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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환급정책, 경제를 망치는 고약한 포퓰리즘
[홍헌호의 경제진단] 경제성장 촉진효과, 감세정책보다 재정지출정책 더커
 
홍헌호   기사입력  2008/08/05 [11:53]
MB정부가 국민들과 약속을 했으니 번복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유류세 환급정책, 이것 참 고약한 정책이다. 왜 이것이 고약한 정책인가. 과거 일본의 ‘상품권 배포정책 실패 사례’를 들여다 보면 그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1999년 일본 정부는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3500만명의 국민들에게 1인당 2만엔(현재의 환화로 20만원)의 상품권을 배포했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국민들 대다수가 이것을 소비에 활용하지 않고 현금화하여 저축하는 바람에 재정만 축내고 정책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감세정책이든 재정지출정책이든 어떤 정책이 성공하려면 그것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와 투자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정책은 소비와 투자를 더 많이 불러 일으키는 다른 정책을 세우고 실행할 기회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이다.
 
무직의 최저소득층에 대한 재정지출정책의 소비촉진효과가 가장 커.
 
아래의 표는 정부의 감세정책과 재정지출정책의 효과를 비교해 보기 위하여 작성한 것이다. 이 표에서 평균소비성향이란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을 의미하고, 가처분소득이란 총소득 중에서 직접세,사회보험료,대출이자 등을 뺀 나머지 소득을 의미한다. 근로소득이란 피용자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번 소득을 의미하고, 사업소득이란 자영업자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번 소득을 의미한다. 또 근로·사업소득이란 이 둘을 합친 것을 의미하고 근로·사업소득 비중이란 총소득 대비 근로·사업소득의 비율을 의미한다.      
 
[표]전가구 분위별 평균소비성향과 근로·사업소득 비중
(분위)(평균소비성향)(근로·사업소득 비중)

 
1분위----220.7%-----39.9%---최저소득층
2분위----112.7%-----68.6%
3분위-----99.7%-----78.9%
4분위-----90.4%-----81.7%
5분위-----86.2%-----84.4%
6분위-----84.2%-----87.7%
7분위-----78.7%-----89.1%
8분위-----74.1%-----89.0%
9분위-----69.2%-----88.7%
10분위----61.0%-----80.7% 


전체평균---78.8%-----83.7%--최고소득층
(자료 출처) : 통계청

 
위의 표에서 1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이 220.7%라는 것은 1분위에 속하는 최저소득층 사람들이 본인의 가처분소득의 2.2배에 달하는 소비지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1분위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빚을 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들의 근로·사업소득 비중이 39.9%라는 것은 이들 중 매우 많은 사람들이 실직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전체 국민들에게 매달 2만원씩 지급할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1분위에 속한 사람들은 가처분소득의 2.2배를 소비해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무상으로 주어지는 2만원은 바로 소비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이들이 평균적으로 보름이나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자녀들에게 고기를 사서 요리해 주는 안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이들에게 무상으로 주어지는 2만원은 그 빈도를 한 번에서 두 번 정도로 늘려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유층에게 주어지는 매달 2만원은 이들의 소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정부도 유류세 환급정책을 세우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여 연소득 3600만원 이상의 피용자나 자영업자를 수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하여 이 정책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류세 환급정책은 보조금 지급의 경제적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게 하는 1분위 실직자들을 수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류세 환급정책은 그 수혜대상으로 면세자를 포함하여 연소득 3600만원 이하의 모든 피용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하고 있지만, 연말 정산 대상에 올라와 있지 않은 근로자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에서 누락된 자영업자, 그리고 전혀 직업이 없는 무직자들은 제외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유류세 환급정책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경제성장 촉진 효과는 감세정책보다 재정지출정책이 더 커 
 
감세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작다고 해서 실패할 정책이라 할 수 있나? 유감스럽지만 동일한 액수의 보조금을 지급한 두 정책 중 감세정책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가 다른 재정지출정책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에 크게 못 미친다면 그 정책은 당연히 실패할 정책이다.
 
감세정책과 재정지출정책 등 각종 정책들은 어느 정책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더 크게 이바지하느냐 또는 어느 정책이 ‘경제성장과 소득재분배’에 더 크게 기여하느냐를 놓고 경쟁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획재정부는 2005년 11월 <감세정책의 주요논점정리>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썼다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가 큼 (조세연구원, '01년)

 ㅇ 조세승수는 0.23(1조원 감세는0.23조원 GDP증가)
 ㅇ 재정지출승수는 0.40(1조원 재정지출확대는 0.4조원 GDP증가)

 
※외국의 사례
 
 -독일의 조세승수는 0.2, 재정지출승수는 0.4
 -스페인의 조세승수는 0.1, 재정지출승수는 0.5
 -프랑스의 조세승수는 0.1, 재정지출승수는 0.5
 -이태리의 조세승수는 0.1, 재정지출승수는 0.5

 
‘냉철하고 똑똑한’ 보수주의자 케인즈의 긍정성은 배워야.
 
그렇다면 재정지출정책을 어떻게 시행해야 1999년 일본의 상품권배포정책과 같은 실패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1997년과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가 시행했던 무직자를 겨냥한 여러 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직자들은 대개 최저생계비에도 크게 못 미치는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집중지원은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 ‘경제성장과 소득재분배’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경제정책이란 단기적인 목표만을 지향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과학기술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실사구시형 대학교육개혁과 재직근로자 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기적인 경제성장전략을 상수로 놓을 경우 단기적으로 효율적인 경기회복전략은 부유층을 위한 감세정책이나 포퓰리즘적 감세정책이 아니라 중상위층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재정지출정책이다.
 
서민들에 대하여 별로 애정이 없었던 보수주의자 케인즈가 서민들의 ‘유효수요에 착목’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냉철하고 똑똑한’ 보수주의자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과도하게 경도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케인즈에 대하여 상당히 껄끄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냉철하고 똑똑한’ 보수주의자 케인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려면 아래에 소개하는 서양속담을 여러 차례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Don't throw out the baby with the bath water.” (목욕물을 버린다고 욕조의 아이까지 버리지는 마라).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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