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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 불륜드라마 '규제'하나 '홍보'하나
불륜드라마 심층심의 규제에 제작진 '표현의 자유' 침해반발
 
윤익한   기사입력  2003/08/19 [15:18]

▲불륜을 주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지적을 받은 sbs 일일드라마 연인     ©sbs 홈페이지
'불륜'을 소재로 한 지상파 드라마에 대해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산하 연예오락 제1심의위원회를 통해 심층 심의를 실시하기로 결정해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방송위의 이번 결정에 일선 제작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이는 한편 시행중인 방송 프로그램 등급제를 비롯한 방송환경의 근본적 변화가 시도돼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어, 방송위가 심층심의 결정을 실제로 시행하기까지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방송위는 8월 18일 "시청자들의 안방극장인 지상파방송 드라마에서 불륜, 외도, 결혼한 주부가 옛 애인을 못 잊고 이중적 애정관계를 유지하는 등 일상적 삶에서 일탈하는 내용에 대해 주목하고, 이러한 일탈행위를 일상적인 것처럼 미화하고 권장하는 듯한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의 심층심의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방송위의 집중 심의 대상으로는 <MBC-TV '앞집 여자'(매주 수·목, 22:00-23:00) - 등급 : 15세 이상>와 <SBS-TV '연인'>이 꼽혔다.

MBC의 '앞집 여자'는 평범한 30대 유부녀(남)의 외도, 불륜을 주제로 주부와 미혼남, 유부남과 미혼녀·남편과 사별한 여인(과부) 등이 서로 얽혀가며 가정 이외에서 이성을 찾아 헤매는 내용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

방송위는 '앞집 여자'의 내용 가운데 <"내가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해외 보내 주잖아 해외...홍콩말입니다. 홍콩. 내가 셔터맨으로 3년씩 버티는 비결이 뭐겠어? 하하..." "요리 빼먹고 조리 빼먹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홍콩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저쪽 울릉도라도 좀 보내줬으면 좋겠네..." "그집은 어때?" "몰라요" "자주 안아 줘?" "어허 이거 딴데다가 힘빼고 그러는 것 아니야?">는 부분이 성관계를 간접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는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저 그릇에 조약돌을 모으는데 한 15개쯤 되나? 한 20개쯤 되면 꼭 정리하거든...그냥 생활의 활력소로 느껴....그 날 (모텔에서)도망쳐 나온 게 순전히 도덕심 때문이었을까? 탄력없는 젖가슴, 늘어진 아랫배, 후들거리는 허벅지 그런 게 더 마음에 걸리지 않았어?">같은 인물간의 대사가 불륜방법을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의 '연인'은 결혼한 여인의 이중 애정행각, 혼전임신, 50대 가장이 남편과 사별한 중년여인과 불륜에 빠지는 등 일상에서 일탈한 중산층 세 가정의 모습과 자녀들의 애정행위가 주된 내용으로 전개되면서 <종기는 방으로 미연 손을 잡아끈다. 오늘의 일을 후회하느냐는 종기 물음에 미연은 "남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살고 싶었다" 하자 종기는 "미연을 안은 것이 욕망 때문이 아니라 부끄럽지 않다"하자 미연이 안기고.... 종기는 "오늘 일로 감수할 고통은 기꺼이 받겠다"고 한다>는 등의 중년 유부남의 불륜관련 내용을 실어 심의 대상에 올랐다.

방송위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34조 제1항>과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63조>를 들며 "방송은 부도덕하거나 건전치 못한 남녀관계를 주된 내용으로 다루어서는 아니되며, 내용 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연속프로그램이나 주제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수회의 방송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심의를 하고 심의결과에 따른 제재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청률조사회사인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앞집 여자'는 방송 10회만에 8월 셋째주 전체 방송프로그램 가운데 주간순위 6위(시청률 25%)를 기록하고 있고, '연인'은 현재 63회분까지 방송된 상태다. 

방송위의 심층심의는 불륜을 소재로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 현행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18세 이상 시청가'등급으로 상향하거나 지적된 드라마의 화면과 대사를 순화하는 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방송위의 심층심의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자들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어 논란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 방송위의 선정·폭력성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강화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방송위가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을 때에만 한시적으로 심의의 칼날을 들고나올 것이 아니라 방송제작자, 시청자들과 함께 방송환경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결국 방송위의 일시적인 심의결정은 서로간의 불신만 양산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한편 방송 프로그램 등급제는 폭력성·선정성 등 프로그램의 내용을 기준으로 등급을 분류해 유해 프로그램으로부터 청소년 및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지난 2001년부터 수입드라마,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영화, 국내 제작 드라마 등을 대상으로 실시중이다./ 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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