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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보진영은 성장을 어떻게 봐왔나
[발제문]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밑바닥 논리'에 대한 관심 필요"
 
안일규   기사입력  2009/03/28 [22:28]

지난 26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박세일 교수가 이끄는 중도 보수성향의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김형기·임혁백 교수 등이 이끄는 진보적 자유주의 성향의 ‘좋은정책포럼’이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는 주제로 공동심포지엄을 열었다.

‘한국 진보의 정체성과 가치’와 ‘한국 진보의 분야별 과제와 전략’으로 두 세션에 걸쳐 진행된 이 날 심포지엄은 그동안 각 분야를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 혹은 전문가들이 발제에 나선데다 주최단체에 대표적인 뉴라이트 대표단체 중 하나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포함되어 보수, 진보 성향 가릴 것 없이 수많은 방청객들로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 날 심포지엄은 <오마이뉴스>가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제1세션 ‘한국 진보의 정체성과 가치’는 <한겨레> 기사를 통해 “진보여, 다양한 세력 모아 한국형 뉴딜연합 만들라” 를 통해 보도되었다.

이에 <대자보>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제2세션의 발제자로 대북문제를 다룬 김근식 교수의 발제와 한국 진보진영의 대안적 경제발전전략 구상들을 정리한 신정완 교수의 발제를 각각 정리하고자 한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 각 분야를 대표해 나온 진보적 성향의 발제자들은 지난 민주정부 기간에 책임이 있거나 해당 분야서 전문가로서 손꼽을 인사인 만큼 진보진영의 지난 날에 대한 회고와 반면교사, 앞으로의 갈 길에 대한 지향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대자보> 지면을 통해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신정완 교수(성공회대, 경제학)의 발제는 한국 진보진영의 대안경제모델 논의과정에 대한 정리로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진보적 경제모델에 대한 평가부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작금의 세계경제위기와 이명박 정부 1년에서 한국은 앞으로의 경제위기에 대한 타개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류(신자유주의 경제)의 실패에 대안으로 주목받아야 할 '한국사회 비주류' 진보진영의 대안은 대중들에게 나서지 못하는 '사실상' 대안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번 기사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 할 신정완 교수의 발제에서 드러나듯 진보진영의 대안경제발전전략에 상당 부분 구체성이 없고 핵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왔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 진보진영의 일부 인사들은 "성장이 뭐가 중요하냐"고 항변할 만큼 무지한 현실에서 한국 진보진영의 대안적 경제발전전략 구상들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리해보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지향점을 찾아보고자 이번 글을 통해 심포지엄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 신정완 교수의 발제문을 아래와 같이 요약, 정리하고자 한다.


노무현 정부 이전의 시기별 진보진영 경제발전전략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 성공에 진보진영의 대안적 경제발전전략 모델은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이다. 박현채는 맑스주의에 경제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였는데 경제적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사회주의적 성향들이 결합되어 있었다. 그는 박정희 정부가 대외의존적이고 파행적인 경제구조를 시정하지 않고 오히려 심화한 데 대한 비판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박현채는 내수,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농업발전 중시, 소득분배 구조 개선,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광범위한 사회계층의 민주적 참여를 강조해왔다. 당시 박현채의 사고는 현 진보진영의 대안 경제정책에 깊은 뿌리가 되어있다.
 
박정희 이후 등장한 전두환 정부에서는 민주화운동이 이념적으로 급속히 급진화되면서 진보진영이 정부를 상대로 하는 대안적 경제발전전략이나 경제성장전략 구상에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반면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소련-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체제전환과 YS정부의 출범으로 사회주의의 영향력이 급감하고 사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경제의 대안모델로서의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현채 이후 진보진영 내 대안적 경제발전전략이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게 된 시기는 IMF와 김대중 정부에 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IMF 관리체제 하에 종합적인 경제발전전략 수준에서 진보진영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노사정위원회, 사회복지정책 영역에선 비판적 지지를 취할 수 있었다. 이 때 참여연대가 재벌개혁운동의 한 형태로 '소액주주운동'을 내걸었고 이와 달리 이찬근 등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폐해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최근 장하준, 정승일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대안은 금융의 산업자원 기능 약화, 관계금융을 통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자금 조달, 외자의 과도한 침투 억제, 재벌체제의 장점에 대한 인정, 고용안정 보장을 통한 고용의 질 개선 등을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진보진영 경제발전전략
 
노무현 정부는 애시당초에 민주당 기반이 약했으며 출범 당시 개혁적 지향을 대폭 내세운 정부다. 이는 '위원회'의 방식을 통해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대폭 참가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부와 같이 시장주의적,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부작용의 심화를 드러냈고 진보진영 스스로도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방법이란 인식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진보진영의 경제-복지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대안연대 : 노무현 정부 시기에 정부와 가장 대립각을 세운 진보적 경제학자로 앞에서 언급했던 이찬근, 장하준, 정승일이다. 이들이 구성한 '대안연대회의'는 제도주의적 입창에 기초해 후발자본주의국의 경우 고도성장을 통해 선진국을 추격하려면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필수임을 강조했으며 재벌을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주체이자 사회적 타협의 주체 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노사대타협'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대안연대는 박현채 민족경제론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는 경제적 민족주의 성향이 짙으며 IMF 이후 한국에서 진해오디어왔던 시장주의적 개혁과 미국식 경제체제에 강력한 비판론자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좋은정책포럼 : 노무현 정부의 '지방균형발전'과 관련하여 떠오른 진보적 경제 싱크탱크로 이 포럼의 공동대표인 김형기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지방균형발전정책의 입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이들은 지역혁신체제의 형성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으며 토니 블레어의 신 노동당 노선, 즉 '제3의 길'에 방점이 찍혀있다.
 
