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감과 안감이 겹쳐져 은은하게 드러나는 색의 조화로 옷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옷 디자인의 방향입니다." 인도 남부 타밀나드주 실험도시 희망공동체 '오로빌'에서 옷 생산업체인 '랑고리(Rangoli)'에서 디자이너이면서 운영대표자인 프리마(30, Prema)씨는 색의 톤이 강한 인도 전통의상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독특한 옷을 디자인해 생산하고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도자기, 보석, 흙벽돌, 옷 등 오로빌 내 여러 유니트(업체를 하나의 유니트라고 함) 중 '랑고리'는 옷을 생산하는 곳이다. 프리마가 이곳에서 디자인한 옷은 현재 오로빌 뿐 아니라 인도 전역과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까지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
"인도 전역의 매장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생산과정이 기계보다 수작업을 주류로 이뤄진데다가 소량생산이어서 주문량이 많은 외국에도 소량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양을 주문했는데 주문량이 너무 많아 포기했습니다."
그는 이곳 오로빌에서 프랑스인이 아버지와 캐리비언계인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오리지날 오로빌 2세대로 태어났다. 그는 공동체 오로빌에서 초·중·고까지 대안학교를 다녔고 22살에 디자인에 눈을 떴다.
"어릴 적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엄마한테 이런저런 주문을 하면서 옷을 만들어 달라고까지 했으니까요. 디자인을 정식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취미로 친구들 옷을 디자인해줬는데 잘 만들었다고 반응이 좋았어요. 저 자신도 만족했고요. 그래서 옷을 전문적으로 생산 해 볼 생각을 했지요. 22살에 '랑고리'를 설립 옷을 만들어 팔게 된 셈입니다. 벌써 8년이 지났네요."
그가 디자인한 옷의 원재료는 인도에서 수작업으로 짠 직물들이다. 인도 전통 직물들은 색깔도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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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는 겉감과 안감을 여러 겹 겹치면 조화로운 아름다운 색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김철관 |
"인도 전통의상과 강력한 색깔의 직물들을 잘 조화해 전통 옷을 현대감각의 문화에 맞게 되살리는 그런 옷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도가 전통의상에 정체돼 있는 것을 현대적인 인도풍의 옷 문화로 바꾸어 내는 작업이지요."
특히 그는 옷을 통해 우아한 여성미를 살리고 표현하는데 힘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동의류에 대해서는 시장반응이 너무 좋아 급성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동의류 디자인에도 흥미가 있습니다. 어떤 색깔도 어떤 컨셉도 다 소화해낼 수 있는 아동들의 특성 때문이지요. 시장에 내 놓으니 정말 반응이 좋습니다."
프리마는 특정한 어떤 매체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조사하지 않는다. 그 대신 판 상점에서 사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평가한다. 정기적으로 '랑고리'만을 사 입은 주 고객도 많이 늘었다고 흐뭇해했다.
오로빌에서 태어난 2세대로 오로빌이 가지고 있는 영적 자유로움의 메시지가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표현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오로빌의 자유스러움이 일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가지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태어난 2세대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들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인도사회에서 접할 수 없는 독특한 면이라고 할까요? 오로빌의 자유로운 정신 속에서 제 자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자연스럽게 성장 했고 그 것이 디자인으로 드러나는 것이지요."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일반사회는 사회적 규범, 제도, 법 등 정형화된 틀이 존재합니다. 이곳 오로빌은 그런 틀들이 없지요. 자신의 느낌을 존중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 가능한 곳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로빌에 사는 사람들은 느낌이나 생각이 독창적입니다. '랑고리'같은 아이디어 표출도 그런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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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중학생으로 랑고리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김한솔 군. ©김철관 |
프리마는 오로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 놨다. "오로빌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것이 행운입니다. 2세대로 오로빌의 어릴적 초창기 경험을 더듬어 보면 영적스승인인 스리오로빈도와 마더가 말한 정신 하나로 열심히 일하고 도우면서 살았는데 2세대에 들어와 그 정신이 점점 쇠퇴해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초창기의 오로빌의 이상과 꿈을 되돌리는 방향으로 노력해야겠지요. 하지만 2세대는 1세대처럼 고국을 버리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다른 세계와의 접촉하면서 연관을 갖고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의 작업에 중요한 것은 천을 겹쳐 옷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톤이 있는 원재료의 투명한 겉감, 안감 등 두세 가지를 겹치면 새롭고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표현됩니다. 얇고 투명한 천 위에 다른 색의 천을 가미시키면 또 다른 독특한 색이 창조되는 원리라고나 할까요. 한마디로 다른 여러 가지 톤(색)을 섞어 한 가지 톤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겉과 속이 어우러져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것이 지금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진정 자신이 디자인 한 옷을 입고 행복과 즐거움 등 포만감을 느끼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일부 자본시장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인정받아 영입을 제의했지만 오로빌의 정신과 자신의 시간, 에너지 소모 등을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고. 그는 오직 '랑고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곳 오리빌 공동체의 생산시스템은 시장경제에 물들어 있는 밖과 다르다. '랑고리' 유니트도 오로빌의 영적 정신을 적용 받고 있다. 집도 주거권만 있지 재산권이 없듯이 랑고리 유니트(공장)도 오로빌에 귀속(소유권)돼 있고 운영권만 있다. 총 순수이익금에 33%을 오로빌 커뮤니티 기부금으로 내 놓는다. 67%는 랑고리를 위한 매점확대, 원재료비 등 재투자비용이다.
시장처럼 수익금을 개인의 이익으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재투자도 랑고리에서 일하는 30여명의 종사자들이 어디에 쓸 것인지를 모여 결정한다. 프리마를 시장에서처럼 사장이나 대표이사라고 부르지 않고 대표 운영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프리마의 월급도 이곳 사람들이 모여 책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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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고리 생산공정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김철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