입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민노-진보신당, 사법부 강력 규탄…■ 민주 '재판부 존중하지만 유감'

야권에서도 이날 재판부의 판결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은 향후 철거민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당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날벼락과 같은 소식에 참으로 비통하고 원통할 따름"이라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건만 역시나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법의 원칙도, 피도 눈물도 기대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또 검찰이 '3천페이지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진 상황을 개탄, "애초부터 진실이 묻힌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죄라니, 과연 사법부에 법과 원칙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오늘 용산참사의 유죄판결로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죽었다. 철거민들의 유죄 선고 또한 원천무효"라며 "오늘 국민들의 현명한 결정과는 상반된 결론을 낸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온 국민과 함께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오늘은 과연 이 땅에 사법정의가 살아있는 것인지 비통하고, 참담한 날"이라며 "용산참사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살기 위해 망루로 올라간 철거민은 죽은 채 내려왔고,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다른 철거민들은 5~6년을 감옥에 있어야 하다니 언젠가는 이 억울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며 "용산참사 해결과 철거민 권리보장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한 단계 '톤'을 낮춘 브리핑을 통해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유감"이라며 "이분들은 일반 범법자와 같은 피의자라기 보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의해서 가족, 동료를 잃은 또 다른 피해자다. 이분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형량이 선고되어 희망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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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28 [16: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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