김형기 교수는 '포스트-포디즘 생산체제'에 입각하여 고숙련을 갖춘 노동자에 기초한 지식기반경제로 이행함으로서 고숙련 -> 고생산성 -> 고이윤 -> 고투자 -> 고성장 -> 고소득 -> 고숙련의 선순환구조, 즉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형성해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미FTA에 대해선 조건부 지지 입장이다.
 
한국사회과학연구소 :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기반으로 한반도 수준의 경제발전전략 입안에 적극적으로 나선 단체가 '한국사회과학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일부 멤버들은 "개방, 혁신, 연대"에 초점을 두는데 개방과 혁신은 기존 진보적 싱크탱크와 차별화하는 요소이다. 그들의 지향점은 개방형 민족경제, 네크워크형 모델, 제3의 길 지향으로 나타난다.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소 한국자본주의 연구팀 : 2006년 연구물 <혁신과 통합의 한국경제모델을 찾아서>를 통해 진보적 경제발전전략 모색에 등장한 싱크탱크로 산업의 기술적 특성에 따라 금융 및 기업지배구조-노사관계-노동시장을 제도적 보완성 원리에 따라 연결지우는 '복선형 제도 클러스터'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평생학습체계 강화를 통한 사회복지제도의 기능 확대('사회안전망' + '고용안전망', '사회학습망')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하자는 게 이들의 대안적 경제발전전략이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 : 박주현 변호사, 윤종훈 회계사 등이 주축인 이 연구소는 노동자들의 인적자본 강화와 기술혁신 투자 강화를 통한 '사람 중심의 성장전략'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들은 북구 사민주의 경제의 경험을 통해 '3fare(학습복지, 일자리 복지, 사회복지)'를 주장하며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교육과 숙련 수준을 높여 사회안전망 강화와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주장한다. 이들은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양극화 해소 방향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진보정치연구소 : 이 싱크탱크는 민주노동당 산하 소속으로 '연대적 복지모델', '사회연대 혁신경제', '노동친화적 산업전략'을 내세우는 북구 사민주의 지향적이다. 그러나 당 내에서 강력한 사회주의적 지향으로 브라질의 민중참여제도, 베네주엘라의 진보적 민중주의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높은 편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 북구 사민주의에 지향점을 못 박은 싱크탱크로 '역동적 복지국가', '보편적 복지국가'를 통해 사회양극화 해소, 인적자본 형성, 여성의 노동시장참가 촉진을 이뤄 노동력의 질과 양을 재고, 확대할 수 있으며 두터운 사회안전망 확보를 통해 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잇으며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 유연성+안정성)이 강화돼 혁신과 경제성장에 기여할 혁신과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재벌개혁에 있어서는 재벌과의 직접적인 타협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보며 재벌과 같은 기업집단에게 법인격을 부여하여 경제적 실체로서의 기업집단에게 적절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기업집단에 대한 정부의 감독 및 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미FTA에 대한 이견 : 노무현 정부 말기에 갑자기 나타난 한미FTA에 대해서는 진보적 경제싱크탱크들에서 반대논리와 반대강도에서 온도차를 보여왔다. '제3의 길'을 지향점으로 삼아온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와 좋은정책포럼은 한미 FTA 추진 절차상의 문제와 (한일, 한중일 FTA 등과의) FTA 추진 순서에 대한 비판에 근거한 '조기 한미FTA 타결 반대'로 다른 단체들의 한미FTA 자체에 대한 반대와 대립되었다.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진보적 경제 싱크탱크들은 압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토건형 케인스주의 정책'의 결합으로 보고 반대해왔다. 이에 종합적 대책을 제시한 학자로는 장상환이 대표적인데 금리 인하, 사회보장 재정지출 확대, 금융규제 및 감독 강화, 은행 국유화,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시정 강화, 재벌 규제 확대, 자영업자 보호-대형마트 규제, 농업보호 확대로 정리된다.
 
진보적 경제 싱크탱크 지향점 평가와 앞으로 나아갈 길은
 
각종 진보적 경제발전전략 구상들의 공통점은 (1)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 형성에 있어 보수는 'trickle-down effect'에 방점을 찍는 반면 진보진영은 '분배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으며 (2) 노동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강화와 고용안정성 강화 및 기능적 유연성 추구 -> 고숙련 -> 고생산성 -> 고임금으로 이어지는 '고진로 전략' (3) 정부의 적극적 역할 통한 경제성장과 사회양극화 완화 (4) 성장전략으로 '혁신주도형 성장'에 방점을 찍고 (5) 북구 사민주의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복지와 노동의 발전을 통한 균형성장론을 추구하는 진보적 경제발전전략에는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은 (1) 산업정책적 대안 부족, (2) 자영업에 대한 심층 연구 부재, (3) 에너지와 곡물 자급률에 대한 연구, (4)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 형성 방안 구체화 필요, (5) 국제정치경제질서에 대한 심층적 연구의 절실함, (6) 북구 사민주의모델 성립과정 (7) 경제성장 의미 자체에 대한 천착에 해당한다.
 
향후 진보 성향 연구자들이 대안적 경제발전전략을 구상하고 제안하고자 할 경우에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정책담론 공간의 '비순수성'과 한국사회의 '현장' 혹은 '밑바닥'의 논리에 대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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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3/28 [22: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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