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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프라이즈, 간밤에 안녕하신가?
해커침입으로 도메인폐쇄, 민주당지지 네티즌 대안모색 분주
 
심재석   기사입력  2003/08/18 [20:57]

▲동프라이즈 메인화면     ©동프라이즈홈페이지
최근 민주당 지지노선에 대한 분쟁으로 홍역을 앓고 있던 동프라이즈가 끝내 종전의 도메인 http://www.dongprise.com을 폐쇄하고 http://pocasys.cafe24.com로 임시 변경했다.

이 같이 도메인 폐쇄라는 극단적인 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크래커(해커)의 공격 때문이었다. 최근 며칠동안 동프라이즈 사이트는 데이터를 지우거나 포르노그라피성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크래커의 공격에 몸살을 앓았다. 크래커의 정체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동프라이즈 분쟁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네티즌으로 예상된다.

동프라이즈는 5.18일 서프라이즈에서 분화된 이후 줄곧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의 본산을 자임하며 민주당 신주류의 신당노선과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사이트 개설 2개월이 지나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이 글이 메인화면에 오르는 등 그 동안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일부 네티즌들이 강력히 항의했고, 운영자 겨울늑대가 시퇴하는 파행속에 결국 남프라이즈로 분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관련기사] 심재석, 정치토론사이트 2차 핵분열 진행중?, 대자보 (2003/08/12)

이 같은 상황에서 크래커로 추정되는 인물 ID ‘지나가다’가  겨울늑대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네티즌 사이에선 금기시 되는 행위로 이 글이 서프라이즈, 남프라이즈로 옮겨가자 네티즌들의 ‘지나가다’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고 각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동프라이즈 임시 운영자 ID 1234의 요청에 따라 겨울늑대 신상공개 글을 게시판에서 지웠다. 겨울늑대는 생활인으로 인터넷에 익명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 사실을 드러내자 도메인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동프라이즈 운영위원회는 긴급하게 회의를 갖고 도메인 변경을 결정했다. 다행히 시스템관리자인 ID바보씨가 데이터를 미리 백업시켜 놓아서 데이터 손실은 적었다.

시스템관리자 바보씨는 “로그와 침입기법을 고려할 때 범인은 잡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침입방식자체가 제로보드 버그 등에 의한 해킹 툴이라는 것이고 시스템로그자체가 없고 의심스러운 IP는 모두 외국프록시나 (크래커들의 중간경유지로 유명한)국내 모사이트 서버라서 사실상 해당 사이트를 뒤지기 전에는 잡지도 못하고 국내사이트 마저도 일정시간 지나면 로그를 삭제하기 때문에 (고발은)별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동프라이즈의 임시 운영자인 ID 1234는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해커의 목적이 동프라이즈에 대한 공격인지 겨울늑대라는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조속히 사이트를 정상화 시켜 편안하게 정치를 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프라이즈의 방향에 대해 “동프라이즈의 독자 중에 민주당지지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프라이즈가 특정정치집단을 대변하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금전적인 부분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동프라이즈는 지금까지 겨울늑대의 사비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겨울늑대가 동프라이즈의 운영을 포기하고 도메인까지 폐쇄하는 등 완전히 손을 뗐기 때문에 사이트 운영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1234는 “자금을 전적으로 대겠다는 사람이 있으나 한 사람에게 후원을 받으면 정치적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며 “되도록 독자들의 소액후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수익모델은 아직 생각치 않고 있으며 내년 총선 이후에 고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동프라이즈는 5.18 서프라이즈 분화 당시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거 참여해서 만들었다. 그러나 서프라이즈 노선에 반대하는 의미로 만든 ‘동프라이즈’라는 이름은 사라질 전망이다. 1234는 “동프라이즈라는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컨텐츠로 승부할 것”을 밝혔다. 그는 “지금 쓰는 http://pocasys.cafe24.com는 임시 도메인으로 2~3일 내에 새로운 도메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겨울늑대가 완전히 생활인으로 돌아가면 도메인http://www.dongpirse.com을 넘겨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혀 추후에 http://www.dongprise.com을 다시 사용할 사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씨알소리 홈페이지     ©씨알소리홈페이지
이 같은 동프라이즈 분란은 인터넷 정치 칼럼 사이트가 풀어야 할 몇 가지 숙제를 보여준다.
첫째 ‘익명으로 인한 욕설과 도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이다. 동프라이즈 사태의 시작도 이 문제에서 시작됐다. 자유로운 글쓰기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악의를 가진 한두 명에 의해 사이트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마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는 지적이 일고 있다. IP공개, 실명제, 로그인후 글쓰기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자유로운 글쓰기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둘째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예방이다. 이 문제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이번 동프라이즈의 크래킹(해킹) 사태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크래커를 밝혀 처벌하고 추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크래킹을 막기 위해 방화벽을 설치하는 등의 보안책을 마련하는 방법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셋째는 한 두사람의 헌신에 의한 구조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사이트의 관리 및 운영, 무엇보다 사이트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메인글의 선정 등은 지난한 작업이다. 따라서 사이트 운영의 관건은 핵심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긴밀한 협조체제의 구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동프라이즈는 개설 2개월반이 지나도록 겨울늑대 1인에 의해 운영되다시피 했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결국 사이트의 파행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은 후광사랑(http://whokwang.com), 디제이로드(http://www.djroad.com) 등의 기존매체 이외에 최근에는 민주사랑(http://www.minjusarang.com)등이 새로 개설되는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동프에서 분화된 씨알소리와 남프라이즈도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이 즐겨찾는 사이트다. 그러나 이 사이트들의 본산이라 볼 수 있는 동프라이즈의 파행으로 탄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는듯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의 와해 속에 동프라이즈가 이번 사태을 통해 다시 재도약 할 수 있을지 계속되는 난관에 끝내 무너질 것인지 네티즌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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