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아 남북관계가 막혔으며, 신뢰의 파괴가 그 결과'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1일 오후 6시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이 같이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를 통해 "10.4 선언은 이념적, 정치적 성격은 거의 없고 실용적, 실무적 내용으로 된 선언"이라면서,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 선언을 존중하지 않아 그 결과로 남북관계가 다시 막혀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계를 복원하는 데 많은 시간과 부담이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고,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게' '퍼주고' '끌려 다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보다 중요한 결과로서 신뢰가 파괴된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약속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고, 국가간 협상 결과는 약속 중에서도 특별히 엄숙하고 무거운 약속"이라고 노 전 대통령은 강조했다.
◈ 10.4선언 결과 아쉬움 표명 1년 전 10.4선언에 대해서는 거듭 후하게 자평하면서 이후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번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의 크기를 평가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BDA만 아니었더라면 정상회담은 훨씬 일찍 열렸을 것이고 남북관계는 훨씬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대북 억지를 위한 것이고 지금도 그 목적은 유효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남북 간 국력의 차이와 냉전 구도의 변화로 대북 억지를 위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많이 떨어졌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진정 남북간 대화를 성사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대북 억지를 위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여기에 일본까지 끌어넣어 한·미·일 협력 관계를 과시하는 것은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불편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 李정부 실용주의 기조 우회적 비판 이명박 정부가 내건 실용주의 기조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도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실용주의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언론의 반응도 좋은 것 같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실용주의의 반대기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가치, 이념, 정통성, 이런 개념일 것"이라고 자답하며, "국가보안법이나 동맹,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실용주의냐, 이념주의냐"고 꼬집었다.
우리 사회의 '금기'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우리의 대북정책에는 여러가지 금기가 있다"며 "북한정권을 인정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고, 북쪽 주장을 수용하면 좌경용공이 되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런 금기는 법적 정치적 당위를 강조한 결과"라면서"그러나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떻게 상대방과 대화하고 합의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 국보법은 남북 대화 걸림돌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남북 대화의 걸림돌이라고 못박았다.
노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북한은 반국가 단체이고, 남북 간의 대화는 불가능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연방제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하면 당장 시비가 되고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합리적이다.' '명석해 보인다' 이런 대답을 해도 시비가 걸린다"고 예를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대북정책은 근본적인 사고와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이런 저런 구체적인 통일방안이나 협상의 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고와 자세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