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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코리아에서 연꽃 전시회 열고 싶어요"
[사람] 인도 오로빌 공동체에서 연꽃화가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의 삶
 
김철관   기사입력  2008/01/04 [19:34]
“연꽃을 그리면서 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인도 타밀나드주 영성 공동체 오로빌에서 연꽃 화가로 유명한 크리스티나(여, 51)씨는 요즘 어린이들의 초상화를 그려 판돈으로 보육원 기부금을 내고 있다.
 
특히 오로빌리안인 그가 그린 유화 연꽃은 인도 타밀나드주 코다이카날에 있는 아트윅스 갤러리에서 판매되고 있다. 연꽃과의 인연은 12년 전으로 돌아간다. 우연한 기회에 길을 가다 연꽃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적인 신의 사랑과 존재를 느끼게 됐다는 것.
 
“로터스(연꽃)를 모티브로 해도 여러 가지의 영적인 신성함을 많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연꽃이라는 그 자체가 신성한 삶의 원천이라고 할까요.”
 
그는 오로빌 공동체의 영적스승인 스리 오로빈도를 마더(오로빌 공동체를 세운 지도자)가 아바타라고 불렀다면서 아바타란 영적으로 경지에 오른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티나는 마더가 영적스승인 스리 오로빈도에게 아바타라고 했듯이 연꽃도 신성한 의미에서 오로빈도와 깊은 연관관계에 있기에 아바타라고 부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림만 그려서 영적인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상을 통한 영적체험에다 그림을 통해 영적인 체험을 더한 것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그녀는 오로빈도와 마더를 영적인 동반자라고 말한다. 특히 흰 연꽃은 마더를 의미하며, 분홍 연꽃은 스리 오로빈도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최근부터 어린이 초상화를 그려 코다이카날에 있는 전문 그림 판매점인 아트윅스 갤러리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그림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생활이 넉넉지 않지만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는 데는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자선 사업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어린이 초상화가 팔리면 보육원시설에 식료품 등에 사용할 수 있게 기부금을 냅니다. 아이들이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 인도 오로빌에서 연꽃화가로 활동중인 크리스티나  ©김철관

그는 지난 56년 공산당이 집권한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18살의 해에 잡지에서 오로빌에 관한 기사를 읽고 매료돼 지난 80년 3월, 당시 24세에 나이에 오로빌 공동체로와 현재까지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 폴란드에서 발행한 한 잡지에서 오로빌 기사를 읽었습니다. 너무 매료돼 극단적으로 거기에 가서 살든지 아니면 죽든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영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 당시 결정이 잘됐다고 봅니다. 고국 폴란드보다 이곳이 좋습니다.”
 
그는 가끔 오로빌 내 전시회, 요가강습 등 다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화센터 피탕가홀에서 연꽃전시회를 갖기도 했다고.
 
오는 2월(1일부터 3일동안) 첸나이 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고 기뻐했다.
 
4년 전부터 또 다른 취미가 생겼다. 수 백가지의 티베트 불교 탕가(불상)를 티베트 전통 불교 화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티베트에서 망명해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에게 티베트 전통불교 화법을 배웠습니다. 유화 연꽃과 더불어 수채화로 불상을 그리면서 영적인 체험을 합니다. 불상 그리는 것이 요즘의 취미입니다.” 
 
▲크리스티나의 연꽃 그림     ©김철관
 
인터뷰 도중 크리스티나는 너무 종교 색채만을 강조하는 말만 했나보다면서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불상(탕가) 그림 그리는데 매료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그림을 학교라는 정규코스에서 배우지 않고 스스로 터득한 것이었다. 물론 책을 사 보기도 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화법에 담기도 했다.
 
“어릴 적에 미술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부모님들의 반대가 강력했습니다. 그래서 미술학교를 포기했고, 혼자 캔버스와 붓을 사가지고 그림 연습을 했지요. 처음 책에 담긴 초상화부터 카피하는 그림을 주로 그렸습니다. 물론 전문 화법 책을 통해 유화화법을 스스로 터득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화가는 폴 고갱이다. 특히 고갱이 그린 아베마리아, 홀스 맨 인 더 비치 등의 그림에서 나타난 분홍색과 보라색 등의 터치기법이 마음에 들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나는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도 가지고 있다. 특히 오로빌에 있는 한국 친구들과 한국영화를 통해 한국문화를 많이 접했다고 말했다. 특히 먹(잉크)과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한국 전통 수묵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비디오를 통해 한국영화 ‘취화선’을 보면서 장승업(최민식 역)이 영화 속에서 그린 수묵화를 확대해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몇 년 전 수묵화 기법을 배우기 위해 먹(잉크)과 붓을 샀습니다. 하지만 서랍에 넣어 놓고 기회가 없어 수묵화 연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 영화에 나온 전통 산과 강 등의 배경에도 흥미를 느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절에 머물면서 한국 전통 산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100여점을 넘게 그림을 그렸다. 인도에서 그의 그림은 80~100만 원 정도의 값을 받고 팔리고 있다. 그림을 그려 생계비 유지하는 데만도 힘들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전시회를 갖지 못했다. 이곳을 다녀간 그림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그의 그림에 감동했다고. 이제 제대로 된 전시회를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  크리스티나 씨의 작품과 활동공간   ©김철관
 
“지금까지는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면 이젠 전시회를 열고 싶습니다. 돈이 없기 때문에 스폰서를 구하면 한국에서 나의 영혼이 담긴 연꽃 전시회를 열고 싶은 게 꿈입니다.”
 
그는 남편과 사별하고 몇 년전 히말라야 산맥을 함께 등반하다 추락해 딸을 잃어 한 때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시련을 떨쳐버리고 혼자 일어나 마지막 꿈인 연꽃 그림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오늘도 캔버스위에 붓을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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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04 [19: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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