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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럼짜기로 '몰카'보호하는 기자들
[기자수첩] SBS '취재원 보호'의 이중성을 지켜보며
 
윤익한   기사입력  2003/08/13 [16:05]

▲SBS가 7월 31일 보도를 통해 공개한 양길승 몰카 장면     ©SBS홈페이지
검찰의 '양길승 몰카' 사건수사가 SBS측이 사건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는 테이프 원본 제출을 두 차례에 걸쳐 거부함으로써 답보상태를 빚고 있다.

청주지검은 12일 당시 향응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 남모씨 등 2명을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였으나 이들이 사건에 가담한 구체적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같은 날 귀가시키면서 사건해결을 위해 비디오테이프 원본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검찰과 SBS간의 테이프 제출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에는 언론의 기본과제인 취재원 보호 측면과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이 첨예하게 부딪치면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의 SBS 압수수색이 '언론자유침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12일에는 프랑스 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송광수 검찰총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 검찰의 비디오테이프 압수시도를 비난하고 포기를 촉구해 검찰의 수사는 전방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SBS가 빚고 있는 갈등의 국면은 언론사나 유관단체들이 언론자유수호를 외치면서 피해자의식을 형성해가는 데 문제점이 있다. 여러 언론학자들도 이같은 주장에 단골로 등장해 SBS측을 옹호하는 것이 불의의 권력에 항거하는 지식인의 투쟁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반면 검찰과 SBS측의 논란의 초점은 검찰의 비디오테이프 요구가 정당한 것이냐가 아니라 SBS측이 방영한 청와대참모의 사생활을 침해한 몰래카메라의 위법성 여부에 있다. 또 SBS가 공공성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으로서 그 테이프를 거리낌없이 내보냄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한것이냐로 모아져야 한다.

SBS 기자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방문한 청주지검 검사들을 물리력으로 저지한 것은 그런 점에서 기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언론의 이같은 배후에는 사영방송인 SBS의 태생적 한계는 물론 그 뒤에 강력하게 뒤를 받치고 있는 조중동 등 수구족벌언론들의 영향도 크다.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라면 당연히 SBS는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믿고 따랐어야 한다. 법원이 적절한 사법적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으면 SBS는 일단 비디오테이프의 공개를 전제로 한 '취재원보호'를 이야기했어야 한다. 그러나 SBS는 검사들이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유보', '법리적으로 따져보고나서'라는 이유를 대더니 다음번에는 기자들을 동원한 '스크럼짜기'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취재원보호'가 언론자유의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SBS측의 말대로 취재원을 공개해서 혹 불이익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누가 언론사에 선의의 제보를 하겠냐는 주장도 맞다.

그러나 SBS측은 과연 그 비디오테이프가 선의의 의도로 찍은 것인가와 자신들이 테이프를 공개하면서 개인의 인권을 짓밟을 수 있는 것인가는 충분히 숙고해야 할 문제다.

아무리 사형수일지라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의 인권은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SBS가 취재원보호를 외치면서 또다른 취재원이 될 수 있는 한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모습은 그런점에서 애초부터 모순으로 가득찬 주장임은 분명하다. / 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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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13 [16: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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