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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타고 간 노빈손, 세종대왕을 돕다
[책동네] 신나는 우리 조상 이야기, <노빈손, 세종대왕의 화포를 지켜라>
 
김영조   기사입력  2008/12/07 [17:08]
▲ ≪노빈손, 세종대왕의 화포를 지켜라≫ 책 표지     © 뜨인돌출판사
“사실은요……. 제가 미래에서 왔거든요.”


잔뜩 기대하던 장영실과 최해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최해산이 고함을 질렀다.

“이놈이 또 거짓말을!”

“진짜라니까요.”

연거푸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며 노빈손은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위 글은 남동욱이 짓고, 이우일의 일러스트를 보태 뜨인돌출판사에서 펴낸 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은 “신나는 노빈손 시리즈”의 하나이다. “신나는 노빈손 시리즈”는 시리즈 제1권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에서 시작되었는데 ‘만약 당신이 어느 날 무인도에 뚝 떨어진다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기발한 가정 아래에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활과학 상식들을 ‘노빈손’이라는 주인공의 모험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라고 한다. 
 
처음 대상으로 삼은 독자는 대학생과 일반인이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내놓고 나니 그동안 나왔던 낡은 과학교양서와는 완전히 다른 책이어선지 초ㆍ중ㆍ고생 독자들이 열광했다고 뜨인돌은 말한다. 이 책은 과학독후감 단골손님이 되었고, 과학기술부, 과학단체들이 권장도서로 선정했고, 노빈손의 또 다른 모험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기대는 계속됐다고 한다. 
 
≪노빈손, 세종대왕의 화포를 지켜라≫는 횡포를 부리는 명나라 사신과 명나라에 빌붙은 예조 참의 조아명이 조선의 장영실, 최해산을 해치고 화포를 없애려는 음모를 타임머신을 타고 간 노빈손의 활약(?)으로 막아낸다는 이야기다.
 
▲ 주요 부분을 별도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 뜨인돌출판사
 
▲ 덤으로 짧은 정보를 보여준다.     © 뜨인돌출판사
 
▲ 이우일의 일러스트는 책의 재미를 배가해준다.     © 뜨인돌출판사

물론 노빈손은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고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그리고 좌충우돌하는 아이다. 따라서 노빈손이 의도적으로 막아내는 것도 아니며 어찌어찌 하다 보니까 막아낸 것일 뿐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초ㆍ중ㆍ고생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이라 생각된다. 영웅이 나서서 큰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아이가 해내는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을 주고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 아닐까?
 
지은이는 소설의 구성을 적절히 따르며 책을 써나가 읽어갈수록 독자는 점점 흥미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한다. 그것은 마치 SF에 스릴러를 보탰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또 “궁궐 탐방-경복궁 <우리 집에 놀러 오시오>”, “세종일보 전격 취재 <추적! 장영실, 그는 누구인가?>”, ”세종대왕의 태평성대 프로젝트 기획서 <다이나믹 조선 만들기>” 등 장마다 뒷부분에 당 시대의 주요부분을 친절히 설명하는 것은 도드라져 보인다.  
 
▲≪노빈손, 세종대왕의 화포를 지켜라≫ 책 펴냄의 의의를 설명해준 뜨인돌출판사 인영아 편집장     © 김영조
“조선 군인들은 고글을 썼다?”, “세종의 초가집살이”, “조선시대에도 여론조사가 있었다.”, “귀양간 코끼리” 등의 재미있는 덤을 주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또 내용 중에는 “간이 큰 거와 간이 부은 건 틀리지.”, “‘틀리지’가 아니라 ‘다르지’가 맞을 텐데?”라는 부분이 있어서 자연스레 흔히 잘못 쓰는 말을 바로잡아주어 책이 맞춤법을 알려주는 좋은 역할도 했다.
 
이 책을 펴낸 뜨인돌출판사 인영아 편집장은 “<신나는 노빈손 시리즈>를 펴내며 아이들에게 한국사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지루한 한국사가 아니라 신나고 박진감 넘치는 우리 조상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사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다.  
 
15세기, 갓 탄생한 나라 조선의 기틀을 잡고 첫 부흥기를 불러일으킨 세종대왕. 그의 치하에서 조선의 과학과 문화는 크게 발전했다. 세종대왕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위인이지만 한글 창제가 너무나 큰 업적이었기 때문에, 세종대왕이 행했던 훌륭한 다른 업적들이 상대적으로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한글 말고도 세종 시대에 빛을 발했던 과학 성과나, 백성을 정말로 사랑했던 성군임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다만, 이 책에도 옥에 티는 있었다. 세종대왕 당시의 이야기인데 일부 잘못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예를 들면 세종이 공주와 왕자들의 도움만 받아 비밀 프로젝트로 훈민정음은 만들었고 집현전 학자들은 반포 이후 정착 과정에서 도왔을 뿐인데 같이 창제한 것으로 본 것이다. 
 
▲ 뜨인돌 출판사는 ≪노빈손, 세종대왕의 화포를 지켜라≫ 펴냄을 기념해 지난 11월 22일 경복궁 답사를 했다.     © 김영조

또 최근 자동시보장치가 달린 장영실표 자격루를 복원해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했는데, 제시된 사진은 자동시보장치가 없는 자격루였고, “과학자 남 박사의 한 마디”는 “자격루 복원의 주역이었던 남문현 박사의 한 마디”로 써야만 했다. 세종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런 옥에 티가 있음에도 이 책의 가치는 대단해 보인다. 그것은 세종대왕과 장영실, 최해산이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큰 업적을 쌓았는지를 재미와 함께 들려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담았어도 전개가 따분하다면 그 의미는 격감할 것이리라. 얼마 전 영화 “신기전”이 허구를 보태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일으켜 준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이제 우리 아이들은 곧 겨울 방학을 맞는다. 방학 동안 그저 컴퓨터 오락에 빠져있도록 할 것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이 ≪노빈손, 세종대왕의 화포를 지켜라≫를 같이 읽어보면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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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2/07 [17: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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