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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새인가 뻐꾸기새통령인가?
뻐꾸기대통령에 부쳐-호남배제한 정치개혁은 감동없다
 
서태영   기사입력  2003/10/02 [20:25]

예상했던대로 노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대통령이 당적을 갖지 않는 풍조는 청와대 유행병이 되었다. "당적문제가 소모적인 정치공세가 되고 있다”는 대변인의 부연설명이 있었지만, 사실상 민주당을 버린 것이다. 

▲뻐꾸기    
후단새 비호 동교동 철새과로 분류되는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노대통령을 철새라고 오발탄을 날렸다. 한심한 언론은 철새대통령이라고 받아적겠지만 똑똑한 인터넷정론은 '뻐꾸기새통령'이라고 직격한다. 왜 뻐꾸기새통령인가?   

영국의 낭만파 시인 워즈워드는 <뻐꾸기에 부쳐>라는 시로 유명하다. 국어교육 시간에는 영국 낭만주의 시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가르치는 모양이다.  

"그의 시에 제비꽃, 수선화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뻐꾸기를 노래하고 있다. 뻐꾸기에 대한 예찬을 통해서 자연을 중심으로 한 태초의 순수함과 무구의 동심을, 자연과 인간과의 영적 교감을 평이한 시어로 소박하게 노래하고 있다."  <출처: 나랏말 닷컴> 

워즈워드는 뻐꾸기를 "유쾌한 새 손님, 봄의 귀염둥이, 축복받은 새"로 표현했다.  뻐꾸기의 실제는 완전 딴판이다. 어린아이들이 즐겨하는 언어표현 놀이에서 뻐꾸기는 얌체족으로 분류된다. 

"나는 나의 새끼를 전혀 돌보지 않고 남에게 떠맡기는 얌체같은 새입니다. 그리고 나는 뻐꾹뻐꾹하고 울어요. 나는 누구일까요?" 

계관시인 워즈워드는 뻐꾸기 시를 쓴 뒤 영국 낭만주의 문학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프랑스 혁명에 동조하여 지롱드당에서 활동했으나, 공포정치의 출현으로 정치에 환멸을 느껴 영국으로 돌아갔다. 시인은 끝내 정계에 머무르지 않고 숲으로 돌아갔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뛰던 시인의 가슴은 뻐꾸기를 보고 헤까닥. 천진난만한 마음에 워즈워드는 뻐꾸기를 거짓되게 미화하는 시를 남겼다. 뻐꾸기를 알면 뻐꾸기 시계도 안 팔린다. (불경기에, 정치 바람을 유난히 많이 타는 우리나라에서 뻐꾸기 시계가 팔리지 않을까 참으로 걱정이다.) 뻐꾸기의 습성과 생식을 제대로 알면 시인은 절대로 이런 시를 쓰지 않는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묘한 습성을 갖고 있다. 뻐꾸기는 자기 스스로 둥지를 만들거나 새끼를 키우는 예가없다. 뻐꾸기의 알들은 크기는 같지만 색깔은 제각기 다르다. 암놈은 보통 48시간 간격으로 4~5개의 알을 낳으며, 한 알씩 다른 새의 둥지에 산란하는데 색깔은 그 둥지 속에 있는 새의 알과 같은 색깔을 띈다. 뻐꾸기는 자기의 알을 양육 시킬 다른새의 둥지를 선택한 다음, 날개와 꼬리를 활짝 펴 총배설강(똥구멍)을 둥지 입구에 대고 알을 산란하여 둥지 속으로 집어넣는다. 번식기에 수컷은  뻐꾹(쿠우쿠)」암컷은 닭처럼「꼬꼬」하고 운다.」 <에듀넷>

▶ 한국자연정보연구원이 제공하는  뻐꾸기의 탁란보기(맙소사! 어쩜 이렇게도!)

아무리 시인의 실수가 크다고 할지라도 대통령의 과오만은 못하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속임수의 명수다. 뻐꾸기의 생존행태는 빈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탁란으로 종족을 번식해온 뻐꾸기의 일상에도 중대한 변화가 찾아들었다. 뻐꾸기 팔자 앵무새 몸으로 울기라! 

