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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파문, 청와대 기죽었나?
조선·동아, 태풍연결 맹비난-중앙, 유보적 입장
한겨레, 최대표 잘못된 인용 부각-경향, 차분하게 대안제시
 
윤익한   기사입력  2003/09/25 [11:00]

노무현 대통령이 태풍 '매미'가 남부지방에 상륙했던 지난 9월 12일 저녁 뮤지컬을 관람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대통령이 야당과 일부 언론의 비난에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홈페이지
노대통령의 뮤지컬관람 사실은 정우택 자민련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태풍이 남부에 상륙해 전 정부가 대책에 임해야 할 시각에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뮤지컬을 보고 있었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에서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대통령으로서의 기본자세가 결여돼"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 "노무현 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국정 미숙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파문이 커지자 청와대는 결국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 제142호(2003.9.24)를 통해 노대통령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브리핑'은 <'인당수 사랑가' 공연 관람 전후> 제하의 글에서 "지난 7월 노대통령이 MBC '느낌표'에 출연해 추천한 도서 '칼의 노래'가 한 달여만에 4만 여부가 팔리는 등 대통령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는 동아일보 8월 26일자 <대통령의 문화경쟁력>이라는 글에 대통령이 공감해 일정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태풍 북상 예보가 있었다는 점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10일부터 태풍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도록 지시하여 관련 상황을 점검하면서, 고건 총리 중심으로 각 부처가 체계적으로 대처하도록 했고 12일에도 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로부터 두 차례의 보고를 받았다"면서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공연을 예정대로 관람할 것인가를 두고 참모들과 상의를 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브리핑'은 또 "부시 미국 대통령처럼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수 십일씩 텍사스 목장에서 휴가를 보낸 것이나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처럼 폭염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데도 바캉스를 즐긴 것도 미국이나 프랑스 현지에서는 생산적인 국정운영이라는 차원에서 찬반 여론이 다 있다"는 외국의 사례를 들고, "노 대통령의 공연 관람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봤을 때 업무를 태만하게 하여 태풍 대처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점은 전혀 없었고 노 대통령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차원에서 '인당수 사랑가'를 관람한 것이지, 관련 상황을 도외시한 채 취미생활로 관람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와대브리핑'은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라며 감정적인 비판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대통령이 맡은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나름의 여유를 주는 것도 우리 사회가 2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참고기사]
'청와대브리핑' 제142호, '인당수 사랑가' 공연 관람 전후 (2003.9.24)
[관련기사]
심재석, '연극관람' 이후, 후폭풍 몰아친 청와대 (대자보 2003.9.24)
윤익한, '국정브리핑'의 이상한 김부총리 옹호 (대자보 2003.9.16)

노대통령의 뮤지컬 관람 파문에 대한 국민여론은 "대통령이 국정최고 책임자로서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는 주장과 "추석 연휴 동안 대통령이 잠시 여가를 즐긴 데 대해 비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뮤지컬관람 파문을 일부 언론은 '대통령 자질론'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면서 노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고삐를 당겼다.  

▲조선일보 보도     ©조선닷컴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인터넷판에 올린 기사에서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야당의원들의 노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날 기사 가운데는 70, 80년대 요정정치의 산실이었다는 사진글을 단 삼청각 사진과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택시가 흙탕물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진을 함께 실었고 '포토뉴스 9월12일 제주 태풍 매미 피해 보기'코너에 링크를 걸어 태풍 피해와 노대통령의 뮤지컬관람을 무리하게 연결지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태풍 속 뮤지컬 관람> 제하의 사설에서 "청와대측은 대통령의 추석 연휴 일정으로 예약한 것이어서 취소하지 못했다고 하나 군색한 변명"이라면서 청와대의 해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 사설은 또 "대통령이 이러니까 경제부총리가 태풍 경고 속에서 골프 연휴를 보냈는데도 질책 한번 못한 것 아닌가"라며 정부의 국정운영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설은 청와대 비서관의 대통령 보좌문제와 청와대측의 묵묵부답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태풍 오는데 뮤지컬 관람이라니…"> 제하의 기사에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과 청와대 비서관의 해명을 싣는 정도로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반면에 경향신문은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 논란> 사설에서 "몇시간 차이로 공무원들의 비상대기령이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청와대측의 둔감함을 탓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사태라도 벌어진 듯이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라고 본다"며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일을 일부 언론이 과장보도 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재주도에서 골프를 친 사실을 같이 거론하며 "청와대의 일정 관리로 미루어 정부 재난관리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정부의 사전·사후 재난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사설은 "이 정부의 특징인 토론과 수사(修辭)보다는 실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실천력으로 국정이 평가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겨레는 노대통령이 태풍 상륙시 연극을 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고 짧막한 기사를 전하면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노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잘못된 예를 들어 머쓱해졌다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끈다. <'노 뮤지컬'때리다 "아차" 최대표 비교사례 부정확> 제하의 기사에서 최대표가 "미국에도 우리 못지 않은 태풍이 왔는데 그때 백악관은 요르단 국왕을 만나는 외교일정까지 미루고 국민들과 함께 대피 훈련을 했다"고 한 발언이 외신을 확인한 결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허리케인 '이사벨'이 다가오던 지난 18일(현지시각) 예정대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공동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노대통령의 뮤지컬 관람파문의 초점을 노대통령이 아닌 최대표의 '실수'로 연결지은 것이다. 

초대형 태풍이 추석 연휴 남부지방을 강타하면서 10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히는 동안 노대통령의 뮤지컬 관람이 국정책임자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견해는 언론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나 조선과 동아일보는 한발짝 더 나가 태풍의 피해가 컸던 원인이 노대통령의 뮤지컬 관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제목과 기사를 실어, 이러한 편집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앙의 유보적인 태도는 다소 조동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보수적인 논조에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반면에 한겨레가 이 사안을 최대표의 실수로 연결지은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조동과 비교해볼 때 이러한 한겨레의 보도 역시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향이 재난관리에 대한 청와대의 시스템 문제를 언급한 것은 타 신문과 비교해 볼 때,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안의 원인과 처방을 함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야당과 일부 언론이 노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일부 의도적인 논평과 비난기사를 싣는데도 불구하고 논란이 확산되는 시점까지 노대통령의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동안 청와대가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보도 가운데 악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정소송까지 불사하던 이전의 자세와는 달리 수세에 몰린 시점에서는 정작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결국 노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재난관리에 필요한 국가적 시스템 정비에 대한 로드맵을 밝히기보다는 서둘러 논란을 잠재우려는 듯한 인상을 줘, 노대통령의 뮤지컬관람 파문은 두고두고 언론의 시비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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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5 [11: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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