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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9·1감세안, 소득 상위층만 혜택누려
[홍헌호의 경제진단] 일본같은 만성적 재정적자 상태로 내몰 가능성 커
 
홍헌호   기사입력  2008/09/16 [10:19]
“전체 감세의 53%가 중산서민층·중소기업에 귀착, 소득세는 과표 8,800만원 이하만 중산서민층에 배분”(기획재정부, 9월 1일 세제개편안)
 
요즘 감세정책과 관련하여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분들은 어김없이 위 구절에 대하여 한 마디씩 한다.
 
“정말 그 구절은 엽기적이야 엽기적!!!”
 
국세통계연보(2007)에 의하면 2006년 연말정산 대상 근로자(대기업 임원 등 포함) 1259.5만 명 중에서 상위 5.2%인 66.2만명의 평균급여는 9482만원이고, 그것의 과세표준은 5677만원이다. 과세표준이란 총급여에서 각종 소득공제를 제외한 과세대상 소득을 의미한다.
 
이 통계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상위 5.2%의 근로소득 과세표준 평균이 5677만원이므로, 과세표준 5677만원에 해당하는 총급여를 받는 사람은 상위 2.6%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근로자 상위 2.6%와 중하위 97.4%를 구분하는 과세표준 5677만원보다 3123원이나 많은  8,800만원을 중산서민층과 상류층의 경계선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정말 엽기적이라는 것이다.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8,800만원은 총급여가 1억 2000~1억 3000만 원에 달해야 나올 수 있는 수치이다.
 
0. OECD의 중산층 구분 기준, 우리나라의 3~8분위에 해당     
 
OECD에서는 빈곤층, 중산층, 상류층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을까. OECD는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계층을 중산층, 그 미만에 해당하는 계층을 빈곤층, 그 이상에 해당하는 계층을 상류층으로 구분하고 있다.
 
OECD의 이 구분법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들 중 소득 상위 20%는 상류층에, 중위 60%는 중산층에, 하위 20%는 빈곤층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OECD 기준과 2007년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의 가구주 연봉을 기준으로 근로자 계층을 빈곤층, 중산층, 상류층으로 구분하고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계층별로 9.1 세제개편안에 따라 어느 정도 이익을 보고 어느 정도 손실을 보게 될 것인지 추정해 보기로 한다.
 
1. 근로소득세 감세혜택 : 상류층이 86.5% 독점, 중산층은 13.5%  
 
우선 먼저 9·1 세제개편안으로 우리나라 중산층 근로자들은 어느 정도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국세통계연보(2007)에 의하면 2006년 연말정산 대상 근로자 1259.5만 명 중에서 47%인 597.4만 명은 현재에도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9.1 감세안으로 감세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상위 20.8%에 해당하는 상류층들은 연간 19만원에서 수백 만원 이상까지의 근로소득세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받는 감세혜택은 전체 근로자 감세혜택 1조 6949억 원 중에서 86.5%인 1조 4661억 원에 달한다. 
 
중산층 근로자인 3~8분위는 어느 정도 감세해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9·1 감세안으로 연간 평균 0~15만원(월간 평균 0~1만 2000원) 수준의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받는 감세혜택은 전체 근로자 감세혜택의 13.5%에 불과하다.
 
2. 종합소득세 감세혜택 : 상류층이 88% 독점, 중산층은 12%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9·1 세제개편안으로 어느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역시 국세통계연보(2007)에 의하면 2006년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 458.1만명 중에서 40.3%인 184.5만 명은 현재에도 종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9·1감세안에 따른 감세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상위 18%에 해당하는 상류층들은 연간 25만원에서 수백 만원 이상까지의 종합소득세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받는 감세혜택은 전체 대상자 감세혜택 9060억 원의 88%인 7973억 원에 해당한다.
 
 중산층 자영업자인 3~8분위는 어느 정도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9·1 감세안으로 연간 평균 0~15만원(월간 평균 0~1만 2000원) 수준의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받는 감세혜택은 전체 자영업자 감세혜택의 12%에 불과하다. 
 
3. 양도소득세 감세혜택 : 상류층이 1.5조원의 혜택 대부분 독점
 
 
사실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상류층(9~10분위)이 아닌 중산층(3~8분위)이 양도소득세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실거래가 6억 원 이하의 주택을 가진 1세대 1주택 소유자의 경우, 현재에도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근 우리나라 전체 가구는 1600만 가구이고 상류층의 가구 수는 320만 가구 정도이다. 그리고 2008년 국토해양부 발표에 의하면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전체 공동주택은 25만호 정도이고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볼 때 실거래가 6억원을  초과하는 전체주택은 40~50만호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상류층의 가구 수가 320만 가구이고,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수가 40~50만호정도이기 때문에 3~8분위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양도소득세를 내거나 9·1감세안으로 감세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4. 법인세 감세혜택 : 상위 6.7%가 법인세 감세혜택의 91% 독점 
 

국세통계연보(2007)에 의하면 2006년 법인세 신고 대상 35.26만 개의 법인 중에서 32.8%인 11.55만 개는 결손법인으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9·1감세안에 따른 감세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법인소득 상위 6.7%에 해당하는 법인들은 평균 2억 6679만원의 법인세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9·1 감세안으로 이들이 받는 감세혜택은 전체 법인세 감세혜택 6조 9334억 원의 91.2%인 6조 3262억 원에 달한다.
 
