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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네티즌 '송교수 처벌' 한목소리
조중동, 단정보도 여론재판 앞장서-KBS 게시판 비난글 쇄도
 
윤익한   기사입력  2003/10/06 [18:02]

친북 혐의를 받고 있는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교수에 대해 검찰이 조만간 송교수를 구속 혹은 불구속 기소한 뒤 국외추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송교수의 국외추방을 사실상 결정한 데에는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적인 인권시비와 한.독 외교관계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송두율 교수     ©대자보
그러나 검찰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송교수논란'은 일부 보수언론들이 송교수를 '반한, 친북인사'로 규정한 보도를 하면서, 송교수에 대한 국민여론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월 4일 청와대 비서실 고위인사와 경향신문 편집국 부장단 사이에 있었던 토론회에서 청와대측이 "(송교수가)너무 한쪽(북한)에 발을 깊숙이 담근 것 같다"고 한 대목은 이같은 여론의 향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자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송교수의 처벌 여부에 관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해 네티즌들의 반응을 엿보고 있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을 두고 벌어지는 온라인 설문조사는 그동안 보수적인 보도성향을 띠는 언론사와 진보적 성향의 언론사간에 조사결과에 있어 큰 차이를 보여, 네티즌들이 대체로 자신의 이념 혹은 정치성향과 유사한 매체를 찾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송두율교수 건은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철저한 수사와 국외추방 의견이 과반수를 차지해, 송교수에 대한 여론이 그만큼 악화돼 있는것을 반영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수언론에서 KBS의 '한국사회를 말한다' 프로그램이 송교수를 미화한 방송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KBS 이념적 편향'에 대한 논란도 프로그램 게시판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 온라인조사 결과. 송교수 처벌 대부분 과반수 넘어

조선일보가 지난 10월 2일부터 '송두율씨 구속수사 해야하나?' 물음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송씨를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95.1%(11,067명)를 차지했고 '송씨를 구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은 4.99%(581명)에 그쳤다.

중앙일보는 '국내에서 사법처리 해야한다'가 53.32%(5,781표)로 과반수 이상이었고,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 36.45%(3,952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9.5%(1,030표)순이었다. 송교수의 처벌을 전제로 한 첫 번째와 두 번째 물음을 합할 경우 '송교수 처벌' 의견이 전체의견 가운데 89.77%로 대다수의 의견을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국보법에 따라 처벌해야'는 의견이 90.87%(19,09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준법서약했으니 선처해야' 의견은 7.73%(1,625명)에 불과했다.

한겨레는 '실정법 위반 엄하게 처벌해야'의견이 60.4%(5,738명)인 반면, '시대상 고려해 관용 베풀어야'는  39.6%(3,758명)에 그쳤다.

▲한겨레 여론조사결과     ©한겨레홈페이지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는 응답자의 90%가 송교수의 구속수사 및 국외추방을 주장하고 나서 보수적인 네티즌들의 성난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한겨레신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마저 송교수의 처벌을 원하는 네티즌들이 60%를 넘어 송교수에 대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음을 보여줬다.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 시청자 게시판. KBS, 정연주사장 비난글 쇄도

지난 10월 2일 KBS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송두율 교수를 미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귀향(歸鄕) 돌아온 망명객들'편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KBS의 이념적 편향성'과 정연주 사장의 '간첩설'을 들고 나와 KBS가 '송두율논란'의 유탄을 맞고 있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정연주 사장이 일부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는 방송을 한 데 대해 사과를 했음에도, 방송이 나간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 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에는 KBS와 정연주 사장에 대한 비난성 글이 쇄도하고 있다.

▲KBS 한국사회를말한다 프로그램, 귀향 돌아온 망명객들편, 송두율 교수     ©KBS
시청자게시판에 글을 쓴 박종만씨는 "국민의 시청료를 받는 KBS는 국민으로부터 오해받고 있는 인사에 의해서 프로가 편성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영방송으로서 국민의 방송이어야지 경계인들의 방송이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또 '나라사랑'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남한을 전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간첩활동을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든 KBS는 현 정부들어 완전히 이념논쟁에 빠져 국민은 간데 없다"고 질타했다.

반면 '양심'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이제서라도 올 수 있었던 민주열사들의 모습을 보고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민주화가 이만큼이나마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비록 방송에서처럼 반쪽자리 귀향이었지만, 분명 그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당당하고 자유롭게 올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의견을 남겼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여론이 이처럼 급속도로 나빠진 데는 송교수가 입국할 당시 "나는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도 아니고 김철수도 아니다"라고 한 주장이 국정원 조사결과 송교수가 시인한 것으로 보도된 다음부터다. 이후 보수언론에서는 송교수가 다른 의도를 갖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냈고, 송교수의 방한을 환영했던 진보단체에서도 송교수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러나 송교수에 대한 수사가 국정원을 거쳐 현재 검찰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단정적인 보도를 하면서 사법당국의 수사에 어려움을 줄뿐만 아니라, 국민여론을 부추겨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을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 여론도 적지 않았다. 검찰에 재차 출두한 10월 6일에도 송교수의 변호인은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당초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두율 교수 입국을 두고 청와대 혹은 KBS와 송교수가 연계된 '기획입국설'과 '사전교감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정치권은 이 문제를 정치도구화 하고 있고, 보수언론은 진보진영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럴 경우 자칫 이 문제가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이념을 두고 벌이는 '남남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송두율 교수가 검찰과 진위여부를 두고 벌이는 '진실찾기'에서 얼마나 많은 반박자료를 제시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가 논란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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