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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나의 영혼, 집짓기는 내적 영혼 깃든 예술”
[오로빌의 사람들] 오로빌 공동체 하우징 서비스에서 일하는 볼커 팀장
 
김철관   기사입력  2008/01/13 [23:26]
작가는 글을 통해, 성악가와 화가는 각각 음악과 그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인도 오로빌 공동체 타운 홀에 있는 하우징서비스(주거관리 공공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볼커(41, Volker)는 집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가 일하는 하우징서비스는 일반 주거, 아파트 등 오로빌의 공공 주택을 수리, 보수, 개조, 보존 등의 서비스 역할을 하고 있는 기구다. 볼커는 그곳에서 건물의 보수 유지를 담당하는 팀장을 맡고 있다.
 
오로빌의 부동산은 커뮤니티에서 법적 소유권을 가지므로 개인의 사적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즉 개인이 자신의 돈으로 땅을 사 집을 짓더라도 거주권만 인정될 뿐 부동산에 대한 법적 재산 소유권이 없다.
 
오로빌리안인 볼커는 오로빌 내 130여 커뮤니티 중 한 곳인 스비담(Sve-Dame) 커뮤니티에 자신이 직접 집을 지었다. 설계와 실내 디자인을 직접 했고 대리석 바닥과 창문, 집안 가구까지 거의 모든 일들을 자기 손으로 했다.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인해 집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많다. 집을 구경한 사람들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독특한 구조에 감탄 하지만 그의 의견은 다르다. 그에게 집은 아직도 미완성이고, 앞으로도 미완성에서 완성을 추구해 가는 과정일 것이라고.
 
볼커는 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일종의 예술작업이라고 잘라 말한다. 집짓기를 내적 영혼이 깃든 예술로 볼 때 그는 건축 예술가인 것이다.
 
▲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일종의 예술작업이라고 잘라 말하는 볼커 씨     © 대자보 김철관
 
“모든 형태의 예술행위는 신에게 다가가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한 예술작품은 그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에게 신성을 느끼게 한다고 믿습니다. 집을 짓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예술행위와 같습니다. 제 내면이 정화되고 신성을 받아 드리는 것만큼 집이란 미디어를 통해 그대로 표현 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의미에서 집은 제 의식의 성장만큼 조금씩 진화해 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지난 97년 초 예술인 동네(아티스트 빌리지)를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스비담 커뮤니티에 각자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는 확정된 설계라기보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애초 오픈 컨셉 마인드를 가진 것이다.

▲오로빌리안 볼커 씨가 만드는 집     © 대자보 김철관
 
“설계도를 확정해 그대로 진행하는 건축가들과 다릅니다. 기본적 설계는 있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제든지 고칠 수 있는 진행형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집을 항상 미완성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지요. 집도 살아있는 유기체(생물체)처럼 진화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의 각 부분이 서로 거스르는 것 없이 하나로 조화롭게 표현되는 아름다움을 찾고 있는 과정인 것이지요."
 
더불어 현재의 집은 기능성과 실용성 면에서 만족하지만 내적 신성을 표현하는 데는 약 70%정도 만족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이 그의 집을 통해 평화와 조화로운 아름다움, 개개인 안에 내재된 ‘신성(Divine)을 느낄 수 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입자인 공기, 물, 불, 흙 중 현재의 집은 공기와 물, 불 입자를 표현했고, 앞으로 재정이 허락해 집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흙의 입자를 표현해 보고 싶다고.
 
특히 주목할 수 있는 점은 일반적인 집의 외형이 사각형 형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그의 집은 육각형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집의 외형을 육각형으로 지은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육각형이 조화를 의미하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내부는 정형화된 형태를 취하지 않고 유선(곡선)을 통해 자유스러움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집을 하나 짓는 것이 꿈이었다. 독일사회는 법적으로 건축가만이 집을 지을 수 있고 거기에다 땅값 등이 비싸기 때문에 집을 지은 것을 엄두도 못냈다는 것. 하지만 오로빌리안이 되면서 그의 꿈이 이뤄졌다.

▲볼커 씨의 영혼이 깃든 건축물     © 대자보 김철관
 
오로빌 공동체는 마무리되지 않는 미완의 책처럼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가능한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장소라고 강조하는 볼커.
 
독일에서 출생한 그는 29살인 95년 11월에 인도 오로빌 공동체에 왔다. 사춘기시절 극단적 개인주의 만연, 돈과 권력으로 유지된 독일 사회에 대한 공허함을 느꼈다. 오로빌에 오기 전까지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다. 의류 디자인너, 바텐더, TV스튜디오 세트 제작가로서 상당히 수입을 얻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영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급기야 독일 모 대학 건축학과 교수를 만나 새로운 영성(영적인 삶)에 눈을 뜨게 된다. 그 교수의 조언으로 인도 오로빌로 향한다.
 
“청년시절 거짓말하는 정치인, 그 거짓말을 그대로 전하는 방송국 등을 보고 환멸을 느낀 나머지 독일사회 구조를 바꿔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해 나가면서 점점 내 자신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됐습니다.”
 
독일에서는 그의 생각에 동조(이해)하는 사람이 없어 이질감을 느꼈지만 오로빌에서는 자기 수행을 하는 사람이 많아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볼커는 사춘기 시절부터 30세까지가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는 3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던 시기였고, 이후 명상을 통해 그 답을 얻었다면서.
 
현재는 자기가 얻은 깨달음을 현실 속에서 실천 해내지 못하는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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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13 [23: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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