"최근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조류학자인 나오미 랭모어는 알이 부화한 뒤에도 뻐꾸기 새끼를 눈치채 굶겨 죽이는 굴뚝새를 발견했다. 이런 굴뚝새에 맞서 뻐꾸기 새끼는 살아남기 위해 굴뚝새의 새끼 울음소리까지 흉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화에서 승리하려는 뻐꾸기와 굴뚝새 사이의 이런 ‘군비 확대 경쟁’이 과학잡지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됐다. 랭모어씨는 “다른 새들이 뻐꾸기의 알을 잘 구분하는 데 반해 이번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된 굴뚝새는 뻐꾸기와 매우 비슷한 알을 낳기 때문에 어두운 둥지에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굴뚝새는 자기 새끼가 모두 둥지 바깥에 떨어져 있다거나, 새끼의 울음소리가 약간 다르다는 것을 통해 자기 새끼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뻐꾸기 새끼의 40%를 굶어죽게 만든다. 이런 굴뚝새의 방어에 맞서 뻐꾸기도 새로운 공격법을 개발해냈다. 처음에는 굴뚝새의 알을 모방했지만, 이번에는 먹이를 달라고 외치는 굴뚝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냈다. 뻐꾸기는 자신이 직접 아기를 기르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속임수 ‘탁란’을 한다. 그러나 다른 새들의 방어시스템이 정교해질수록 뻐꾸기는 군비경쟁에서 뒤지게 되면서 진화의 속임수가 모두 떨어져 결국은 자식을 직접 키우는 기술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동아일보 신동호 기자> 

번식기를 맞이한 뻐꾸기소통령은 탈당(쿠우쿠)」하고 뻐꾸기 정치인들은 닭처럼「신당」하고 운다. 정치개혁의 속도를 뻐꾸기 시계에 맞출 수는 없다. 뻐꾸기는 속이면 살고 들키면 죽는 종족보전 원리를 타고 났다.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신당의 팔자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노무현당 만들기는 김대중김영삼당 만들기처럼 구태의연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1일 오전 제5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장병들에게 거수 경례로 답례하고 있다.`     ©청와대
신당 차리기에 바쁜 이 시간에도 뻐꾹뻐꾹 봄이 오고 있다.  집권 꼬마신당을 만들기 위해 봄부터 뻐꾸기는 철없이 울었나 보다!  2003년 정치의 가을이 슬퍼보이는 까닭이다. 추미애, 조순형, 한화갑, 김경재를 버린 것이 개혁이라면 개혁은 포기할만한 가치일 터이다. 정치개혁을 한답시고 정치도의를 저버리고 불안을 선택한 신당동 사람들은 정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그 어떤 개혁도 뻐꾸기 울음으로 그친다는 것을 새겨 듣기 바란다. 

부산에서 낙선하고 광주에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명분하에 밀어부치는 정치개혁 풀그림-프로그램-은 '뻐꾸기정치'를 연상케 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성장사이자 한계로 남아있던 호남 지역주의에 대한 노무현식 평가는 단절과 계승이 아닌, 무한부정으로 비쳐진다. 국민통합과 지역주의의 극복은 호남으로부터 부산으로 귀향하는 것으로 낙착되고 있다. 영남패권주의라는 신종 담론의 등장은 국민통합, 지역주의 극복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는 도저히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호남지역주의와 영남지역주의-패권주의-를 등가성으로 인식하면 국민통합에 실패한다. 권위주의 정권시절 호남의 지역주의는 민주주의와 병행했다.

호남을 잃어도 부산을 얻겠다는 심보는 밑지는 장사로 결과한다. 소통령 하기로 작정했다면 몰라도 대통령이 선택해서는 안될 위험한 비행노선이다. 민심은 험악하고 날로 흉흉해져 간다.  호남을 버리고 부산으로 향해 위험하게 비행하는 노대통령은 당분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통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노대통령의 정치실험은 가장 위험하게 날으는 뻐꾸기처럼 보인다. 가장 높이 날으는 새가 가장 멀리본다. 높이 날으는 만큼 위험할 수밖에 없다. 높이 뜬다고 홈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담장을 넘을 높이로 날아도 홈런은 나온다. 높이 뜬공 중에는 파울볼이 많다. 김근태 원내대표에 이부영, 김부겸이 합류했는데도 왜 신당에는 감동의 정치가 없는 것일까.

아무 둥지든 알을 낳으면 자기 집이 된다는 뻐꾸기 생각으로는 국민통합도 지역주의 극복도 말짱 도루묵이다. 국민은 배은망덕한 뻐꾸기를 양육하는 뱁새가 아니다. 영리한 굴뚝새로 깨어나고 있다. 굴뚝새는 뻐꾸기 새끼의 40%를 굶어죽게 만든다고 했다. 더 늦기 전에 노무현정부는 취임한 뒤 벌어진 일련의 통치행위를 속임수 정치의 연속으로 보는 민심을 최우선적으로 돌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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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02 [20: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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