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명박과 정운찬 조합, 공은 어디로 가나
[비나리의 초록공명] 진보진영은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우석훈   기사입력  2009/09/17 [16:42]
한국은 뭐든지 상상한 것보다 그 변화 속도가 빠르다.
 
정운찬 총리 지명 이후, 20% 정도를 추가해서 이명박 지지율이 50%가 되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벌써 지지율이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대단한 나라이다. 하여간 좋든 싫든, 이명박 2기로 넘어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정말로 이명박이 좌파 쪽으로 오는가?
 
지지율 50%를 놓고, 설들이 분분한 것 같다. 조작이고 허수다... 이런 1차 반응이 주된 것 같고. 어차피 롤로코스트다, 이런 반응이 좀 있는 것 같다.
 
만약에 정운찬과 함께 이명박 정부가 중도 우파 혹은 중도 좌파로 온다면. 지금의 50%는 허수는 아니다. 그럼 50%에서 끝날 것인가? 기술적인 검토만으로는 한국 정치에서 상한선에 해당하는 70%까지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운찬의 포텐셜이라고 할 수 있는 20%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은 것이고, 대선 때 이명박을 지지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0%를 넘으면, 중도 좌파 혹은 중도 우파에서 관망세를 취하고 있던 사람들이 한국 특유의 '대세론'을 타고 정운찬 지지자로 전환하는 그런 다이나믹의 가능성은 없을까?
 
예를 들어서 생각해보자.
 
총리가 된 후 정운찬이 용산에 가서 용산 피해자들에게 인사하고 온다면? 어차피 용산사태 총리가 해결할 수 있는 권한도 없는데, 정운찬이라면 용산 피해자 유족들에게 인사 정도 하는 것은 못할 사람이 아니다.
 
그게 폭풍우가 될 걸, 이해 못할 사람이 아니다. 인사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좀 더 나가서 생각해본다면, 많은 한국 좌파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파토스, '통일' 같은 카드들도 있다. 필요하다면, 정운찬은 그걸 쓸만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70%라는 공포스러운 숫자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만약 정운찬이 용산에 간다면, 방어선을 어디에 어떻게 칠 것인가, 그런 생각을 조금씩은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 이 싸움의 가장 어려움은, 도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인지를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이재오? 아니다. 박근혜도 당근 아니다. 토건만을 부여잡고 나머지는 다 양보할 수 있다는 기세로 좌파 쪽으로 맹렬하게 달려오는 이명박, 분명 그건 우리가 아는 이명박은 아니다.
 
도대체 우리가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는 중인지, 이걸 모른다.
 
미디어법의 전개과정을 가만히 복기해보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기는 한데, 불행히도 한나라당 당사 안 쪽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지금 거의 정보가 없다.
 
왜 박희태가 대표직을 버리고 양산에서 출마하려 하는가, 여기에도 약간의 정보가 묻어있는 것 같은데. 불행히도 대부분, 국회의원 너무 하고 싶어서라고 손쉬운 답변을 선택하는 것 같다.
 
이명박의 50%, 이게 상한선인지, 아니면 죽어도 한나라당 찍을 수는 없다는, 이 쪽 편의 전통적 콘크리트였던 30%만을 남겨둔 70%가 상한선인지,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민주당을 보면, 이 흐름 속에서도 참 의연하고 대견하게,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 그 호방함에, 질렸다! 정말로 의연하고도 호방하신 분들이다.
 
이명박과 정운천의 조합, 그 가공할 위력
 
암중모색, 지금은 플레이어들이 숨어있는 중이고, 난전이고 혼전이면서 동시에 복마전의 시기인 것 같다.
 
대전환의 시기인 것은 맞는데, 불행히도 정보가 너무 없는 상태... 대선 같은 때에는 대개 플레이어들이 다 드러나고, 캠프에서 누가 뭘 하는지, 선수들끼리는 어느 정도는 공개된다. 그러나 지금은 암중모색의 시기, 플레이어들이 드러나지가 않는다.
 
하여간 한국 특유의 다이나믹은, 이명박의 50%를 만들어준 힘이기는 한데, 이 힘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갈지, 그야말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의 반 이명박 전선은, 사실 이명박의 실투 같은 것들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한 달, 기이하게도 실투가 별로 없다. 너무 매끄럽게 플레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9/17 [16:4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