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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다 감동스토리 있는 영화 촬영하고 싶어요"
[사람] 인도영화 '블랙'의 주인공 미셀의 아역 배우 아예샤
 
김철관   기사입력  2010/01/01 [23:12]
“출연한 영화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니 기분이 좋아요.”
 
지난 2009년 8월 27일 개봉해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인도영화 <블랙, Black, 124분>에서 주인공 시청각장애인 미셀 맥날리(라니 무커르지)역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관람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던 아예샤 까푸르(Ayesha Giulia Kapoor, 15). 그는 남인도 타밀다드주 폰디체리 주변에 있는 영성공동체 오로빌(Auroville)에 살고 있다. 2009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2시(한국 시간 5시 30분) 오로빌 공동체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블랙>의 여주인공의 아역을 맡은 아예샤는 오로빌 공동체 고등학교 과정인 퓨처 스쿨(Future School) 9학년(고 1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94년 9월 독일에서 이곳 출신 엄마와 인도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지 한달 만에 남인도 오로빌에 정착해 살고 있다. 그가 영화를 촬영한 나이는 9살.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의 일이다. 인도 개봉은 2005년이다.
 
▲ 아예샤가 지난 2009년 12월 31일 오후 2시(인도 시간) 남인도 오로빌 공동체 한 식당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김철관
영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주인공 미셀 맥날리의 아역을 맡은 아예샤는 성인 미셀 맥날리 역을 맡은 주인공 라니 무커르지 보다 훨씬 많은 장면을 연출해 사실상 주인공인 셈이다. 인도 유명 영화감독인 산제이 릴라 반살리(Sanjay Leela Bhansali) 감독이 연출한 <블랙>은 인도 국민배우 아미타브 밧찬(Amitabh Bachchan, 남 주인공, 데브라이 사하이 역)과 라니 무커르지(Rani Mukherjee, 여 주인공, 미셀 맥날리 역) 등이 출연해 인도 전역 영화제뿐만 아니라 세계영화제에서도 극찬을 받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아예샤는 연기를 전공한 학생도 아니었다. 오로빌 공동체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면서 스스로 몸에 베인 삶의 방식이 연기의 모티브가 됐다. 그래서인지 뜻하지 않는 우연한 기회에 첫 영화를 촬영하게 됐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영화배우가 될 줄 몰랐다. 가죽으로 옷, 가방, 벨트 등 피혁 제품 사업을 하는 아빠가 인도 유명인사들과의 파티에서 우연히 내 사진을 보여줬다. 거기에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 매니저가 참석해 그 사진을 보고, 그가 얼마 후 인도에서 유명한 산제이 영화감독에게 보여준 것이다. 오로빌의 자연 속에 촬영한 사진을 본 감독이 뭄바이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 오라고 했고 거기에서 면접을 했다. 당시 100여명이 미셀 아역 후보로 올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산제이 감독은 그를 보자 엉뚱하게도 옆에 있던 숟가락을 주면서 던져보라고 했다는 것. “숟가락을 주자 마자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액션에 들어 갔다. 사무실 안에 있던 텔레비전이 숟가락에 맞아 부서졌다.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캐스팅이 된 순간이다.”
 
그는 “보통 영화 지망생들이 ‘진짜 던져도 되냐’라고 묻고 행동을 하게 되는데, 왠지 나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가 던지게 됐던 것이 캐스팅에 포인트였던 것 같다”면서 “자연과 어우러져 자유롭게 오로빌 공동체에서 생활한 것이 곧바로 연기를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캐스팅이 된 이후 연기 경험이 전혀 없어, 시청각장애인 연기를 하느라 부단이 노력했다. “실제처럼 시청각 장애인 흉내를 내야 했기 때문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영화, 드라마 등 비디오를 보면서 연습을 했다. 연기를 잘하고 싶었다. 특히 눈동자 전체를 흰 눈동자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컨텍트 렌즈로 대체해 처리하면 되지만, 나는 스스로 눈동자를 연습해 완벽하게 시각 장애인처럼 보이게 했다. 사실 눈동자 연기가 조금 어려웠다. ”
 
그는 촬영을 하는 동안 별로 힘든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산제이 감독이 잘해줬다. 감독이 요구한 것도 많았지만 연기자 스스로의 연기력을 존중해 주기도 했다. 영화는 보통 감독의 의도에 따라 촬영하게 되는데, 산제이 감독은 연기자들의 의견을 많이 존중했다. 그래서 촬영하는 동안 전혀 힘든 점이 없었다.”
 
▲ 아예샤의 현재 모습     © 아예샤

영화에서 아버지가 장애인 딸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아버지가 속상해 장애를 앓은 어린 딸을 밀치는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 번 촬영을 했다. 현실감 있는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 촬영을 끝내고 상처투성이가 돼 집에 온 나를 보고 엄마가 대단히 화가 났다.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 촬영을 하는데 왠 피멍투성이냐’고 항의를 했다. 괜찮다고 엄마를 설득해 영화를 계속 촬영하게 됐다.”
 
그는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를 진실 같은 감동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인도 볼리우드 영화는 뮤지컬을 곁들은 이야기 구조다. 이런 유의 영화는 인도 내에서는 볼지 모르겠지만 세계적 흥행에는 역부족이다. <블랙>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진실한 이야기 구조여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본다.”
 
아예샤는 “<블랙>이란 영화 때문에 많이 유명해졌다”면서 “<블랙> 이후 많은 영화감독이 찾아와 영화를 출연해 달라고 했지만,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출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뮤지컬 같은 영화는 출연하고 싶지 않고, <블랙>같은 감동의 스토리가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아예샤가 출연한 두 번째 힌디 영화 <시칸들, Sikandar>이 지난 2009년 8월 인도에서 개봉됐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너무 힘들었던 촬영 당시를 회고했다. “인도에서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한 <블랙>에서는 시청각장애 역할로 대사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힌디 영화 <시칸들>에서는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스토리가 주인공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연기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 영화 '블랙' 포스터     © 유니코리아
평소 영어를 사용하고, 타밀어는 조금하지만 힌디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완벽한 힌디어 발음(대사)을 구사하기가 힘들었다. 부단히 노력해 완벽한 힌디어를 구사하게 됐다.” <시칸들>은 인도 인근 카시미아 전쟁에 대한 아이들의 아픔을 느끼게 하고 있는 영화다.
 
사회운동가 헬렌켈러의 실화를 각색한 <블랙>은 시청각 장애인 소녀 미셸과 그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선생 사하이가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감동에 관한 이야기다. 2005년 개봉돼 유럽 타임지 선정 세계 최고의 영화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 51회 인도 필름 페어 어워드(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최우수 촬영상, 최우수 음악상, 최우수 편집상, 비평가 최우수 작품상, 여우 조연상 등)에서 11개 부문을 석권했다.
 
당시 아예샤는 영화 <블랙>으로 2005년 인도 신인배우상, 조연상 등 7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특히 고등학생인 아예사는 인도에서 잘나가는 승마 선수로도 유명하고, 첸나이, 폰디체리 등에서 액세서리 샵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9월말 영화 <블랙>을 수입해 인도문화를 알리는 공로로 수입사인 유니코리아가 인도대사관으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블랙>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영화 <국가대표>, <해운대>에 이어 줄곧 박스 오피스 3위를 달리기도 했다. 유니코리아는 이 영화를 6000만원에 들여와 90만명(약 100배 이상)에 가까운 관객 동원으로 60억 정도를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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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01 [23: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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