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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냐 아니냐? 양길승 몰카를 다루는 방법
[시사만화째려보기]양길승 몰카 사건
 
이광열   기사입력  2003/08/14 [15:15]
지지난 주부터 정치권과 언론계를 불난 호떡집처럼 만들었던, 이른바 '양길승 몰카' 사건도 이제는 김이 새어 가는 분위기이다.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청와대 참모들의 도덕성을 지적하던 여론을 정면돌파할 것으로 보이던 청와대도 검찰의 수사 내용이 애초 품었던 의혹과 같지 않자 슬며시 양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청와대 386 참모의 부도덕한 향응 수수로, 그 다음에는 청와대를 겨냥한 정치권의 음모로, 그리고는 어느새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가라앉아가는 이 사건을 다루는 지난 주 시사만화의 시선은 어땠을까?

▲8월4일 <부일만평>     ©손문상
 떠도는 음모론을 시사만화가 그대로 받아 전할 경우 나타나는 실제 위험성은 우리의 우려를 뛰어넘는다. 이미지로 시각화해서 전달하는 까닭에 시사만화가 뒤틀린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각인시키는 왜곡된 인상은 대단히 나쁜 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 팽배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그림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시사만화는 만화적 상상력을 보장받음으로써 그 표현의 자유가 크게 보장되지만, 동시에 독자들의 인상에 미치는 효과를 생각해 봤을 때 뒤에 혹 올지 모를 악영향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음모냐 아니냐에 대한 예측과 진단이 뒤죽박죽이던 양길승 몰카에 대한 시사만화들도 대개는 조심스러움을 견지하고 있었다. 청와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하지 않는 선에서, 그러나 누군가 양실장의 모습을 몰래 찍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편이다.

 이런 가운데 8월 4일자 <부일만평>은 음모론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두며 이 사안에 과감히 접근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악의적으로 몰카를 찍어대는 누군가의 존재를 그림으로써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이 만화는, 언론이 그 몰카를 배급 상영하고 있다는 점까지 지적하며 청와대가 품었던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양길승 몰카 사건의 경과에 비추어 보자면, <부일만평>은 사실과는 많이 어긋난 '만화적 상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8월4일 <문화만평>     ©이재용
시사만화도 그때 그때 정황에 맞춰 판단하는 과정에 묶여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작화하던 당 시 상황에 충실한 만화가 차후 그 판단의 그릇됨을 보이는 경우도 있음은 물론이다. 시사만화가가 모든 상황을 정확히 예측해 낼 수는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만화의 경우 확실히 드러난 어떤 구체적 사실 없이 다소 성급하게 음모론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날의 <문화만평>도 양길승 몰카를 정치권의 음해로 단정하는 만화다. 정치권의 음모가 아닐 수도 있는 가능성을 조금도 두지 않고 양길승 몰카를 "업그레이드 된 '저격수'"로 묘사하고 있는데, 확실한 근거가 드러난 뒤에 사용했어도 괜찮은 아이템이었다는 점에서, 역시 성급했다는 지적을 해줘야겠다.

▲8월4일 <김용민의 그림마당>     ©김용민
 8월 4일 <김용민의 그림마당>은 쟁점인 몰카가 정치권의 청와대 음해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적 조심성을 견지한 만화로 볼 수 있다. 이 만화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몰카를 찍은게 '누구'냐는 부분을 비켜가서, 어쨌든 정치인이 몰카에 찍혔다는 점을 나름대로 활용하고 있다. 누가 찍었든 정치인을 상대로 한 몰카가 존재한다는 점을 짚어주는 선에 머물며 풍자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8월 2일의 <내일만평>은 양길승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른 만화들과 많이 다르다. 특히 이 만화는 몰카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청와대 386"에만 과도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미는 언론을 질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 우리 사회와 언론의 위선이 청와대의 도덕 불감증보다 더 돌아봐야 할 문제라는 통렬한 지적이다.

▲8월4일 <한국만평>     ©배계규

8월 2일자 <한국만평>은 음모론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양길승 실장과 청와대에 문제가 있다며 강한 비판을 하는 만화다. <한국만평>은 그것이 설사 음모라 할지라도 그 음모에 말려든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냐는 접근을 수행한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청와대를 이 만화는 양 실장을 두둔하는 문재인 민정수석이 "물고기 지능을 이용한... 음모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재치있게 비꼬고 있다.

[저자소개]

단국대 영문과 졸업. 한겨레신문 등에 만화를 투고 했다. 본 매체에 [시사만화 째려보기]를 연재하는 그는, 영화와 문학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를 섬렵하며 신랄한 비평을 하는 열성적 문화 탐식가이기도 하다. 

시사만화를 분석함에 있어 기존 시사만화비평가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형식/미학적 접근을 함과 동시에 글의 리듬이 솔직하고 젊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만화 창작작업도 하는 그는 작가의 환경과 실상에 대해서 잘 아는터라 간간이 보여지는 비전문가의 허투루 넘겨집는 실수의 경우가 드물다.   만화와 글로 앞날을 개척중에 카툰저널 뉴스툰(http://www.newstoon.net/) 기자로 안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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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14 [15: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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