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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 강화는 민주주의 강화
[기획연재-부록①] 사회적 불평등 증대는 민주주의의 위기 잠재
 
안일규   기사입력  2008/02/29 [14:44]
[기획연재] 최장집 민주주의 강연
1. 민중과 시민 :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두 개의 다른 방법
2. 갈등, 이익, 이데올로기
3. 국가와 시민사회
4.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와 사회적 시민권

5. 종합 토론
6. [부록] 어떤 민주주의인가1-절차적 민주주의 재조명
7. [부록] 어떤 민주주의인가2-왜 정당 중심 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를 2단계로 구분하면 오해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가 인민이 그들의 대리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치하는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이유를 “다른 정치체제들에 비해 이 체제가 그 자체의 여러 메커니즘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요구와 의사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보통사람들의 삶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라 말한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가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라는 두 개념으로 분리되어 이해하는 데 대해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 이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자기비판이나 개혁과 관련된 문제와 결합하면서 더 큰 혼란을 낳는”다고 말한다.

아직 절차적 민주주의도 완성하지 못했기에 이를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최 교수는 절차적 민주화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실질적 민주주의로 발전해야 된다고 하면서 민주주의의 개념, 단계를 두 개로 구분하는데서 오해가 발생한다고 말한다.(최장집,2007.86)

최 교수는 실질적 민주주의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민주주의에서 사회경제적 이념과 정책, 가치, 목표 이상은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미흡한 절차적 민주주의

최 교수는 인민과 대표 사이에서 양자가 다르기 때문에 양자 간 간극은 사실상 필연적이며 구조적이라 말한다. 이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특징이며 내재된 약점은 태생적이라 말한다. 이 약점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대의제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주인이 대리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괴리가 존재해 모순을 함축한 체제로 표현한다.

이러한 민주주의는 두 모순적 요소를 동시에 포괄하지 않고서는 정의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인민이 향유하고자 하는 가치와 원리, 현실에서 실제로 실천되는 일련의 제도적·절차적 장치들인데 경험적인 내용과 규범적인 내용의 두 요소가 공존하면서 상호관계를 통해 빚어내는 역동성 그 자체라고 말한다.

로버트 달의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제시한 효과적 참여, 투표의 평등, 계몽된 이해, 의제의 통제, 참여의 포괄성을 짚으면서 최 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실제로 실천되는 내용을 보면 달이 제시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한다.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가 보통 사람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최 교수는 “현실에서 실천되는 민주주의가 앞서 제시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준에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시행되더라도 시민으로서 유권자들이 이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대안으로 제시된 사안에 대해 ‘계몽된 이해’를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는 그들이 자신의 투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한다.(최장집,2007.89)

최 교수는 한미FTA의 비민주성을 들며 “정책사안에 대한 결정과정에서 주권자로서 시민은 이 문제에 대한 대안적 정보원과 함께 이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계몽된 이해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핵심요건이라 말한다.

“민주주의와 관련된 이슈는 그 내용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 신자유주의적이냐 사회민주주의적이냐 하는 실질적 측면 이상으로 정책결정과정이 얼마나 민주주의의 기준과 규범에 상응하느냐 하는 절차적 측면이 중요하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구현될 때, 특정의 정부는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의 실질적 내용을 바탕으로 인민·시민을 대표할 수 있으며 또한 그들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최장집,2007.91)

민주주의는 민주 정부 수행 실적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민주 정부의 수행 실적이 동일시된다면, 민주 정부의 정책 수행이 불만족스럽거나 실패로 평가될 경우, 그것은 곧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 민주주의의 실패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 절망감의 확대 우려가 있다.(최장집,2007.92)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하며 보수파의 경우 민주화 지지하지 않았었기에 민주 정부의 저조한 국정 운영 능력, 수행 실적은 곧 민주주의 실패라는 등식을 만들려 한다. 진보 진영의 민주주의에 대한 큰 기대 또한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의 민주 정부 실패는 민주개혁세력이라는 민주화 세력의 실패이며 민주화 1기의 실패일 뿐이지 민주주의가 실패한 것이 아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에서 민주주의와 민주 정부의 수행 실적을 일치시키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 구분하는 것이라 말한다. 서로 다르다고는 하나 공통점으로 민주 정부의 정책 내용과 수행 실적을 민주주의의 좀 더 핵심적인 요소로 상정한다는 것이라 말한다.

우리에겐 민주주의 그 자체가 부족하다

최 교수는 실질적 민주주의 개념 등장으로 나타난 문제점은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가 절차적, 제도적 내용의 민주주의가 극히 초보 단계란 것, 절차적 민주주의가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할 여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거나 간가하게 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즉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을 못해서가 아닌 절차적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 그 자체가 우리에게 부족하다고 말한다.(최장집,2007.94)

대표-책임의 원리를 통한 제도의 작동과 그 정치적 실천이 선출된 정부, 선출된 대표의 이익에 복무하기보다 시민의 선호에 더 근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이상이라 말하는 최 교수. 여기서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민주주의는 그 이상에 접근하는 과정이며 노력이라 말한다.

절차적 민주주의 발전 위해선 경제적 불평등 줄이는 문제부터 다뤄야

효과적 참여, 투표의 평등, 계몽된 이해 등의 제도적 가치와 원리를 제고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부족하면 실질적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이는 민주주의란 정치의 영역에 한정된 원리, 경제는 시장과 성장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는 논리인 신자유주의적 시장 자유주의 관점도 유사한 논리구조를 가진다고 말한다. 즉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보고 민주주의의 절차적 제도화 완결, 앞으로는 정치가 경제성장에 매진하는 것으로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원리들이 실현될 때, 즉 효과적인 정치 참여가 이루어지고 투표의 평등이 실현되며, 계몽된 이해가 가능하고, 투표자들이 의제를 최종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때, 선출된 정부는 대표성을 가질 수 있거나 그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는 민주주의가 이런 원리에 따라 작동할 때 경제적 평등의 실현에 일정한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가정, 바꿔 말해 선출된 대표·정부는 민주주의를 통해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정이 깔려있다.…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좀 더 잘 대표되고 책임성을 가진다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사회경제 정책의 중요성과 정당이 역할을 강조해왔다”(최장집, ‘어떤 민주주의인가’ 100~101p)

자본주의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평등을 해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민주주의가 유지·발전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평등에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 경제적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시장경제가 모두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으로 전환되는 걸 막기 위해 한 개혁(반부패, 정치자금 규제 등)은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달이 주장하는 절차적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선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증대는 보통 사람들의 피폐한 삶이지만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의 심각한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의 잠재다. 정치적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경제적 불평등을 줄임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는 말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최장집,2007.103)

참고 문헌
'어떤 민주주의인가' 1장, 민주주의를 둘러싼 오해에 대한 정리 : 절차적 민주주의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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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29 [14: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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