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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체 어떤 희망이 남았는가
[각골명심의 길거리칼럼] 시뮬라르크에 굴절된 희망, 미래가 없다[2]
 
각골명심   기사입력  2007/11/16 [17:25]
마음속의 계수나무를 베어내며
 
"지식인의 비굴함과 나태는 우리시대의 올림픽 종목이 돼버렸다." ((장 보드리야르))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진정 경멸하고 저항해야할 대상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반하는 모든 비이성적 행위와 주체'가 아닐까. 우리는, 아니 이 시대 한국의 지식인들은 이제 모두 저항을 포기하기라도 한 것일까. 혹은 2007년 한국사회는 굳이 그런 구질구질한 저항과 투쟁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에게 무한한 자유와 인간의 존엄이 충분히 살아있는 사회가 이미 되어있기 때문일까...
 
만에 하나, 당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혹 이미지 정치가 만들어낸 가상실재(시뮬라르크)에 갖혀버린 당신만의 심각한 착각인 것은 아닐까.
 
가상인가, 실재인가
 
[풍경 하나]
 
"매년 경제를 7% 성장시켜 국민소득 4만불 만들고 세계7대 경제강국에 들게 하겠습니다...한강에서 낙동강까지 몽땅 파뒤집어 대운하 건설 시작하면 저절로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고 또 물류비용은 3분지 1로 줄어들지 모르니 이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아니겠습니까....어떻게 실현하냐구요? 그건 나만 아는 비법이라 절대 비밀입니다...
 
반대론자들이 환경파괴니 대재앙이니 말들이 많은데 나는 박정희 시대의 적자로서 무조건 '하면된다'는 정신하나로 이때까지 실패를 모르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별명이 '불도저'겠습니까. 밀어붙이는것 하나만은 자신있습니다...
 
주가조작이요? BBK요? 그딴 영어 잘 몰라도 무려 천억대 재산 만들었어요. 어떻게 만들었냐구요? 그것만은 죽어도 말못합니다....도덕성이요? 그런게 다 무슨 소용있습니까.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선 그저 모든게 수단보다 결과입니다, 결과! 즉 성공했냐, 못했냐 이게 아주 중요하지요. 바로 이런걸 보고 지금 국민들이 한결같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는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양극화 해법이요?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있지요. 그러니 우선 대폭적으로 기업규제를 풀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고 그러면 기업들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투자를 할테니 자연히 일자리도 대폭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기발한 양극화 해소법 보셨습니까....
 
노동자 파업이요? 모두 배부른 소리지요.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이고 그까짓것 까탈스럽게 따질게 뭐있습니까. 일자리가 중요한거지....나는 성공하기까지 아이스케키장사, 붕어빵장사, 연탄배달 안해본게 없어요. 그러니 노동자 파업은 무조건 법대로 엄단할 겁니다.....<어느 대선후보1>
 
천만에요. 수구부패세력이 집권하면 대한민국 쫄딱 망합니다. 그러니 민주화 적자이자 정통 평화개혁세력인 우리가 다시 집권해야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하도 똑같은 말만 들어서 이제 귀에 딱지가 앉았다구요? 그런 대단한 분들이 힘있을땐 도대체 한게 뭐가 있냐구요?...그거야, 하지만, 무조건, 어쨌든 한나라당 후보 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민주세력'니까요 하하.....
 
중산층을 강하게 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중통령'이 되겠습니다. DJ시절인가 아무튼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라구요? 그렇게 잘 아는 분이 왜 '참여정부' 들어선 중산층 숫자가 더 줄어들게 했냐구요? 비정규직악법 만들어 역대 어느정권 보다 단기간에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구요? ..그거야, 하지만, 무조건, 어쨓든 '한나라당 후보' 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민주세력'이니까요 하하.....
 
개성공단을 확산하고 대륙철도를 건설하여 '평화경제'를 만들겠습니다. 예전에 참여정부 공약 복사판이라구요? 한미FTA서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조차도 받아내지 못했는데 무슨 꿈같은 소리냐구요?.. 그거야, 하지만, 무조건, 어쨓든 한나라당 후보 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평화세력'이니까요 하하....
 
1가구 1주택, 영어국가책임제를 해서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수능폐지하고 대학등록금은 무조건 100만원으로 내리겠습니다. 1가구 1주택은 고사하고 주택안정에 가장 기초적인 '분양원가공개' 조차도 못했는데 믿음이 전혀 안간다구요? 부동산 가격은 왜 또 그리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냐구요? 도대체 영어만 국가가 책임지면 가족이 저절로 행복해 지냐구요? 대학등록금 내리면 그만큼 부실해지는 대학재정은 무엇으로 메꿀거냐구요?.. 그거야, 하지만, 무조건, 어쨓든 한나라당 후보 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개혁세력'이니까요 하하...." <어느 대선후보2>
 
[풍경 둘]