중간층 법인들은 9·1 감세안으로 어느 정도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소득상위 법인 6.7%가 혜택의 91.2%를, 소득상위 13.4%가 혜택의 96.6%를 독점할 것이기 때문에 소득 순위 중간 그룹의 법인들의 혜택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5. 상속세 감세혜택 : 상류층 0.7%가 감세혜택의 100% 독점 
 

역시 국세통계연보(2007)에 따르면 2006년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을 받은 상속자는 모두 30만 4215명인데 이 중 99.3%인 30만 1994명은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과세미달자들이다. 따라서 9·1 감세안에 따른 상속세 감세혜택 총액 3056억원의 전부는 상속액 상위 0.7%에게 독점될 것으로 추정된다.
 
6. 증여세 감세혜택 : 상류층이 감세혜택의 대부분 독점    
 

9·1 감세안에 따른 증여세 감세혜택 또한 전액이 상류층에 의해 독점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의 전체 가구 1600만 가구 중 연간 8.8만 가구 정도만이 증여를 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8분위 이하의 중산층이 증여세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7. 주요 세목별 감세혜택 종합 : 상류층이 90% 이상 독식
 
지금까지 서술한 9·1 감세안의 주요 세목별 감세혜택이 계층별로 어떻게 주어지는지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9·1 감세안의 주요 세목별 감세혜택을 모두 더해 보면 12조 2254억 원의 감세가 발생하고 그 혜택의 90% 이상은 상류층인 9~10분위가 독점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1~2분위의 빈곤층에게는 감세혜택이 전혀 없고 3~8분위의 중산층에게는 총감세액의 10% 정도의 감세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필자가 추정한 것은 9·1 감세안의 일부에 대한 것이고 또 2006년의 국세통계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재정부가 발표한 수치와 다를 수밖에 없다. 2006년과 2010년 사이의 소득 상승률과 과표 상승률, 그리고 이에 따른 조세 상승률 등을 고려한다면 9·1 감세안의 주요 세목별 감세액은 이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9·1감세안 : 중하위층으로부터 상류층으로 8.8조원 소득이전   
 
감세가 국민들에게 이익만 준다면 각국의 조세당국이 조세정책을 펼 필요가 있을까. 국가마다, 시기마다, 세목마다 감세의  순기능과 역기능의 비교형량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많은 관료들과 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하는 것일 터이다.
            
MB정부의 9·1감세안은 중산층과 빈곤층에게 어떤 이익과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인가. 다음 자료는 필자가 12조 원을 감세하지 않고 전체 가구에 고르게 재정지출한다고 가정하고 MB정부의 9·1감세안과 필자의 대안이 가져오는 계층별 가처분소득의 증가효과를 비교,추정해 본 것이다.
 

위 자료를 보면 서민층과 중산층의 민생안정을 기한다는 재정부의 그럴듯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MB정부의 9·1감세안은 중산층에게 돌아가야 할 가처분소득 7조 3352억 원 중 1조 2억 원을 빼고 나머지 6조 3350억원을 빼앗아 고스란히 상류층에게 몰아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9·1감세안은 빈곤층에게 돌아가야 할 가처분소득 2조 4451억 원도 모두 빼앗아 상류층에게 헌납하고 있다. 8.8조원에 달하는 거액이 중하위층으로부터 상류층으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9·1 감세안 : 재정지출정책에 비하여 경제적 효과 매우 작아
 
그렇다면 이런 MB정부의 9·1감세안은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는 것일까. 다음 자료는 정부의 9·1감세안과 필자의 대안이 가져오는 소비 및 투자 증가효과를 비교,추정해 본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자료를 보면 재정부의 9·1감세안이 가져오는 소비 및 투자 증가효과는 5조 9868억원에 그치는 반면 필자의 대안이 가져오는 소비증가효과는 10조 269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투자와 소비의 경제적 효과는 총요소생산성을 자극하는 정도에서 다소 차이가 나기는 한다. 그러나 국내소비를 위축시키면서 국내투자가 증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외소비시장도 무한정 확대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참고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연관표는 소비와 투자의 경제적 효과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9·1 감세안은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 저해
 
요컨대 MB정부의 9·1 감세안은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를 저해하는 고약한 정책이다. 이런 형편없는 정책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5% 내외의 성장률을 4% 내외로 끌어 내릴 것이며, 세계경기 침체로 국가경제가 매우 어려워졌을 때 재정난에 빠진 정부로 하여금 국채발행에 의존하게 하여 현재 일본과 같은 만성적인 재정적자 상태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
 
2006년 현재 일본은 세입의 30.7%를 국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고 세출의 23.5%를 국채비, 즉 국채 원리금 부담으로 지불하고 있다. 일국의 정부가 지속적으로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MB정부를 배출한 한나라당이 지난 몇 년간 ‘국가채무문제’를 입에 달고 다녔다는 점을 고려하면 MB정부가 스스로 일본의 전철을 따르려 한다는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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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9/16 [10: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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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 2008/09/16 [14:49] 수정 | 삭제
  • 필자의 저번 글에서 "세금 많이 내봤자 복지혜택을 많이 못 누렸다"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국민의 잘못이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정부의 잘못이다"라는 말씀이 키워드.
    이 말씀은 우리 정치권에 전체에 대한 준엄한 질책,
    남아도는 세금을 빤히 바라보고도 과도한 교육비투자를 해야 하고,
    이 하나 갈아 끼우는데 몇 백만원 씩 쌩돈을 무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심사는 세금이야 아무려면 하는 자포자기의 무관심상태로
    방관하였고, 이 틈을 노려 이명박정권이 감세라는 기만적인 정책을 취한것.
    세금을 어디에 쓰느냐하는 감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세금을 이런 데로 반드시 쓰라고 적극적으로 국민들이 요구할 때
    이명박정권의 기만성을 벗기는 대안이 탄생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