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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참은 울음, '봉하마을'이 대신 울었다
 
장규석   기사입력  2009/05/29 [10:06]

발인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침통한 얼굴로 울음을 속으로 삼키며 노 전 대통령을 모신 관과 영정을 뒤따랐다. 터져나오는 울음은 봉하마을을 꽉 채운 조문객들이 대신 울었다.
 
29일 새벽 5시,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훈장, 태극기로 싸인 관이 빈소인 봉하마을 회관을 서서히 빠져나오고 그 뒤를 상주인 건호씨와 권양숙 여사, 형 건평 씨 등이 따랐다.
 
입관식때만 해도 식음을 전폐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움직일 수 있었던 권양숙 여사는 여전히 수척하고 지친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손녀의 손을 꼭 잡고 건호 씨에게 기댄 채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침통한 얼굴로 금새 울음을 터트릴 듯한 권 여사와 유족들은 발인제와 견전례, 그리고 영정이 마을을 도는 동안 입을 꾹 다문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영정 바로 뒤를 따르던 건호 씨도 눈물이 차올라 벌건 눈을 안고 무겁지만 결연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린 손녀만 할머니 권 여사의 손을 꼭 잡고 총총걸음을 걸였다.
 
유족들이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울음은 발인제 내내 봉하마을을 꽉 채웠던 1만여 명의 조문객들이 대신 울었다. 조문객들은 일제히 눈물을 흘리며 "편히 가세요", "당신은 영원한 대통령이십니다",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등의 말을 외치고 영구차를 따라가며 서럽게 울었다.
 
노 전 대통령이 누워있는 관을 실은 영구차가 지나가자 노란 비행기와 함께 조문객들의 울음이 터지면서 봉하마을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영구차를 보낸 추모객들은 허탈한 마음을 안은 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수많은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사저와 뒷편 부엉이 바위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사저 너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부산에서온 한 대학생에게 말을 걸자 "그냥 왜 저렇게까지 하셨어야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서거를 통해 알리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인지 또 우리에게 바란 건 무언지는 이제 살아남은 자들의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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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29 [10: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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