▲ "단체협약 체결,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했던 인천 전기건설 노동자 고 정해진씨의 장례식이 주요 언론의 외면속에 고인이 분신한지 꼭 18일만인 11월14일에 영등포 민주노총 앞에서 조용히 치뤄졌다. ©노동과 세계
 
"노동자는 모든 생산의 주체이자 기업의 근간아닙니까. 그런데 민주화 20년 되었다는 오늘날까지 왜 우리는 여전히 주 44시간 근로기준법 지키라고, 부당해고 철회하라고,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고공 사다리 위에서,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생목숨을 내걸어야 합니까. 왜 우리는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세상에서, 여전히 작업현장 아닌 길거리 위에서 똑같은 문제로, 똑같은 소리를 하며 이리도 울부짖어야만 하는가 말입니다.....<노동자>
 
농업은 한 나라의 식량자원을 책임지는 산업정책의 근간이자 식량주권의 미래아닙니까. 그런데 93년 우루과이 라운드가 체결될때도 그랬고, 지난 4월 한미FTA 체결할때도 그랬고, 모든 정부들은 한결같이 '농업부채 탕감'해주겠다, 피해를 최소화해서 경쟁력있는 농업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했어요.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달라지거나 나아진건 조금도 없지요.
 
아니 오히려 미국이랑 FTA를 체결할땐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농업포기'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지요. 아마도 평생 그 경악스런 모습은 끝내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씹다 버린 껌같은 신세'가 된 거지요.
 
평생을 받쳐 천직으로 알고 바쳐온 농사가 이제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사망선고'를 받은 셈입니다. 그러니 이제 황폐해질때로 황폐해진 들녘에서 늙은 목숨 몇이 남아 그저 근심과 주름만 늘려갈 뿐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목소리라도 좀 크게 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집회 있는 날이면 번번히 호미고 낫이고 들고 그저 무작정 달려가 봅니다....이런 세상에 도대체 '미래'라는게 있기나 한겁니까? <농민>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두고 싸우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틀림없이 지난 10년은 다수 서민들에게는 '잃어버린 10년'이었지요. 그런데 한국사회서 누구보다 기득권 세력이며 부자들만 모여있다는 한나라당이 무슨 '잃어버린 10년' 타령을 한답니까. 그사람들에게는 더 부유해지고 게다가 집권 가능성까지 엄청 높아 졌으니 오히려 '최고의 10년' 아니었겠습니까?...
 
범여권도 마찬가집니다. 역대 정권중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가장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범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의 세월은 그들에게 있어 '민주화' 팔아 '집권'과 '권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움켜쥐었던 아주 달콤한 시간이었지요. 그야말로 '양지가 음지'되고 '개천에서 용났던 시간' 아닙니까. 그러니 그사람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잃어버린 10년'일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벼룩도 낯짝이 있다.' 했습니다. 정말 너무 뻔뻔한거 아닙니까?...." <서민>
 
무엇이 '가상'이고 무엇이 '실재'인가. 무엇이 '환상'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아직도 투사하여 꾸어볼 희망이라는 꿈이 남아있기는 한 것일까.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우리시대에 참지식인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캄캄하기만 했던 독재시대의 질곡에 맞서 그 무시무시한 '붉은방'으로 끌려가 사지가 골병들면서도 결코 놓지 않았던 '민주화'에 대한 꿈, 심장을 얼어붙게 했던 계엄령에, 추상같던 통금에도 도둑고양이 처럼 모여앉아 '호외'를 만들고 서로의 언손 호호 불어 주며 밤새 등사잉크를 돌리던 그 뜨거운 가슴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있까.
 
정녕 '자본'은 '지식인의 무덤'이기라도 한것일까. 지식인들이 떠나버린 광장에는 단지 바람만이 소식을 날라 어느 후보에게, 어느 기업에게 어떤 교수들이, 어떤 언론인이, 어떤 법조인이 줄을 섰네, 포진했네 하는 소문들만 무성할 뿐이다.
 
왜? '독재의 폭력'은 저항의 대상이고 '자본의 폭력'은 당연한 현상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더 사납고 끔찍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일까.
 
오늘도 밤거리를 나서면 눈을 부시게 하는 '자본'의 화려한 조명들 만큼이나 어디선간 또 삶의 막다른 곳에 몰려 신음하는 가냘픈 목숨들 있음을 정녕 잊고 살아도 되는 시대인 걸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진실은 의식주의 결핍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이다. 이 겨울 저 광폭한 자본의 폭력아래 '일할 권리'와 '행복할 권리'를 송두리채 빼앗겨버린 사람들은 말한다. 지금 유력후보 중 누구도 우리의 가장 절박한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데, 도대체 이번 대선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든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고... 도대체 어떤 희망을 가지란 말인가라고....
 
진실은 무엇인가. 그것은 달에는 토끼도 계수나무도 없다는 것이다. 단지 있는 것이 있다면-이제 대선을 불과 한달여 남겨둔 지금-이 한국사회에는 오로지 FTA의 끔찍한 파고만이 우리의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소리없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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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16 [17: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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