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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박근혜·이재오·정몽준 '재보선 셈법' 분주
공천, 재보선 행보, 당 복귀, 대표직 승계 등 '촉각'
 
김재덕·강인영   기사입력  2009/08/12 [19:27]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를 위해 '머지 않아' 대표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전 의원, 정몽준 최고위원의 셈법도 분주하다.
 
박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지도체제가 개편되는 방향에 따라 당내 역학구도도 변화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 박희태 대표 공천 받을까
 
11일 청와대 회동을 마친 박 대표는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자신의 출마 결심에 '당에서 상의해 잘해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출마 지원'으로 받아들이는 까닭이다.
 
하지만 박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당장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공천 보장'으로 해석해선 안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4월 재보선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당선 가능성 위주로 나가야 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가타부타 관여하지 않겠다는 불개입 측면으로 봐야 한다"며 공천 보장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친이측의 이런 기류는 박 대표가 공천심의위원회에서 공천을 받기가 녹록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친이 주류측은 '공천은 백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박 대표라 해도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공천을 줘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경남 양산의 현지 분위기는 박 대표에게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공천을 받더라도 본선 또한 만만치 않다.
 
친 노무현 정서가 강한 지역에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거물이 야당 후보로 나선다면 박 대표로선 매우 힘겨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선거 당선을 통해 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박 대표로선 버거운 도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이재오 전 의원, 당 복귀할 수 있나
 

이재오 전 의원에게도 지금 시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친이 주류측의 시나리오는 박 대표를 조기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친이의 공성진 박재순 박순자 최고위원 등이 동반사퇴해 9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이재오 전 의원의 당 복귀를 위한 이런 시나리오는 그러나 박 대표가 대표직 조기 사퇴를 거부함에 따라 물 건너갔다. 대신 일각에선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할 경우 결원이 생기는 최고위원 한 자리에 이재오 전 의원을 진출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전당대회 수임기구인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보궐선거를 치르면 된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선 이 전 의원이 마뜩치 않아 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친한 의원들에게 "정치를 당당하고 떳떳하게 해야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친이 주류측 일부에선 "내년 1,2월 전당대회도 정기국회 등의 일정으로 보면 사실상 어려운데, 이러다가 7월 전당대회까지 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전 의원으로선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단행될 개각에서 이 전 의원이 정무장관이나 노동장관 등에 기용될 가능성은 있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입각보다는 당으로 복귀하길 희망한다고 한다.
 
◈ 웃고 있는 정몽준 최고위원
 

정몽준 최고위원은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점심자리를 만들어 친목을 다지고 있다고 한다. 자문 교수들과 토론회도 열어 FTA, 기후변화협약, 개헌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대표직 승계를 염두에 둔 기반 다지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지도체제 개편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 그다. 정 최고위원은 9월 전당대회 개최가 물 건너감에 따라 지난해 전당대회 차점득표자가 대표직을 승계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직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는 친이,친박 진영 모두에서 차선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있다. 친이 진영에선 전당대회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친박 진영에선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를 막았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 최고위원으로선 대표직을 맡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다.
 
당내 지분이 없는 그로선 더욱 그렇다. 하지만 대표직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10월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론이 일 수 있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경우 그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직을 맡게 될 경우 정 최고위원의 지도력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 강릉행 박근혜, 다음 수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은 10월 재보선 경남 양산 출마를 선언한 박 대표의 대표직 사퇴 시기를 예의주시하며 박 대표가 공천을 받을 때까지는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박 대표 체제를 최대한 끌고 가 이재오 전 최고의 조기 당 복귀를 막고 차기 대권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미뤄지는 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결과적으로 이재오 전 의원의 당 복귀를 막게 됐기 때문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가 탐탁지는 않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도 본격적인 행보를 재개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뒤 악화된 여론으로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11일 강원도 강릉행을 택해 입을 연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공천 압박' 논란에도 친박계 심재엽 예비후보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의리'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디어법 절충안과 관련한 자세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당 내부에서는 지난 4월 재보선에서도 '박근혜의 힘'을 보여준 만큼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특히 10월 재보선에서 강릉 만큼은 친박계 몫이 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재보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행보를 계속할지도 관심이다. 특히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할 경우 잠재적인 경쟁 대상인 만큼 박 전 대표의 견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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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12 [19: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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